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0 가믄장아기 신화3 

▲ 연극 가믄장아기(출처 극단 북새통)

세 형제는 각각 파 온 마를 삶고, 먹기 위해 둘러앉았다.
큰마퉁이가 마를 삶아 가져 왔다.
“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태어나서 많이 먹었으니 마 모가지나 드십서!”
마 모가지를 꺾어 늙으신 부모님께 드렸다. 손님격인 가믄장에게는 꼬리를 잘라 주고 자기는 살이 많은 가운데 부분을 먹었다.
둘째마퉁가 마를 삶고 들어 왔다.
“어머니 아버지는 먼저 태어나 많이 먹었으니 마 꼬리나 드십서!”
하며 꼬리를 끊어 늙으신 부모님께 주었다.


막내마퉁이

막내마퉁이가 마를 삶고 들어 왔다.
“우리들 낳아 키우려 하니 얼마나 공이 들고, 이제 살면 몇 해나 더 살 겁니까!”
막내마퉁이는 늙으신 부모님께 살이 많은 잔등 부분을 드리고, 가믄장아기에게도 가운데를 건넸다. ‘오호라 이놈은 쓸 만한 놈이군’, 가믄장아기는 생각했다.


막내 마퉁이만은 본적도, 들은 적도, 한 번 먹어보지도 않았던 음식을 넙죽 받아먹다

조금 후에 가믄장아기는 솥을 빌려, 가지고 온 쌀로 밥을 지었다.
“문전신 모른 제사 있으며, 주인 모른 나그네 있습니까?”
가믄장아기는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는 밥상을 마퉁이의 아버지 어머니께 들여갔다.
“이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고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어서 먹지 않겠다.”
마퉁이의 부모님은 상을 물렸다. 
“조상 대(代)에도 안 먹어 본 것이니 나도 안 먹겠다.”
큰마퉁이도 둘째마퉁이도 팥죽 같은 화만 냈다.


막내 마퉁이에게 밥상을 들고 가니 그는 허우덩싹 받아먹었다. 아우가 맛있게 먹는 걸 창구멍으로 몰래 보다가 형들도 한 숟가락 얻어먹더니 뜨겁다고 소리는 지르면서도 푸푸 불며 맛있게 받아먹었다.

▲ <나는 인어공주>. 안나 멜리키안 감독. 2012년 9월 22일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할머니 어머니 알리사 삼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을 주되게 잡는 영화다. 그녀는 능동적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다가선다. 알리사가 좋아하는 남자인 샤샤는 아주 부유하지만 습관적으로 살 뿐, 자신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남자다.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한 끝에 알리사는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구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한다. 호기심은 그 엄청난 세계를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사진 출처 씨네21)

발 막아 누울 아들 하나 보내달라고 당돌하게 말하다

저녁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가믄장은 마퉁이의 어머니를 찾아 갔다.
“발이 시려우니 발막아 누울 아들이나 하나 보내 주었으면 합니다.”
당돌한 말에 깜짝 놀랐지만 과년한 아들 셋이나 둔 어미로서는 반가운 소리였다.
“큰마퉁아 저 나그네가 발막아 누울 사람 하나 보내 달라는데, 가 볼 테냐?”
“애가 빠지게 마 파다 배부르게 먹여 놓다 보니 이젠 별 소릴 다합니다. 근본도 모르는 여자한테 어찌 장가를 듭니까?”
“길 지나가던 여자에게 날 보내서 공연히 날 죽여 먹으려고 하십니까?”
큰 마퉁이도, 둘째 마퉁이도 화를 냈다.

▲ 연극 가믄장아기(출처 극단북새통).

막내 마퉁이, 기뻐하며 발 막아 누우려 들어가다 

본 적도, 들은 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한 번 먹어봐야지’, 덥석 쌀밥을 받아먹었던 막내 마퉁이는 속으로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하는 말을 아니 들을 수야 있습니까?”
막내마퉁이는 가믄장아기 방으로 냉큼 들어갔다. 둘은 백년동거 약속하고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서로가 언약이 되어 곱게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혀 내 놓으니 절세미남이라, 꽃과 나비가 따로 없었다.
다음날 아침 잘 차려 입은 동생을 본 형들이 동생임을 몰라보고 넙죽 절을 했다.
“접니다. 형님들 막냅니다.”
“어 이거 몰라보았구나.”
형님들은 부러웠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었다. 


가믄장아기, 마 파던 데를 구경가고 꼼꼼히 살피다

가믄장아기는 고운 옷을 입고 마 파러 가려던, 여전히 정처없는 남편에게 갈옷으로 입으라말했다. 그리고는 마 캐는 곳을 구경이나 하겠다면서 따라나섰다.
큰마퉁이가 마 팠던 데는 똥만 물컹물컹 쥐어지고, 둘째마퉁이가 마를 파던 데는 지네, 뱀, 짐승들만 가득하고, 막내마퉁이가 마를 팠던 데는 흙돌만 잔뜩 버려져 있었다.
가믄장아기가 겉에 묻은 흙을 박박 쓸어 자세히 보니 금덩이고, 또 박박 쓸어 자세히 보면 은덩이였다. 가득 주워 검은 암소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이 밝자 막내마퉁이에게 그걸 팔아오게 하였다.


마만 파봤지 생전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는 막내 마퉁이는 난감했다.
“ 아니 저 돌들을 팔러 가서 뭐라고 하지?”
“그냥 가져 가면 얼마나 받을래? 할겁니다. 그러면 줄 만큼만 주라 하십시오”
막내마퉁이는 가믄장아기가 시키는 대로 장에 나가 금은덩이를 팔아왔다. /김정숙

* 현용준「제주도 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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