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편지] 태풍의 비바람을 맞으며 오른 지리산

▲ ⓒ조성봉

9월 14일
태풍이 지나가며 뿌리는 비바람을 맞으며 지리를 올랐다.
잠들기 위해 소주 한병을 마셔도 보았지만 대피소를 두들기는 비바람 소리에게
하룻밤을 고스란히 빼았겨 버렸다.
그도 그만 머물러 쉬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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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사람들은 비바람을 핑계로 대피소에 머물렀지만 촛대봉에 오르는
순간 거짓말 같이 하늘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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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06시 18
간밤의 비바람을 핑계로 주저앉은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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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하늘길을 사이에 두고
떠오르는 해마저 삼킨 거대한 구름들이 마치 오래 만나지 못한 연인들 처럼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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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의 황홀.
정확히 10분 이었다. 저 거대한 구름으로 다시 하늘길이 닫힐 때 까지 걸린 시간이.
아침햇살도 하늘도 길도 사라지고 난 구름속에 갇혀버렸다.
움직이질 않고 그대로 구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몸이 젖어 갔다.
그리고 난 구름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가는 소릴 가만히 들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소릴 들어 본적이 있는가.
그 소리였다.
구름도 사연이 있었다.
산은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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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 다시
하늘도
길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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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들이 가장 좋아했다던
반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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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을 살아가며
몇번이나 마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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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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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 고사목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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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과 섬진강, 조성봉 감독이 사는 구례 죽마리의 풍경과 일상이 담겨 있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hanee3289.do) 가기 C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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