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 칼럼>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의 대의
                                          
최근 제주도의회 인사권문제로 한참 논란이다. 제주도의회는 의정활동에 중심에 있는 전문위원(서기관급) 6명중 3명을 제주도지사 인사권이 있는 일반직에서 도의회 인사권이 있는 별정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서 정책자문위원(사무관급)도 정원대로 4명을 더 채용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집행부인 제주도는 물론, 특히 도청 공무원 노조가 더욱 반대하고 있다. 도는 조직권 침해를, 일반직 공무원은 연쇄진급 기회를 박탈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 문제는 이렇게 도와 적어도 공무원과 도의회가 대립할 사항이 결코 아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제주도의회만이 아닌 전국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가 집행부장의 인사권 산하 공무원들이 중심되어 운영하는 모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임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기 위하여 학회는 물론 정부도, 심지어 모든 대선 캠프도 대안을 마련 중이다.

지금은 여당 국회의원까지도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해 있다.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이 부분이 전향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주도와 국무총리실에서 실시한 제주특별자치도 5년 평가에서도 도의회의 자율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의회 인사권 독립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지방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면 왜 도의회의 인사권이 시급하게 독립되어야하는가를 편의상 제주도의회의 경우를 통하여 살펴보자.

 # 근무하는 곳과 충성하는 곳이 다른...세계 어느 나라도 없는 희한한 제도 

첫째는 조직이 소속직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의결기관인 제주도의회에는 108명이 공무원이 임명되어 있다. 집행부인 도지사 산하의 공무원 5천명(무기직 공무원 2천명 제외)에 비교하면 50대 1에 불과하다. 올바른 의결이 곧 올바른 집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결기관인 도의회의 공무원 수는 절대적으로 빈약하다.

여기에다가 도의회 근무하는 공무원 중 50%이상인 일반직 공무원은 도지사에게 인사권이 주어져 있다. 이들 일반직 공무원은 도의회 행정을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사무처장을 포함하여 과장, 전문위원(1명제외), 계장 등 중요 보직은 모두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행정문화 특성상 이들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도지사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의회 일반직 공무원은 근무하는 곳과 충성하는 곳이 다른 희한한 구조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직이 직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조직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역으로 도청 국장 중에 도의장이 임면하는 공무원이 임명된다면 어떻겠는가. 상상도 못할일이 아닌가. 따라서 도의회가 도의회 근무 전 직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집행부 대비 공무원수 2% - 예산 0.5% 불과 ...아무리 궁색해도 도민.집행부가 도와줘야

두 번째는 전문성 확보 때문이다. 행정이 전문화된 지 오래다. 따라서 행정에 대한 견제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의원 특성상 발로 뛰는데 만 익숙하다. 따라서 도의회에는 의원의 전문성을 보완해 주어야 할 직원들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의회의 전문성은 국회와 같이 도의회에 오래 근무하면서 경륜을 쌓아 갈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일반직 공무원들이 도의회에 2년 정도 근무하다가 도 본청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로는 전문성 확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방의회들은 늘 전문성 빈곤에 시달리다.

도의회가 전문위원을 별정직으로 선발하여 도의회에 오랫동안 근무하도록 하려는 취지도 바로 이러한 전문성 빈곤을 타파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신설된 정책자문위원도 있지만 임기가 짧고 임기연장이 제한적이라서 전문성 확보에 제한적이다. 

공무원 노조가 주장하는 인사적체에 대한 항의와 불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원인은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과는 별개로 도가 시급한 과제로 선정하여 풀어나가야 할 정책이다. 결코 도의회와 자리싸움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학자적 입장에서 보면 도의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지방의회가 이정도로라도 활동하는 자체가 신기하다. 기술한 바와 같이 인원도 집행부의 2%미만이며 더욱이 예산은 0.5%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수준이다. 이렇게 처량한 도의회에다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인사적체 등 아무리 현실이 궁색하다고 해도 지방자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어느 정도 정상의 위치에 들어서도록 도민은 물론 집행부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그 중심이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에서 시작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 양영철 제주대 교수

다만 도의회도 인사권 독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별정직 전문위원 및 정책자문위원 채용에 현직 공무원을 일정 비율로 채용하는 등 현실적인 공무원 인사적체 해결에 협력을 다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도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라는 원칙과 대의를 지키면서도 공무원의 인사적체라는 현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도의회의 능력이 정말 필요한 때다.   /양영철 제주대(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