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Man Makes Histoy? 샐리 보스로이드, 호주, 2008, 3분, 애니메이션.
남성중심의 역사기록, 통념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제공. 제주여민회, 2011년 제주여성영화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Kirschbluten - Hanami. 도리스되리, 독일, 2008, 127분 (제공. 제주여민회, 2011년 제주여성영화제)
서로 평생토록 사랑하며 살던 아내가 죽자, 결혼해 살면서 그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보는 남편, 그리고 뒤늦은 회한(살아있을 때 그러지 쫌~! ㅠㅠ). 이래서 설득과 양보, 조화, 인내, 희생, 끈기, 동정심, 배려라는 훌륭한 여성적 특질들은 온몸을 불사르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짜증나는, 패배적인 특질로 생각되기도 하는 것일 게다.

<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6 자청비 여성 5


자청비 여성은 자신의 이해를 우선으로 하며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사랑을 얻기 위하여 거리를 두거나 자신 속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문도령의 세계 안으로 성큼 들어간 자청비 여신처럼 자청비 여성들은 때에 따라서는 남성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힌다. 그런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고 바라는 것을 얻어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기기획을 한다.


사무실의 자청비 여성들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중재를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녀는 상대를 적당히 치켜세우거나 섹시한 매력으로 그녀에 대한 관심을 잡아두기도 하면서 명랑하고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든다. 곤란에 빠진 후배를 도와주기도 하고 예쁜 스커트의 그녀에게 껄떡거리는 남성동포에겐 따끔한 한 방을 선사하기도 한다.
감성과 논리를 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집중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그녀는 사무실의 동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녀는 용기와 적극성, 사무실 안에서의 관리능력, 카리스마, 성공 등을 남성의 것만으로 여기는 가부장제 문화 내에서, 그런 것들을 여성들도 가질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여성들의 부진의 이유가 여성 개인에게보다는 사회적인 미성숙, 부조리와 상대의 유아성, 근거 없는 차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런 자청비 여성들은 가부장 문화가 남성들의 영역으로 한정시켜버린 영역에서도 남성들을 압도하는 탁월함을 보여줌으로써 그 문화가 조장한 아이덴티티를 깨트리는 여성들이다.

 

▲ 남자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Man Makes Histoy? 샐리 보스로이드, 호주, 2008, 3분, 애니메이션.남성중심의 역사기록, 통념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제공. 제주여민회, 2011년 제주여성영화제)

자신의 일을 위해 매진하는 특성으로 그녀를 독하고 기가 센 여자로 보는 선입견이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자청비는 자신을 농락한 정수남에게 자신도 똑같이 폭력적으로 응수했지만 결국에는 그를 용서해 준다. 자신들이 먹을 도시락을 남에게 정성껏 대접하는 두 노인네들을 보고 그들에게 풍년을 내린 자청비 여신처럼, 자청비 여성들은 가난함 속에서도 남에게 인정을 베풀고 남의 어려움을 도와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청비 여성들은 남편에게 한 발 뒤로 양보하기도 하고, 자신을 일방적으로 소외시키는 시댁 어른들에게도 오랜 시간을 들이면서 관계 속의 인간성을 확보해간다. 그녀는 가난하고 힘들어도 알콩달콩 살아가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애착을 가지는 여성일 경우가 많다.


설득과 양보, 조화, 인내, 희생, 끈기, 동정심, 배려 등은 그녀들의 특성이다.
그녀는 자신을 부정하는 가부장제의 부모님에게 설득과 인내의 방법으로 다가갔다. 여성에게만 내려지는 부당한 심사였지만 받아들였다. 자신에게 폭력적이었던 정수남을 자청비 역시도 폭력적으로 응징했지만 결국에는 그를 용서했다. 자청비 부부의 반대편에서 불행을 감내하는 또 한명의 여자를 위해서 기꺼이 그녀는 불행과 슬픔을 나눠가졌다. 세상을 멸시하는 거만한 부자들을 거부했고 가난한 주변을 돌아보며 조화롭게 살아갔다. 땅 한 쪽, 물 한 적을 관리할 능력에 모자람이 없었으나 그녀는 오곡의 씨앗을 달라했다.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Kirschbluten - Hanami. 도리스되리, 독일, 2008, 127분 (제공. 제주여민회, 2011년 제주여성영화제)서로 평생토록 사랑하며 살던 아내가 죽자, 결혼해 살면서 그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보는 남편, 그리고 뒤늦은 회한(살아있을 때 그러지 쫌~! ㅠㅠ). 이래서 설득과 양보, 조화, 인내, 희생, 끈기, 동정심, 배려라는 훌륭한 여성적 특질들은 온몸을 불사르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짜증나는, 패배적인 특질로 생각되기도 하는 것일 게다.

자청비 여성은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가를 외치면서 선봉에 선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이고 다정하게 인간주의를 실천하는 여성들이다.


우리 주위에 이런 자청비 여성은 넘쳐난다. 설득과 양보, 조화, 인내, 희생, 끈기, 동정심, 배려 등은 여성들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이 여성성이 사회발전의 지속적인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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