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크 크르땡(Jacques Cretin)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çaise) 위원장

 

▲ 알리앙스 프랑세즈 한국 위원장 자크 크르땡이 4일 열린 씨네토크에서 관객들에게 영화 '마지막 수업'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문화를 전세계에 퍼트리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한글학교는 아시아를 넘어 폴란드, 덴마크까지 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어 학교 ‘세종학당’은 이미 전 세계 43개국 90개가 개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이미 한 세기 전에 앞서서 행한 이들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çaise)’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1883년 설립됐다. 이후 점점 확산돼 현재 전세계 136개국에 1000여개까지 늘어났다. 현지법인단체들로 구성된 공익적 목적의 비영리기관으로 이곳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만 50만명이 넘는다. 

한국만 해도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대구, 광주, 전주에 총 7개 문화원이 있으며 이 곳에서 수강생은 1만명이나 된다.

이번에 만나 본 자크 크르땡(Jacques Cretin)은 알리앙스 프랑세즈한국위원회 위원장이다. 제주씨네클럽에 참여하기 위해 이번에 세 번째로 제주를 찾은 크르땡은 한국이 최근 매달리고 있는 '한류', '한글의 세계화'와 관련해 길지는 않지만 뼈 있는 몇 마디를 건넸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한국모델과 달리 전 세계 현지인들의 요구와 신뢰에 바탕해 이뤄진 시스템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알리앙스의 성공 이유는 바로 자발성” 

▲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자크 크르땡 위원장(왼쪽)과 씨네클럽을 진행중인 고영림 교수(오른쪽). ⓒ제주의소리

-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대해 생소해 하는 사람이 많다, 간단하게 어떤 기관인지 소개를 해준다면

“미국문화원, 영국문화원,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는 자국 문화를 선양하기 위해 국가에서 설립한 곳이다. 그러나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정부나 대사관 소속이 아니다. 전 세계에 136개국에 1000개 알리앙즈 프랑세즈가 설치돼있는데 모두 그 지역자체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불어를 사랑하고 프랑스 문화를 애호하는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프랑스 정부에서 그 때에 디렉터(원장)을 보내고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 국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먼저 탄생하다는 얘기인가? 사실 보기 힘든 모델같다. 독특하다.

“중요한 건 세계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관여하는 게 아니다. 협의체가 생긴 후에야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 민간주도형인 셈이다.  1000개 넘는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각자가 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알리랑스 프랑세즈로 인정을 받고 위상을 지니려면 본관에서 정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바로 ‘비정치적이고 비종교적이고 비이데올로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알리앙스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지역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받지 않고 직접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데 좋은 예가 있다. 1995년 프랑스 정부는 남태평양 핵실험과 관련해 뉴질랜드와 엄청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도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중립적인 위치로 변함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제공되는 수업의 질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알리앙스 지역에서 요구되는 프랑스와 프랑스 문화를 지역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불어수업에 질이 높다. 현지인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이 모아서 더 풍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도 쉽지 않은 일을 100년 넘게, 전 세계 각지에 이런 시스템을 운영해냈다. 어떻게 자발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성공한 이유는 프랑스 본부나 정부에서 규제를 안하고, 자율적·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생겨서 자발적으로 커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 자크 크르땡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에 기초한 신뢰"라고 강조한다. 정부차원에서 추진해도 힘든일이 130년넘게 성장해온 것은 이 신뢰감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 그런데, 이런 의문이 있다. 알리앙스는 1883년 프랑스와 전 세계의 여러 민족을 '결합'시켜줄 비영리단체로서 출범했다. 때문에 다분히 민족주의적 성향도 띄고 있을 것 같은데 알리앙스의 주요가치 중 하나가 ‘문화적 다양성’의 고취다. 민족주의와 문화적 다양성은 사실 좀 상반된 개념이 아닌가? 공존이 가능하나?

“1883년 출범당시에는 그런 것이 맞다. 프랑스를 전 세계와 연결하면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전파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교류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는 당연히 국가 간 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하며 당연히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한다. 더 나아가 현재의 알리아스 프랑세즈는 해당 지역의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 까지 목적으로 한다”

- 한국이 최근 한국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한국인교원을 양성하고, 세종학당을 정부차원에서 추진중이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이런 일들을 1세기에 앞서서 해냈는데 혹시 현재 한국에 해줄만한 조언이 있나.

“사실 한류를 보면 상업적인 면이 있다. 인위적으로, 더 상업적으로만 몰아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한류가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지금 한국어로 노래를 하니까, 한국어를 세계로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예를 들면 프랑스 사람들이 나에게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며 이력서를 보낸다 한류의 영향을 받아서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이처럼  한류의 영향을 받아서, 이런 상황이 무르익어가면 한국음악을 통해서. 한국 문화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번엔 다른 얘기를 해보자. 2010년 9월 부임한 이후, 알리앙스 프랑세즈 한국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한국에 대해 인상을 받은 게 있다면?

“역동성과 한국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해 갖는 자부심이다. 프랑스사람들은 자기 나라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절대 만족한 적이 없다.(웃음)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다르다. 자기 나라에 대해 만족하고 자부심을 강하게 갖는 것 같다. 그리고 외국인들에 대해 마음이 열려있고 외국인에 대한 굉장히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들을 선뜻 도와주는 것을 여러번 봤다”

- 제주에 프랑스영화제가 열리고 씨네클럽이 이어지긴 하지만 더 큰 문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혹시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다양한 활동들을 제주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도 하나도 자발적인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 두 사람만으로 안된다. 민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프랑스대사관이나 정부에서도, 또 나 역시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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