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전배 신임 청장, “올레 등급 매기고 일부 폐쇄 검토” 발언 ‘뭇매’
‘도보여행 아버지’ 베르나르 올리비에 “도보여행길 가장 안전한 길”

 

▲ 신임 장전배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취임 하루만에 '올레길 치안' 문제를 언급하며, 올레길 일부 코스의 '폐쇄 검토'를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걷기열풍을 주도하고 제주 문화관광의 아이콘이 된 올레길에 대한 경찰의 폐쇄 가능성 언급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제주올레 코스 중에서도 명소로 꼽히는 제10코스 전경. 31일 이곳에서 '2012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신임 장전배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취임 하루도 안 돼 ‘섣부른 말’로 올레꾼들과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제29대 제주지방경찰청장으로 공식 취임한 장 청장은, 이튿날인 31일 오전 10시 지방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방청 운영계획과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하는 자리에서 첫 일성을 ‘올레길 치안’에 맞췄다.

이 자리에서 장 청장은 “올레 길에 대한 안전진단을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해 안전 확보가 덜 된 길은 등급을 매기겠다”며 “보안이 취약한 지역은 굳이 현 코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코스변경 검토를 시사했다.

지난 7월 올레길 1코스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과, 지난 29일 한경면 올레길 14-1코스에서 여성 올레꾼을 위협해 돈을 빼앗으려다 달아난 강도 사건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장 청장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할 만큼 ‘설익은 채’ 앞서갔다.

장 청장은 “가능하다면 올레길 일부 코스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범죄 예방을 위해 코스 일부의 통행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장 청장은 물론, “아직 모든 (올레길)코스를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이란 전제도 달았다. 아직 모든 코스를 속속들이 돌아보진 못했지만 ‘필요하면’ 일부 코스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그래서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장이 무슨 권한으로 시민들의 산책로를 폐쇄하겠다는 것인지, 설령 치안유지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잘 알지도 못한다’ 면서 ‘폐쇄’부터 운운했다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 세계 도보여행가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도보여행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도 '올레길 치안' 문제에 대해 "도보여행길은 일반 도로보다 훨씬 안전한 길"이라고 언급했다. 올리비에 씨는 60세에 기자생활을 은퇴하고, 파리에서 콤포스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걸어서 여행한 작가다. 31일 '2012 제주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 올리비에 씨가 송악산 인근에서 해녀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올레 10코스를 걷고 있는 세계적인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오른쪽) ⓒ제주의소리

이날은 마침 ‘2012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올레 10코스에서 개막한 날이다. 세계적인 도보여행가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를 비롯해 수많은 내외국인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걷기 열풍의 근원이자 제주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이 된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걸어야만 느낄 수 있는 제주 가을의 속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날 올레길을 걷다가 장 청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무대응하겠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민 이 모씨(제주시 도남동)도 “기회가 될 때마다 올레길을 걷고 있지만 지금이 어느 땐데 경찰이 무슨 권한으로 올레길 폐쇄를 운운하는 건가”라며 “5.16 시절에도 이러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혀를 찼다.

올레걷기 축제에 참가한 올레꾼 김 모씨(서울시 강남구)도 “대한민국 지방경찰청장이란 사람의 발언이 맞느냐”며 “치유와 사색의 올레길을 경찰청장은 도대체 얼마나 걸어봤나?”, “무슨 권리로 폐쇄니 등급을 매기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올레꾼들도 장 청장의 발언에 대해 “개념이 없다”, “트레일을 만들어 민간에서 유지 관리하는 것도 대단한데 이젠 치안까지 민간이 책임지라는 소리냐”, “올레길은 열려 있는 길이다. 불행한 사고 한두 번에 폐쇄 운운한다면, 여의도에서 강도사건 몇 번 일어난다고 여의도를 아예 폐쇄할 거냐”라는 등 대체로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지구의 반 바퀴에 해당하는 전 세계 약 2만km를 걸어서 여행해, ‘도보여행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 도보여행가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도 30일 '2012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에 참가, 기자들로부터 ‘올레길 안전문제’를 질문 받고 “일년에 도로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다. 도보 여행길은 기존 도로보다 훨씬 안전한 길”이라며 “그리고 성인이라며 기본적으로 자기 안전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장 청장의 발언이 혹시 또 발생할 지도 모를 불확실한 올레길 범죄에 대비, 경찰이 민생치안에 소홀했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등 장 청장이 공식업무 첫날부터 ‘뭇매’를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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