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회 의원들과 건축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발족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도의원 등 전국 각계인사 180여명 참여 "건축법 안에서도 보존 가능"

서귀포시가 ICC JEJU(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추석 이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철거 반대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카사 델 아구아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이선화 제주도의원)는 2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사 델 아구아 철거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는 제주도의회 김용범, 하민철, 강경식 의원을 비롯해 승효상 이로재 대표,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박경훈 제주민예총 대표, 김형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양건 가우건축 대표 등이 맡았다. 이선화 도의원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김승하, 김진덕, 허창옥 도의원을 비롯해 이왈종 화백과 고영림 판 기획 대표, 박태관 전농 제주도연맹 회장, 제주대 건축학부 학생 6명 등이 참석해 철거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비대위에는 도내외 각계인사 18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선화 집행위원장은 “서귀포시가 카사 델 아구아를 10월 초에 철거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명절 기간 긴급히 카사 델 아구아를 지켜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모았다”며 비상대책위윈회의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타계하기 1년 전 건립한 걸작품”이라며 “건축사에 기념비로 남을 유작을 반드시 보존해 후세에 물려줘야 하는 시대적 사명과 책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건축물을 지키고자 도민들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많은 방송과 언론, 관련 전문가와 멕시코 정부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끝까지 불통의 제주도정과 서귀포시는 철거를 굽히지 않고 급기야 강제철거라는 무지몽매한 결정을 내렸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한 “제주도정과 서귀포시의 이런 야만적인 결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어떠한 이유라도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해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도민과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제주도의회 의원들과 건축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비난의 화살은 ICC 앵커호텔 건축주인 (주)부영에도 쏟아졌다. 이들은 “계속 철거를 고집한다면 문화유산의 파괴를 이끈 악덕기업이 될 것이며 제주도민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제주도정은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계획을 즉각 최소하고,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제도적 보완을 통한 보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사 델 아구아’가 가설건축물로 철거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선화 집행위원장은 “지난 2009년 건축문화잡지 인터뷰에 리카르도와 그의 아들 빅토르는 ‘철거가 전제가 아닌 보다 지속적인 건축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 제도 안에서 향후 제주도가 세계적 관광지로 나아갈 수 있는지, 제주도가 가진 건축 인프라에 대해서 보여주는 첫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사 델 아구아’를 보존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형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가 거들었다.

김 교수는 “건축법에 따르면 가건물이라 하더라도 철거하는 것보다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라면 보존시킬 수 있다”며 “우리는 법을 뛰어넘어 철거를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 지나치게 법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 직후 카사 델 아구아 철거와 관련해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앞으로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반대의견을 모으고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철거 반대 여론을 확산할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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