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인 칼럼> 김황식 총리에 대한 공개질의

김황식 총리님,

지난 5월 말경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총리실을 방문했을 때 총리실에서 강정주민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저는 강정주민들에게 총리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니 총리실을 믿고 대화를 해보자고 설득했습니다. 또한 총리실이 주관하는 제주해군기지 관련 끝짱토론을 중재하며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애를 무진 썼습니다. 강정마을회에서 총리실을 불신하여 끝짱토론을 거부했을 때에도 저는 오히려 총리실의 입장을 두둔하며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끝짱토론은 공사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 용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저 역시 총리실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총리실의 진정성을 믿었고 대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보려고 계속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에 의해 공개된 ‘민군복합형관광미항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이하, ‘기술검증위’) 회의록, 기술검증위에 참여했던 김길수 교수의 증언 등에 의해 총리실이 기술검증위 회의결과를 유도했고 짜 맞추기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제주해군기지가 실상은 해군기지임에도 마치 민군복합항인 것인 양 꾸미고 공사를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총리실이 그동안 국민을 속여 왔던 것입니다. 설마 하면서도 총리실을 믿고 있었던 제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국민을 속이는 일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면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은 대한민국 공동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찍이 공자는 정치의 기본은 안보, 경제, 백성의 신뢰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백성의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더군다나 총리실의 거짓에 기초한 공사강행으로 이를 막던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수백 명이나 체포되고 그 중 몇몇은 감옥에 가게 되는 비극적인 일까지도 발생했습니다. 만일 정부가 정직했더라면 해군기지 공사는 강행되지 못했을 것이고 그들이 체포당하고 감옥 가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국가권력의 횡포로 인해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었던 4ㆍ3의 아픔이 있는 제주에서 부정직한 정부 때문에 또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부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국가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이제 강정주민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원한다는 총리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총리실에 이용당했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또한 강동균 회장을 비롯한 강정주민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황식 총리님,

총리님께 공개적으로 묻습니다. 왜 총리실이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또한 총리님께서는 강정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마음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허위이고 위선입니까?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주십시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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