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죄책감에 목맸으나 줄 끊겨"...'강간살인' 혐의 놓고 치열한 법리싸움

[기사보강] 2012.11.19.17:12

제주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강모(45)씨가 경찰에 검거되기 하루전에 자택 인근 숲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진술이 재판과정에서 나왔다.

강씨가 피해 여성의 신체 일부를 흉기로 자르고 사건현장에서 18km 이상 떨어진 지점에 갖다 놓은 것도 자살을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최용호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배심원단을 구성해 오후 1시30분부터 본격적인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의 핵심은 강씨가 피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살해했는지, 아니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다. 실제 재판에서도 이부분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경찰과 검찰은 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형법 제250조(살인)에 따라 일반 살인은 최소 5년에 처해지지만, 강간살인 등 중대범죄의 경우 20년 또는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가 내려진다.

강씨 역시 재판부와 배심원단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형량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올레길 살인 피해자 사체 부검에서 부패 정도가 심해 성폭행 여부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과 검찰은 강씨가 조사과정에서 강간시도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강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측은 이날 사건설명을 통해 "강씨는 강간을 부인하고 있으나 당시 정황은 강간 살인을 말해주고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말만 따르면 진실을 놓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황을 토대로 배심원단이 강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검찰측 입장에서 살인강간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측 주장에 변호인단은 우발적 범행을 내세우며 맞섰다. 변호인단은 "피고가 소변을 보는 도중 현장을 지나던 피해여성이 '(내)사진을 찍었다'고 말하며 피의자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강씨가 특수절도로 누범기간인 상황에서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자, 누범 기간에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이 저질러 졌다"고 변호했다.

경찰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자살시도가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강씨가 죄책감에 22일 중턱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나무에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으나 줄이 끊겨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에 실패하자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파출소로 임의동행을 했고, 밤샘조사 끝에 이튿날 검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여성의 신체 일부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서도 "강씨가 자살과 자수 등의 시간을 벌기위해 손목을 잘라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판단을 돕기 위해 현장 사진과 증거물을 제시하고 당시 사건을 맡은 형사와 유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배심원단은 여성 6명과 남성 4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됐으며 공판이 끝난뒤 평결을 통해 형량을 내놓는다. 최종 선고는 재판장이 한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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