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인터뷰]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평생 쳐온 피아노보다 '오카리나' 불 때 더 행복

최근 크고 작은 음악회나 행사장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협회나 문화센터마다 강좌를 내놓고 있다. 초등학교마다 이젠 리코더가 아닌 오카리나를 가르치고 있으니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오카리나의 저변이 확대된 건 일찌감치 오카리나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앞장서 오카리나를 퍼뜨렸기 때문. 제주에서 오카리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약 3년 전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되다 지난해 정규과정으로 편성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 했다.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 올해 6월 사단법인 제주오카리나협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13일 오카리나 경연대회를 앞두고 제주오카리나협회 회장인 현순량(50)씨를 제주시 용담동 제주오카리나문화원에서 만났다. 제주지역에 오카리나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1인1악기 생활음악으로 삶의 질 향상과 문화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제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올해 처음 열리는 대회다.

 

▲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현 회장은 지역에선 오카리나 지도자 손에 꼽힌다. 이른바 ‘알아주는 심방’으로 통한다. 피아노를 전공한 그녀가 오카리나 인생을 걷게 된 건 5년 전.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그녀는 학원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오카리나를 처음 접했다. 제주에서도 오카리나 수업을 한단 이야기를 듣고서 신청을 하려니 정원이 이미 꽉 찬 상태. 조르고 졸라 겨우 듣게 된 오카리나 수업이 그녀의 인생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현재 그녀가 맡은 수업의 70%가 오카리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동부 지역 초등학교 강습을 나가고 오후에는 학원 수업을 맡는다. 저녁에는 오카리나협회 활동과 YWCA 수업을 진행한다. 숨비소리 앙상블 연습도 있고 일요일엔 교회에서도 오카리나 수업을 한다.

현 회장은 “오카리나가 갖고 있는 장점은 셀 수 없이 많다”며 줄줄 자랑을 늘어놨다. 우선은 실용적이라는 점. 작아서 휴대가 쉽고 운지법이 쉬워서 익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한 장소의 구애가 없다. 사라봉, 사려니 숲, 올레 코스, 프린지 페스티벌 어디서든 이들이 악기만 쥐면 무대가 된다고 했다. 게다가 오카리나는 평생악기란다. 한 번 손에 익히면 좀체 까먹는 법이 없다.  

 

▲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간 연주자로 또 강사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종달초등학교 수업. “다른 곳과 달리 종달초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오카리나를 배워서 학교 행사 때마다 합주를 했다. 파란 잔디 위에 하얀 도복을 입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고 떠올렸다.

종달초등학교에선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해왔다. 차로는 꼬박 한 시간 거리지만 힘들다 생각해본 적 없단다.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처음엔 팔짱 끼고 보기만 하던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보니 힘든 줄 몰랐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던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밥 먹고 가세요’ 말 한 마디 건넬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학부모들이 아이가 달라졌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할 땐 둘도 없는 보람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회장이 제주지역 오카리나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정규과정으로 편성되면서 악기나 교재구입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오카리나는 7중주 악기다. 모양이 비슷해보여도 종류가 7가지나 된다.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구입하는 오카리나는 알토 음조를 내는 악기로 통일됐다. 한 음으로만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음조로 앙상블을 이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오카리나협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오카리나의 장점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지만 특히 어린이들 정서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복지차원에서도 오카리나가 중요하다. 취약 계층, 문화 소외계층, 다문화 가정 등과 결연해서 수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제주오카리나협회 현순량 회장.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현 회장의 꿈은 오카리나가 일상이 되는 제주를 만드는 것이다. “모이면 음악 이야기를 하고, 모이면 오카리나를 불고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이 내 꿈이다. 오카리나의 고장 이탈리아에선 흔한 광경”이라며 “오카리나는 제주의 산과 들, 바다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고 어디에든 잘 어울린다. 게다가 온 가족이 연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가 경연대회를 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참가자들에게 추억이 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것을 단지 취미생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부랴부랴 첫 회를 열게 됐지만 문의가 쇄도하는 걸 보며 희망을 봤다. 내년부터는 규모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꿈이 하나 더 있다며 말을 꺼냈다. 어르신들을 위한 강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보통 일반부로 수업을 진행하면 30대, 40대 주부들이랑은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다. 그에 비해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진도를 따라가질 못하니 수업 초반에 몇 번 나오다 마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너무 안타까웠다. 고령화 사회라고 하지 않나. 어르신들의 건전한 여가문화를 위해서 진도와 상관없이 어르신 오카리나 교실을 운영하고 싶다. 그분들이 악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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