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천매립장 악취 현장르포] (하) 청정제주 ‘오명’…음식물퇴비화 시설개선 시급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퇴비화 시설이 지난 달 태풍에 파손된 후 복구가 한달 가까이 늦어지면서 인근에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윗부분(빨간선 안)이 찢어졌던 모습. 현재는 복구가 완료됐지만 출입문 개방 등 관리소홀로 악취가 여전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란 원은 왼쪽부터 라헨느골프장, 한화리조트.골프장, 제피로스 골프장, 에코랜드. 빨간 원안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시설 등이 있는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사업소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시 회천 쓰레기매립장 주변의 악취 원인은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시설이었다.

정상적인 음식물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내 악취는 최소 수천 배 이상 강한 악취를 풍긴다. 그런데도 악취의 주요 발생장소인 음식물 쓰레기 반입장이나 건조시설에 대한 악취저감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했고, 설령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나마 있는 시설은 노후화되어 있고, 운영까지 주먹구구여서 발생 악취 대부분이 외부로 배출되고 있었다.

그동안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 대한 전문가들 조사에선 반입장 시설 내 복합악취가 정상 음식물에 비해 약 1000~2000배 정도 높고, 건조시설의 복합악취는 최소 3000배에서 최대 1만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왔다.

제주시 회천매립장 역시, 봉개·회천 등 주변 마을이나 밀집해있는 관광시설에서 장기간 제기돼온 악취 민원은 바로 이같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날아든 악취로부터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자치도·제주시의 악취 저감 노력과 투자계획은 수년째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 '악취저감'은 공염불

<제주의소리>가 지난 주 현장 취재 결과, 우선 음식물쓰레기는 부패가 용이해 수거에서부터 음식물처리시설 전반에 걸쳐 악취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처리시설과 공정별로 최상의 악취저감 시설투자와 운영 노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현재 제주시의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은 2개 공장에서 하루 110톤 가량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지만, 넘쳐나는 음식물쓰레기로 하루 약 142톤을 처리하고 있다. 용량 초과는 물론 악취저감 시설까지 갖추지 않은 상태이고, 또한 주요 처리공정과 시설이 밀폐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어 악취 저감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 대한 시설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태풍과 강풍이 잦은 제주기후 특성상 잦은 파손으로 반복되는 악취 민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지난 8월말 제주를 찾은 태풍 볼라벤 등의 영향으로 너덜너덜 찢겨나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내 전경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복구가 마무리된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내 교반기 시설로 분쇄된 음식물쓰레기와 톱밥 등을 섞는 모습.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시 지역 19개 동(洞)지역 약 12만명이 먹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는 2개 공장(제1공장 50톤, 제2공장 60톤)에서 제1공장이 약 64톤, 제2공장이 약 78톤을 처리하면서 1~2공장 모두 약 30% 가까이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

더욱이 제1공장은 지난 2000년, 제2공장은 2001년에 각각 세워진 공장이어서 시설이 낡고 가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음식물쓰레기 처리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어 처리난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처리용량 부족 때문에 실제 퇴비화되는 양은 하루 풀가동하더라도 110톤을 초과하기 어려워 나머지는 그대로 쓰레기매립장에 매립, 매립장 수요까지 부추기고 있다. 제주시의 음식물쓰레기 일일 배출량은 지난 2007년에 이미 처리용량을 초과한 113톤이었고, 2010년 140톤, 지난해가 142톤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음식물쓰레기 반입장은 항상 열려있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과정은 수거해온 음식물을 반입→파쇄→탈수→건조→발효→후숙→포장→반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요 악취 발생은 음식물쓰레기 반입과 저장시설에서 시작돼 침출수 누출과 탈수된 음식물쓰레기를 톱밥과 섞어 건조·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특히 탄수화물류 등은 고온의 건조과정에서 탄화돼 엄청난 악취 성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악취 포집설비가 잘 갖춰지고, 퇴비화시설 주요 공정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면, 외부로 배출되는 악취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탓에 주변 마을과 관광시설 등에서의 악취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제주의소리> 취재 과정에서도 확인됐지만 음식물처리공장의 반입장 출입구를 폐기물 반입시 임시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개방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반입과정에서 음식물에서 나오는 침출수 오염으로 악취는 코를 찔렀다.

반입장 자동 개폐시설 설치 등을 통해 반입장 내부에 발생하는 악취의 외부 확산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현장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발효 시설이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가건물이다 보니 태풍과 강풍 등 바림이 잦은 제주 특성상 ‘툭하면’ 찢어지기가 일쑤다. 지난 8월말 제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 때도 비닐하우스가 찢겨나가 근 한 달간 음식물쓰레기 악취가 인근 지역에 진동했다.

심지어 파손된 발효·저장시설인 비닐하우스 복구공사에 나섰던 업체 인부들마저도 냄새 때문에 도저히 공사를 못하겠다면서 몇 차례나 돌아갔다는 후문도 들릴 정도다.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 제2공장 전경. 주변에서 이 시설로 인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공장시설은 음식물쓰레기 반입 때만 잠시 문을 열고 평소에는 폐쇄 상태로 작업해야 함에도 항상 개방상태로 작업을 지속, 악취가 외부로 반출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시 회천동 쓰레기매립장 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가 인근에 위치한 리조트·골프장·공원 등 관광시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발효시설 역시 출입문은 물론 시설 옆부분도 항상 열어 놓아 발효중인 음식물쓰레기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마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급증하면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14년까지 하루 18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에너지와 퇴비로 만드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설은 낡고 처리 용량은 오버되는 상태에서 처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처리시설을 시급히 보강해야 할 상황”이라며 “인근 마을과 관광시설에서의 악취로 인한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냄새 저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수년간 제주자치도와 제주시 등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확충 및 보강시설 시 연구 성과를 활용 악취오염원을 제거함으로써 제주 회천쓰레기매립장 일대를 다시 찾고 싶은 환경교육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더 늦기 전에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처리공정별 악취 발생 현황 조사와 분석, 퇴비화 처리공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저감기술의 현황 연구 등을 통해 퇴비화 처리시설의 악취를 줄일 최적화된 종합 방안 제시가 시급해 보인다. 세계자연보전총회를 개최하고 환경수도를 지향한다는 제주자치도·제주시가 쓰레기매립장 악취저감 시설 실태에 대한 개선 요구와 비난 여론에 더 이상 귀를 닫지 말아야 한다.

한편, 제주시는 이달 중순 공무원과 회천매립장 지역대책위원 등 13명이 6박8일간 프랑스·독일 지역의 쓰레기처리장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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