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철 칼럼] 이대론 안돼..처음부터 시작하자

 

▲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지구촌의 이슈로 떠 오를듯 하다.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자연보전총회 개막에 앞서 주최측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르페브로 사무총장이 "이슈를 제기하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의제로 상정이 되면 결코 작은 일은 아니다. 제주해군기지건설 문제가 본격적인 지구촌의 쟁점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총회는 환경올림픽이라 일컬을 만큼 세계적 관심사다. 제주지역의 현안이 곧 환경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로 그 기대가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환경총회이니 만큼 논점은 환경문제에 모아질 것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자연유산의 훼손여부와 자연보존의 핵심가치인 생명평화문제에  초점이 모아질 터. 그렇기에 생명평화를 부르짖어온 강정주민들과  도민 모두의 관심은 특별하다.

사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강정주민들을 비롯한 도민 대다수의 시선은 곱지않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 해왔다. 지난 4.11총선을 전후한 여론조사에서 후보 또는 정당지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빠짐없이 끼워 넣었던 설문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이었다.

결과는 반대 또는 건설중단이 과반인 50%를 훨씬 넘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정적 의견이 60%선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이 여론 조사결과로는 절대다수가 그동안 대주민설득에 있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민간복합항의 실체도 모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다수의 도민들은 건설중인 항구가 군함은 물론 민간선박도 함께 드나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민군복합항이란 말에 그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도민들인 경우는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물론 해군당국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있을 때면 순수 해군기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 할 것없이 민군복합항임을 역설, 국민들을 헸갈리게 했다. 지금에 와서도 그렇다. 엊그제 해군당국이 외신기자들에게 제주해군기지는 민군복합관광미항임을 강변했다. 초대형 크르즈선박이 드나들 수 있음을 들어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민간선박은 이용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때늦은 고백이 있고 난 다음이다.

이제 대다수 도민들은 무늬까지 지워진 해군기지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밀어부치기로 일관하고 있음은 아마도 국가안보사업임을 은근히 믿고 있음이다.

공공의 이익과 국익을 위한 이른바 합목적적 국책사업인데 누가 감히 나설 것이냐는 구태의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성이 있는 국책사업이라해도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할 수는 없다. 전체주의국가나 군국지향국가가 아닌 이상은 그렇다. 더군다나 여러가지 정황상 반드시 국가이익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보장도 없이 그럴 수는 없다. 그리고 이미 국민의 대표 대의기관인 국회가 예산을 삭감해가며 제동을 건 국책사업이 아닌가.

자연보전과 복원의 기치를 내건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앞으로 제주 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해서 어떤 의견을 낼지는 모른다. 그 결과를 논외로 치고서라도 주민의 희생위에, 공감이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국책사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동안  관련해서 사법적 판단을 받은 사안들도 없지는 않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관련한 대법판결등이 그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해결이 핵심이 아니란건 이해당사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개인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공목적 수행에서 비롯되는 일인 만큼 사법적 판단을 구함이 결코 능사가 아니다.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정부가 능동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제주해군기지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고,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사안이다.

이제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  원점에서 다시 풀어 나가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말하는 국책사업의 정당성확보와 합목적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상처받은 국민주권과 지방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백성이 원하면 그 것이 법'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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