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천매립장 악취 현장르포] (상) 음식물쓰레기 악취에 인근 관광시설 ‘치명타’
제주도, 근본 대책 요구에 “노력하겠다” 원론 답변만…관광객 항의 빗발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란 원은 왼쪽부터 라헨느골프장, 한화리조트.골프장, 제피로스 골프장, 에코랜드. 빨간 원안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시설 등이 있는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사업소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공장 전경. 주변에서 이 시설로 인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들어선 관광시설들이 ‘악취’라는 ‘복병’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운 상황이고, 청정제주 관광도시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가 최근 익명의 독자 제보로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인근에 위치한 골프장·리조트·공원·휴양림 등을 현장 취재한 결과, 풍향과 기압 영향에 따라 인근 관광시설로 날아드는 악취는 매우 심각했다.

제주시 회천동에 소재한 ‘제주시 환경시설사업소’에는 광역소각장과 쓰레기 매립장·음식물 퇴비화 공장시설 등이 들어서있다.

이곳에선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하루 180톤 가량을 매립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1일 처리용량 110톤을 훨씬 초과해 1일 142톤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 악취저감 시설이 없고, 강풍 등에 취약한 비닐하우스 시설 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 제주 라헨느골프장 전경. 이날 이곳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에서 날아든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라운딩 도중 일부 골프관광객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한화골프장. 이곳 골프장 경계에서 환경시설관리사업소까지는 불과 수백미터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이 시설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km 인근에는 골프장 세곳과 리조트, 유스호스텔 등 관광휴양시설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 특히 4.3희생자들의 영혼이 깃든 4.3평화공원도 바로 코앞이다.

또한 직선거리를 2~3km로 확대할 경우 에코랜드, 절물자연휴양림, 돌문화공원 등도 포함되는데 이들 시설도 악취의 직접 영향권이다.

악취의 가장 큰 주범인 음식물퇴비화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어 저기압이나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날이면 인근 관광시설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환경시설관리사업소 부지 경계에서 서측 약 1km 지점에 위치한 라헨느 골프장 관계자는 “미칠 지경이다. 요즘 들어 악취가 더 심해졌는데 이틀에 한번 꼴로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이런 악취를 내보내면서도 악취저감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기자도 이날 현장에서 악취 때문에 여러 차례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골프장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역겨운 냄새 때문에 라운딩을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골프 관광객들 중에는 “냄새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라거나, “이래 놓도 어떻게 고객들에게 돈을 받느냐”면서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 이곳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시설은 냄새 저감시설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환경시설관리사업소 바로 남측에 위치한 한화골프장과 한화리조트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관계자는 “제주도가 모처럼 관광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우리는 날마다 악취와의 전쟁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울 정도”라면서 “바람 방향에 따라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골프장 손님들도 라운딩 도중 악취 때문에 경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환경시설관리사업소 동측에 자리한 제피로스 골프장도 바람의 방향이 동쪽을 향하는 날이면 상황은 같다. 이 곳 관계자는 “심한 악취가 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요즘도 날씨에 따라 냄새가 심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회천동 쓰레기 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에서 내뿜는 악취는 인근에 밀집한 관광시설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수년 동안 제주자치도와 제주시는 이같은 악취 민원에 대해 “악취 저감에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을 뿐 근본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들어선 관광시설들이 지자체의 무관심과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악취’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는 아우성에 제주자치도와 제주시가 귀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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