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내 서식밀도 감소…'중산간 잔류化' 심각

한라산 국립공원내 노루의 서식밀도가 감소하면서 중산간 잔류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부설 한라산연구소 오장근 연구원이 한라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노루의 개체수 변동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9~10월 24개 고정 조사구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서식밀도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ha당 평균 0.078마리였던 노루 서식밀도가 2002년 0.06마리, 2003년에는 0.056마리로 감소했다.

고도별 평균 서식밀도는 해발 1600m이상 지역이 ha당 평균 0.146마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해발 1400~1600m 0.091마리, 해발 600~700m 0.052마리 순이다. 해발 700~1400m 지역은 평균 0.015마리로 가장 적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서식밀도 변화 추이를 보면 해발 1600m 이상 지역과 해발 1400~1600m 지역이 감소폭이 컸다.

해발 1600m 이상 지역은 2001년에 ha당 평균 0.197마리였으나 2003년에는 0.118마리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해발 1400~1600m 지역도 2001년 0.108마리에서 2003년 0.069마리로 줄었다.

반면 해발 700~1400m 지역은 0.0138마리(2001년), 0.017마리(2002년), 0.014마리(2003년)로 전체적으로 다소 증가했고 해발 600~700m 지역은 2001년 0.067마리에서 2003년 0.062마리로 감소폭이 미미해 서식밀도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위적인 간섭'에 의한 노루의 서식밀도 변화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등반을 통제했을 때와 개방했을 때로 나눠 관찰한 결과 한라산 정상의 경우 통제됐던 2001년에 0.2마리였던 것이 개방후에는 0.145마리로 감소, 인위적인 간섭이 노루 서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백록담 정상의 경우 등산객 집중 현상과 메아리 및 소음 등의 증가가 노루밀도 감소 원인으로 꼽혔다.

오장근 연구원은 "노루의 서식밀도는 한라산 등산객 증가에 따른 소음 증가, 들개 서식, 한라산 훼손지 복구 작업 등으로 감소하고 있고 국립공원에 비해 중산간지대의 서식환경, 특히 먹이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한라산 고산지대에 서식하던 노루가 겨울철에 중산간 지역으로 이동, 잔류하는 경향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국립공원 지역은 밀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루들은 먹이가 풍부하고 은신이 용이해 소생활권이 잘 발달한 중산간 지역으로 이동, 정주하면서 결국 영역의 크기 감소 현상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연구원은 한라산국립공원내 주요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희생된 노루가 93년부터 지난해말까지 모두 514마리에 이르고, 2002년 1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북방산개구리, 쇠살모사, 제주족제비, 다람쥐, 대륙유혈목이, 흰배지바뀌, 동박새, 비바리뱀 등 90여 마리가 희생되는등 야생동물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보호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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