쇠소깍 바위에서 맛본 짠물의 위력
쇠소깍 바위에서 맛본 짠물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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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돈천 하류에서 길이 300m의 호수가 바다와 만나는데, 사람들은 이 호수를 사람들은 '쇠소깍'이라 부른다.
쇠소깍 주변은 약 40만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이 주를 이룬다.
관광객들이 쇠소깍에서 한가로이 카약을 타고 있다. 이들 뒤에 보이는 암석은 해풍으로 바위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매우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쇠소깍 동쪽 해변에 검은모래 사빈이 형성되었다. 최근들어 여름이면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이 검은 모래 해수욕장을 찾는다.
화산암 암맥의 약한 부분이 파도의 침식으로 인해 구멍이 뚫여 시아치(sea arch)가 형성되었다.

<장태욱의 지질기행> 22 효돈천의 하류 쇠소깍, 화산 조각품들의 전시장

▲ 효돈천 하류에서 길이 300m의 호수가 바다와 만나는데, 사람들은 이 호수를 사람들은 '쇠소깍'이라 부른다.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무더운 날이면 나무 그늘이 우거진 시원한 계곡이나,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쇠소깍으로 나섰다. 쇠소깍은 계곡과 바다가 만나 절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피서 철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효돈천이 고달픈 여정을 마무리하는 곳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직접 발원하여 긴 거리를 흘러 효돈 해안으로 흘러가는 대규모 하천이다. 효돈천은 돈내코계곡을 제외한 대부분 구간이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바닥을 드러내는 건천이다.

효돈천이 돈내코계곡을 지나 영천오름, 칡오름, 걸서악 등을 차례로 휘돌아 하류로 흘러가면, 푸른 상록수림을 낀 바위 계곡에 이른다. 이 상록수림 계곡에는 지하수가 솟아나 깊은 연못을 형성하는데, 길이 300m에 이르는 이 연못을 사람들은 '쇠소깍'이라 부른다.

'쇠'란 효돈의 옛 지명(효돈의 옛 지명은 쇠둔, 혹은 우둔이다)이 유래한 '소(牛)'를, '소(沼)'는 물웅덩이를, '깍'은 제주어로 '끝' 혹은 '마지막'을 의미한다. 쇠소깍은 효돈천이 하구에 웅덩이를 형성하여 바다와 만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쇠소깍에는 용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므로, 과거에는 이곳을 '용소(龍沼)'라고 불렀다. 과거에 주민들은 여름에 가뭄이 들면 용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이곳에 모여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는데, 기우제를 올리면 반드시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쇠소깍은 그동안 주민들의 놀이공간으로만 기능하면서 외부에는 그 비경을 드러내기 않았다. 그러다가 마을 청년들의 노력으로 쇠소깍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고 마침내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게 되었는데, 그 모든 일이 불과 10년 이내의 일이다. 이곳에서 카약과 제주도 전통 뗏목인 테우를 타보는 것이 이젠 제주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색 체험이 되었다.

 

▲ 쇠소깍 주변은 약 40만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이 주를 이룬다.

 

쇠소깍은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호수이다. 이 호수 구석구석에서 담수가 솟아나고 호수 양쪽에 버티고 있는 바위들이 식물의 뿌리와 상호작용하면서 수조 역할을 감당한다.  

효돈천 하구를 구성하는 암석은 대부분 '돈네코하와이아이트'라고 불리는 조면암이다. 약 40만 년 전, 제주도 동부에 표선리현무암이라고 불리는 용암류가 다량 분출되었는데, 그 시기에 서귀포 해안에는 제주 동부와 달리 조면암질 용암류가 분출했다. 쇠소깍 주변의 기반을 형성하는 조면암도 당시에 분출한 것이다.

수십 만 년, 자연이 바위에 남긴 조각

효돈천이 쇠소깍에 채 이르지 못한 지점에는 조면암이 건천에 노출되어 있어, 그 특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면암은 현무암에 비해 점성이 높기 때문에 바위가 5m이상의 두꺼운 바위를 만들어진다. 이 두터운 조면암질 바위가 유수에 깎여 가파른 V형을 이뤘다.

이 연못의 양쪽 바위 안에는 크게 구멍이 파헤쳐진 흔적이 발견되는데, 이를 '타포니(tafoni)'라고 한다. 타포니란 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구멍이 파인 것을 가리킨다. 어떤 요인에 의해 암석 표면에 조그만 구명이 생기면, 구멍 속은 염분 농도가 높고 음습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타포니는 그런 화경에서 풍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쇠소깍 호수 동쪽에 바위 일부가 허물어 내린 모습에서 타포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편, 소쇠깍이 바다와 만나는 곳도 눈여겨볼만하다. 우선 서쪽 해안은 제주에서 드물게 검은 모래 사빈이 발달한 곳이다. 이는 앞서서 언급했듯이 효돈천이 한라산 백록담변에서 발원하여 긴 여정을 거쳐 바다로 이어진다. 평소에 대부분 구간이 건천이었다가도 큰 비가 내리면 많은 양의 자갈과 모래가 유수와 함께 흘러와 해변에 쌓인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검은 모래 해변이 만들어진 것이다.

 

▲ 쇠소깍 동쪽 해변에 검은모래 사빈이 형성되었다. 최근들어 여름이면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이 검은 모래 해수욕장을 찾는다.

▲ 화산암 암맥의 약한 부분이 파도의 침식으로 인해 구멍이 뚫여 시아치(sea arch)가 형성되었다.

쇠소깍의 동쪽 해변(이곳은 하례리 해안이다.)도 볼거리가 가득한데, 그 중에서도 화산암이 파도의 드나듦에 의해 형성된 시아치(sea arch)를 눈여겨볼만하다. 이는 원래 지하에 있던 용암류 암맥이었는데, 파도에 의해 주변이 깎여나가 외부에 노출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후 지속적인 침식작용으로 암맥의 약한 부분에 구멍이 뚫려 아치형으로 남게 되었다.

여름철 쇠소깍엔 피서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방문객들이 원시절경을 감상하며 세상 시름을 잠시 내려놓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쇠소깍 주변의 암석들을 통해 대자연이 제주섬을 빚어낸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방문객이 이해할 만한 최소한의 지질학적 안내문도 없어서 드는 아쉬움이다.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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