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제주올레길 살인사건 피고인 강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국민참여재판, 강간혐의 배심원 6명 유죄 vs 3명 무죄...형량서 4명이 23년 다수 의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올레길 40대 여성 관광객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강모(45)씨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이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최용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장장 16시간이 넘는 공판 끝에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정보공개 10년과 출소 후 위치추적을 위한 전자팔찌 10년 착용도 주문했다. 성폭력 치료수강 40시간도 함께 결정했다.

국민참여재판에는 총 34명의 배심원단이 신청했고 이중 10명이 최종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관심이 워낙 높아 배심원단 선정에만 2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튿날인 20일 새벽 2시까지 진행돼 수차례 휴식시간을 갖는 등 무려 16시간 가량 공판이 이뤄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배심원단은 평의를 통해 쟁점인 강간혐의에 대해 6명이 유죄, 3명이 무죄 의견을 냈다. 양형에서는 2명이 무기징역, 1명이 24년, 4명이 23년, 2명이 징역 20년의 의견서를 각각 재판부에 제출했다.

# 살인강간 혐의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재판부 "피고인 행적 토대로 강간 인정"

이날 공판의 핵심은 강씨가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인 했느냐 여부다. 경찰과 검찰은 강간살인으로 판단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강간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적을 토대로 강간살인이 인정된다. 범행과정의 피고인이 여성의 상의가 벗겨진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도 이유"라고 판시했다.

강씨가 피해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등 나머지 검찰측이 제시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다툼없이 모든 내용을 인정했다.  

형법 제250조(살인)에는 사람을 살해하는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법정형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량을 결정한다.

일반적 원한관계의 살인이 발생하면 10년 내외의 실형이 선고되지만, 강간살인 등 중대범죄의 경우 최소 20년 내외,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가 가능하다.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실제 피해자 K씨에 대한 사체 부검에서 부패가 정도가 심해 성폭행 여부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 올레길 살인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강씨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가 재판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검찰측 정황증거 제시 사형 구형...변호인 "강씨는 소시오패스" 우발적 범죄 주장

재판에서도 강간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검찰측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펼쳐졌다. 검찰은 강간살인 혐의를 강조했고 변호인단은 우발적 범행이라며 맞섰다.

검찰측은 "사건의 정황상 강씨가 올레길에서 피해자에 강간을 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것"이라며 강씨와 함께 유치장에 있던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증인들은 재판과정에서 강씨가 유치장에서 올레길 여성 살인 사건을 얘기하며 여성의 중요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강씨가 검찰 1회 조사시 '너도 당해봐라'라고 말한뒤 살인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이후 자백한 내용을 번복했으나 증인들의 진술과 정황상 강간살인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심원단을 향해 "피해자가 죽은 상황에서 피의자의 말만 들을 경우 진실을 놓친다"며 "사건의 정황을 토대로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이에 맞서 우발적 범행임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피의자가 소변을 보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사진을 찍자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보호관찰관 소견을 토대로 강씨가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일명 '소시오패스'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변호인측은 "강씨가 특수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누범기간 중 여성으로부터 오해를 받자, 홧김에 여성과 실랑이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살인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줄곧 강간 혐의를 인정치 않았다"며 "경찰의 강간살인 발표는 강씨가 허위자백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 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고 재판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끼지 장장 16시간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피해여성 시신 일부 훼손 이유 드러나...강씨 "자살이나 자수할 시간 벌려고..."

강씨가 피해자의 신체일부를 훼손해 범행 현장서 약 18km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당초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피해자의 유족에게 신체의 일부라도 돌려주기 위해 갖다놓았다고 진술했으나 재판과정에서는 오히려 변호인측의 얘기가 달라졌다.

변호인측은 "강씨는 살인후 자살이나 자수를 할 생각에 시간을 벌기 위해 손목을 그곳에 갖다 놓았고, 22일 자택 인근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줄이 끊겨 실패했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이 같은 주장에 "손목을 잘라 갖다 놓은 것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시신훼손이 아닌 유류품 제시 등 방법은 많았다"고 맞섰다.

살해동기와 시신훼손의 이유와 달리 강씨가 살해 후 시신을 숨기고 대나무밭으로 이동해 다시 유기하는 등 시신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변호인단도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무려 16시간이 넘는 공방 끝에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감형에 대비해 전자팔찌 부착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 국민참여재판이 끝난후 피해 여성의 남동생이 재판부의 선고결과를 납득할 수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터뷰에 응했으나 얼굴공개를 꺼려 모자이크처리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강씨 최후 진술서 눈물 보이며 뒤늦게 후회 "피해여성 유족에게 미안하다"

배심원단의 평결에 앞선 최종 진술에서 강씨는 눈물을 흘리며 피해여성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강씨는 "자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처벌을 받으려고 생각했다"며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다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 잘못했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피고인인 강씨는 지난 7월12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올레1코스 부근에서 홀로 제주여행을 온 K씨에 몹쓸짓을 하려다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이 끝난 후 피해여성의 남동생은 "승복할 수 없는 결과다. 제2 제3의 법죄자가 또 다시 나나타날 가능성을 열어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낮은 형량은 국민의 비난과 사법부에 대한 지탄을 받게 할 것"이라며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검찰을 통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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