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니까 해!" 묻지마 관습을 깨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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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42 가믄장아기 원형 ①

관습적으로 굳어져 온 것들에 대한 저항하는 여신


<삼공신화>의 주인공은 전상신인 가믄장아기이다. 전상이란 전생인연, 운명을 말한다.


제주의 여신들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여신·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접과 여신·여성들의 위대한 영성에 감탄하면서, 몇 날을 못자면서 큰굿을 쫓아다니고, 사진을 찍어대고, 그림을 그리는 이 모든 일이, 그와 그녀들 모두의 ‘전상’때문이라는 거다.

전상, 운명은 하늘에서 준 것이지만 세상사는 것이야, 하늘 이후 내가 선택하며 사는 일이니 전상이란 결국은 개별의 몫일 것이다.


▲ 연극 가믄장아기 스틸사진(출처/ 극단 북새통)

나무 바가지 아기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


그녀는 ‘나무바가지 아기’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로 태어난다. 가난한 집의 여식에다, 가장 나이 어린 막내인 그녀는 동네 사람들이 나무바가지에 밥을 해다 키워준 ‘나무바가지 아기’이며, 이 이름이 동네 사람들의 행위와 관련하여 부여된 것임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가장 폄하되고 낮게 대우받는 열등한 존재다.

또한 이 나무바가지 아기는 첫째 언니인 은장아기와 둘째언니인 놋장아기로 이어지면서, 가난은 계속 가난을 낳고 대물림되는, 극복하기 어려운 운명이라는 것을 중층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저항


운명의 여신이 천부적이고 사회적·가부장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이 점은 가믄장아기 원형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성과 가난이 천부적인 운명이라지만, 여성비하의 가부장적인 관습이 천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개인적 결과라는 것 역시도 지배적 체제의 엄폐논리와 일정하게 맞닿아 있다.


결국 가믄장아기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가난과 여성이라는 굴레, 사회적으로 굳어져 온 그녀의 차별적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경제력과 독립의 성취에 매진하며, 여성, 가난, 효, 인간관계 등에 관습적으로 굳어져온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 나간다. 

▲ 이수정 감독, 다큐멘터리. <깔깔깔 희망버스>.(스틸사진/ 제13회 제주여성영화제)희망버스, 트위터라는 공간, 그간 나누며 이룩해온 축적물들, 여배우, 시인 등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연대 속에서의 저항. 이 모든 저항들이 ‘전상’ 때문이라는 거다.

그녀는 지금껏 물려져 내려온 모진(나쁜) 전상, 즉 여성과 가난에 대한 차별이나, 효도나 장유유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묻지마’ 관습 같은 ‘나쁜’ 전상을 극복해내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과 실천의 길을 보여주는 여성성의 여신 원형이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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