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승 중국통신> 아! 고구려 영토분쟁에 관한 단상

2012년 이상하리만큼 주변국과 북한 등 영토에 관한 설왕설래가 많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주변국들이 대선 혹은 권력이양기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슈가 많은 해인데 특히나 영토에 관한 내용이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방금 전, 회사사장님께서 고구려역사가 중국역사라는 미국국회 보고서에 관한 중국측 보도자료를 슬쩍 건네 오신다. 이심전심이라고 사장님의 웃음은 중국이 막무가내로 남의 역사를 빼앗는다는 뜻으로 전해온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나는 이 문제에 판단이 잘 안 선다.

한국을 떠나와 여기서 10년 이상을 상주하면서 생긴 애국심의 희석인가? 그러고 보니 2002년 대선개표현황은 인터넷 중계로까지 밤샘시청을 하며 재외국민투표제도가 없다고 분노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난 대선과 올 대선은 아무 관심도 없고 올해도 영사관에 갔다가 떠밀리다시피 재외국민 투표신고를 했을 뿐이다. 어제는 와이프가 “누구 찍을거냐”며 오히려 내 앞에서 유세를 한다.

얼마 전에는 모 인터넷논객과 진보논객을 자처하는 이들간에 인터넷 소위 ‘키배(키보드 배틀KeyBoard Battle)’가 있었다고 한다. 진보논객의 내공과 논리에서 앞서 일방적인 승리를 했다는 데 주요주제는 북한과는 NLL이다. 논점은 또 영토이다.

커밍아웃을 하자면 내 사상적 궤적은 복잡하다. 민족적이기도 하고, 자유적이기도 하고 나도 갈피를 못 잡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토문제만큼은 누구의 편에서는 것도 불편하다. 일 예로 우리가 독도를 실제 지배하고 있고 헌법에서 정한 소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의 하나이다. 고로 일본에게 주권의 문제로 강력하게 항의 방위하고 있다.

그런데 역으로 예전 고구려땅의 대부분은 엄연히 중국의 영토이다. 그럼 도대체 누구의 역사란 말인가? 심정적으로 그리고 학술적으로 민족적으로 고구려는 우리네 역사라 배웠는데, 고구려의 영토는 이미 1000년전(발해 멸망부터 계산하더라도)에 중국의 영토가 되어버렸다. 고구려 이후에도 수많은 중국의 지방정권, 소수민족국가가 설립되었다가 다시 중앙에 복속 되었다를 반복했다.

본래 주변국의 관계는 좋지 않다. 특히 현대국가를 이루는 주요 요소인 국민, 영토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봉건국가와 현대국가는 그 개념상으로 완전히 다른 실체이다. 적당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네 마을공동목장을 현대적 부동산소유권개념으로 사재화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문제의 심각성의 크기는 천양지차이겠지만.

본래 얽혀있는 문제이자 양보할 수 없는 문제에다 정치적 의도가 불을 확 지핀다.

우리가 독도를 포기할 수 없듯이 중국보고 고구려영토를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몽골이 옛 땅 찾기에 나서면 정말 큰일 일게다.

문제는 영토의 문제가 향하는 방향이 무엇인가가 아닐까 싶다. 자기 민족만의 번영과 지역패권을 위한 방향이라면 일어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고, 학술적이고 중립적인 문제제기라면 학자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나치의 유태인학살과 소련침공은 전자의 예일 것이다. 사실 후자의 예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유럽이 통합되기 전 먼저 행했던 일이 EU내에 유럽역사에 관한 공동연구와 유럽사의 집필이었다는 점은 참고할 가치가 있다. 최근 학계에서도 동북아 공동사 정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고현승 박사
혹자는 우리나라의 힘없음을 한탄하나, 이 문제를 힘으로만 밀어부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으로 밀어부칠 계제라면 일본의 조선병탄도 합리화되기 때문이다.

내가 본 글의 제목을 ‘단상’으로 지은 이유로 아무런 해결방안 없는 개인의 감상이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가 맞고, 중국의 영토이고 그러기에 중국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냥 여기서 그치면 안될까하고 아주 공허한 생각을 해본다. 먹물의 한계다. /고현승 대광경영차이나 법무팀장(법학박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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