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칼럼]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가수 싸이의 붐(boom)이 파죽지세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우스광스런 말춤을 흔들어댄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 가사를 크게 읊조린다. 여기에 외국 유명 인사들이 가세하고 연일 언론마저 톱기사로 다룬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오고간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거다.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다. 편협된 논리로 폄하하고 요행이나 값싼 성공쯤으로 여겨선 안된다. 거기서 대중들의 심리와 그 시대의 요구를 읽어내자. 이로써 우리 존재의 가치와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도록 하자.

▲  미국 NBC채널의 쇼프로그램 'Today'에 출연한 싸이.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2위에 오르고 유럽과 남미 등 다른 국가의 차트도 휩쓰는 등 인기가 엄청나다. ⓒ뉴시스

싸이는 자칭 B급 가수다. 다른 연예스타들에 비해 나을 게 없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병역특례비리에 연루되어 하루아침에 파렴치꾼이 되었다. 그동안 쌓은 인기와 명성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때 그는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술수도 부리지 않았다. 솔직히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했다. 그리고 재입대를 결정하여 군복무를 마쳤다. 이게 점차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를 향한 가차없는 질타가 관심과 사랑으로 바뀌어 갔다. 그 역시 자신의 과오를 용서해 주고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심기일전하였다.

그러던 중에 대박이 터진다. 소위 ‘강남스타일’란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4억명 이상이 봤을 정도다. 하루아침에 깨어보니 월드스타가 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이다. 본인마저 그 현상이 놀라울 뿐이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얼까. 까놓고 말하자면, 그의 음악은 특정계층을 겨냥하지 않고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가사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 단순하여 편하게 따라 부를 수 있단다. 춤 역시 남녀노소 구분없이 따라 출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흥겹다. 그래서 너나없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는 거다.

여기서 그의 성공의 비결을 확인해 보자. 우선은 솔직함과 진정성이다. 이것은 대중을 사로잡는 키워드다. 오늘날 대중은 단지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다. 거짓과 편법,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매우 단호하다. 가령 개인의 사리사욕, 정파적 이해관계와 진영논리로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여론의 뭇매를 가하여 혼쭐을 내준다. 반면 한때의 과오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기득권마저 내려놓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이들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이를 헤아린 자(者)는 살아남고 아니면 도태된다. 싸이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고병수 신부
다음으로, 그 시대의 요구와 징표를 꿰뚫는 노력이다. 오늘날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큰 만큼 그늘도 짙다. 사회구조가 너무도 복잡하고 냉혹하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계층과 신분, 인종과 나이를 넘어 삶의 무게가 버겁다. 이에 많은 이들이 잠시나마 자신들을 옥죄어 오는 복잡함과 분주함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집착과 가식의 틀을 과감히 깨고나와 어린애처럼 맘껏 외치고도 싶다. 누구나 이런 영혼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연민과 기대를 갖는다. 이런 현상은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는 소박한 갈망이자 시대적 요구다. 싸이는 바로 이를 음악에 담아 조금이나마 대중들에게 기쁨과 희열을 준 선구자다. 그래서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향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이들이 많이 생겨나 더욱 살맛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주길 바라고 싶다./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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