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부터~9월16일까지 성읍마을에서 제주큰굿이 열리고 있다. 굿이 행해질 동안 제주의 여러 신화들이 심방의 입을 통하여 구술된다. 사진은 <제주 큰굿>이 열리는 서귀포시 성읍마을 마방가옥 앞에서 이승순 심방이 세경본풀이, 자청비신화를 구술하는 장면이다. (2012.9.6 ~9.8.촬영).
Toilet. (Japan, Canada ︳Drama ︳2010 ︳109 mins. Director 오기가미 나오코)
오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의 개막 예정작.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다. 가족의 부재와 관계의 상처들을 따뜻하게 회복해내는 모습을, 전작 <까모메 식당>처럼 잔잔하게 볼 수 있으리라. (사진제공, 2012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민회).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박성미. 2011년 한국사회의 희망을 쌓아 올린 아름다운 투쟁과 김진숙의 이름을 사랑의 이야기로 기억하고자 하는 영화. 사랑은 곳곳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 (사진제공, 2012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상영예정작, 제주여민회).
맘마미아의 엔딩 크레딧에 오르는 곡은 ‘The winner takes it all’ 이다. (사진은 맘마미아 의 메릴 스트맆/ 네이버영화포토).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3 미토스와 로고스의 조화를 꿈꾸는 여성

▲ 2012년 9월 6일부터~9월16일까지 성읍마을에서 제주큰굿이 열리고 있다. 굿이 행해질 동안 제주의 여러 신화들이 심방의 입을 통하여 구술된다. 사진은 <제주 큰굿>이 열리는 서귀포시 성읍마을 마방가옥 앞에서 이승순 심방이 세경본풀이, 자청비신화를 구술하는 장면이다. (2012.9.6 ~9.8.촬영).

사랑 안에서도 미토스와 로고스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청비 여성은 미토스와 로고스의 조화를, 본능과 이성이라는 모순에 빠지기 쉬운 두 영역의 조화를 꿈꾸는 여성이다. 그녀는 그녀의 정체성이 상대를 배제하지 않은 채,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미토스는 꿈과 상상, 무의식의 영역으로 담론화되어 있다. 반면 로고스는 이성과 논리의 영역으로, 미토스와 이분법적으로 얘기되곤 한다.


사랑 역시 미토스의 영역으로 두려는 경향이 있다. 사랑한다는 이름만으로, 많은 본질이 묻힌 채 지나가고 결국에는 그만큼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로고스가 미토스를 폄하하고, 남성이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논리와 이성이 꿈과 감성을 소외시키면서 만들어낸 권력관계와 맞닿아 있다.

 

▲ Toilet. (Japan, Canada ︳Drama ︳2010 ︳109 mins. Director 오기가미 나오코)오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의 개막 예정작.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다. 가족의 부재와 관계의 상처들을 따뜻하게 회복해내는 모습을, 전작 <까모메 식당>처럼 잔잔하게 볼 수 있으리라. (사진제공, 2012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제주여민회).

그렇지만 대인간 속에서, 로고스와 미토스의 영역은 서로 확연히 구분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많고 적게 뒤섞여 있고, 분리할 수 없는 한 덩어리의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사랑에도 그렇다. 사랑 안에서도 미토스와 로고스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서 나를 잃어버리고 상대방까지 잃어버린다. 애매모호하고 설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 사랑을 가두어버리고 진정한 사랑의 값을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청비는 어느날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 그녀 역시도 처음에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문도령을 얻으려 남자처럼 위장하고 살고, 마음에도 없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도 한다. 사랑을 손에 얻은 자청비는 문도령과 깨가 쏟아지는 생활을 즐긴다. 그러다가 속이 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다른 여자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인식의 영역을 확보해 간다는 것,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잃어버린 상대방을 찾아주는 것, 놓치고 지나간 것들을 다시 보는 것이다. 사랑만이 살 길이라는 사랑의 제값을 찾아주는 것이다.

 

▲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박성미. 2011년 한국사회의 희망을 쌓아 올린 아름다운 투쟁과 김진숙의 이름을 사랑의 이야기로 기억하고자 하는 영화. 사랑은 곳곳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 (사진제공, 2012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 상영예정작, 제주여민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만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므로 그것은 천국과 지옥을 왕래해야만 한다. 사랑하는 문도령을 다른 여자에게 보내면서 자청비의 마음은 아팠을 것이고 두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자기들 때문에 희생당하고 있을지라도 자기의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보내는 일은 현실의 여성들이 취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녀는 문도령과 사랑을 하기 전에는 실감할 수 없었던 자기주체성의 혼란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는, 사랑에 대한 또 한 편의 진지한 접근을 잊지 않는다. 자신 이외의 것들에게도, 소외되고 아픈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그런 사랑의 힘과 용기로 그녀는 그녀 속에 있는 위대한 것들과 교감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 맘마미아의 엔딩 크레딧에 오르는 곡은 ‘The winner takes it all’ 이다. (사진은 맘마미아 의 메릴 스트맆/ 네이버영화포토).

사랑은 모든 것을 얻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 제대로 사랑을 하는, 사랑의 여신 자청비답게 자청비 여성들은 상대를 배제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고스는, 이성은, 남성들은 이들 자청비 여성에게서, 미토스를 배제하지 않은 채 감성을 확장시키며, 여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을 배워야 한다. /김정숙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