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1 가믄장아기 신화 (4)  

부자가 되고 편안해질수록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지다

집안은 일시에 우마가 생기고 전답이 생겨 처마 높은 기와집에 풍경 달고 잘 살게 되었다. 살림살이가 늘어날수록 가믄장아기는 봉사가 된 부모님이 여기저기 동냥하며 있을 생각을 하면서 웃음이 사라졌다.

▲ 큰굿 <전상놀이>장면 일부. 큰굿에서는 가믄장신화를 구술하고, 그리고 신화를 대본으로 하여 심방들이 분장을 하고 놀이(연극)을 한다. 사진은 봉사가 된 가믄장의 부모가 가믄장이 여는 거지잔치에 막대를 의지하며 들어서는 모습.(2012. 9. 13. 성읍큰굿에서 찍음)

거지잔치를 열다

가믄장아기는 석 달 열흘 거지잔치를 열고 있으면 동냥바치가 된 부모가 틀림없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는 가믄장아기가 막내마퉁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천하거부로 잘살게 되었으니 이젠 모든 거지들을 위한 잔치를 하였으면 합니다. 그러면 내가 웃을 일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돈을 원하는 거지에게는 돈을 주고, 밥을 원하는 거지에게는 밥을 주고, 물을 그리워하는 거지에게는 물을 주며 거지잔치를 치르자 거지란 거지들은 모두 몰려들었다.
석 달 열흘 백일 만에 눈이 먼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의지하며 저만치에서 들어오자 가믄장아기가 역꾼들에게 지시했다.


“저기로 오는 거지 할망, 하르방에게는 부디 밥을 주지 말라. 밥을 먹기 위해 위로 앉으면 밑에서부터 밥을 주다가 떨어버리고, 밑에 앉으면 위로부터 밥을 주다가 떨어버리고, 가운데 앉으면 양끝으로 밥을 주다가 떨어버려라.”
부모님은 그릇 소리는 바로 옆에서 딸깍딸깍 나는데, 도통 먹을 차례는 되질 않으니 이리 찾아 앉고, 저리 찾아 앉는 동안 날이 저물고 잔치는 끝나게 되었다.


가믄장아기가 수별감 수머슴 느진덕정하님에게 지시했다.
“저 거지들은 잡아 놓았다가 다른 거지들이 가버린 후에 안방으로 청해 들이라.”
다른 거지들이 모두 가버린 후 안방에 청해 들이고 통영칠반에 귀한 약주 한 상 가득히 차려놓으니, 두 거지는 정신없이 먹어 갔다.

▲ 드디어 잔치상을 받고 허겁지겁 먹는 가믄장의 부모. (2012. 9. 13. 성읍큰굿에서 찍음)

조금 후 가믄장아기가 옆에 와 앉으며 말을 했다.
“어르신들, 옛말이나 말해 보십시오.”
“들은 옛말 없습니다.”
“그러면 봤던 말이라도 있으면 말해 보십시오.”
“ 봤던 말도 없습니다.”
“그러면 살아온 말이라도 해 주십시오.”
“그것은 할 말이 있습니다.”


가믄장의 부모님, 살아온 날을 노래하다

오늘 오늘 오늘이여/날도 좋아 오늘이여
옛날 옛적 내려서면/길가에서 마주 걷다
부부지간 되옵니다

딸삼형제 나옵네다/큰딸애긴 은장아기
셋똘아긴 놋장아기/작은딸 가믄장아기
솟아나니 부자되고

하룻날은 비가 오니/심심허고 복에 겨워
세 딸아기 불러놓고/누구 덕에 먹고사냐
문답놀이 하옵네다

은장아기 대답하길/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도 덕입니다/어 기특하다
네 방으로 돌아가라

놋장아기 대답하길/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도 덕입니다/어 기특하다
네 방으로 돌아가라

가믄장아기 대답하길/하느님도 덕입니다
부모님 덕입니다만/나 배꼽아래
선그믓 덕입니다

가믄장아기 밖으로 나가라 내쫓아 버렸구나 ….

가믄장아기임을 밝히다

살아온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가믄장아기는 잔에 촬촬 넘치게 술을 부어 권했다.
“이 술 한 잔 드십시오. 천년주입니다 만년주입니다. 설운 어머님 아버님!, 가믄장아기우다.막내딸이우다”
“이? 어느 거? 어느 거!, 우리 가믄장아기?”
놀라서 들었던 술잔을 떨어뜨리는 순간 설운 아버님 어머님 눈이 팔롱하게 돌아와 개명천지가 되었다. 부모님은 가믄장아기 집에서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 /김정숙

* 현용준「제주도 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