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참여환경연대 등 도내 6개 시민단체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부만근 범도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7월23일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오른쪽)와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DB>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서 횡령과 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다. 결론은 무혐의다.

18일 제주지방검찰청은 7월부터 5개월간 진행된 7대경관 수사를 마무리하고 피고발인(피조사인)인 우 지사와 부만근 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사는 7월23일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6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우 지사와 부 위원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시민단체는 우 지사와 부 위원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위반(업무상 횡령)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발장을 작성했다.

우 지사의 경우 7대경관 투표 과정서 발생한 행정 전화료를 제주도의회 승인 없이 예비비로 전용한 사실을 토대로 업무상 횡령혐의 혐의를 적용했다.

부 위원장에 대해서는 용도가 특정된 민간기탁금을 기탁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불법으로 행정전화료로 전용한 사실이 내세워 업무상횡령과 기부금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시켰다.

# 우 지사 특가법상 횡령 혐의 적용여부 '쟁점'...검찰, "임의사용으로 볼수 없어"

이번 고발 사건의 핵심은 횡령과 기부금법 위반 여부다. 검찰도 관련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 법률적으로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우선 횡령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우 지사와 부 위원장이 7대경관 기탁금 중 9억7000만원을 행정전화요금 납부에 사용한 점을 횡령으로 판단했다.

우 지사가 지난해 도의회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행정전화요금을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비비 81억원을 전화요금으로 전용한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검찰은 기탁금이 기탁자들의 의사에 반해 임의로 사용되기 보기 어렵고 횡령의 범위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불법영득의사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인 것처럼 취득한다는 적극적 의사를 뜻한다. 검찰은  기탁금의 행정전화요금 사용을 횡령을 위한 적극적 행동으로 보지 않은 셈이다.

예비비사용에 대해서도 검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비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를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횡령 혐의를 적용치 않았다.

KT로부터 전화요금의 일부를 제주도와 범대위가 나눠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KT수익금을 총 전화요금에서 공제한 것을 뿐 피고발인들에게 흘러갔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 부만근 위원장, 기부금품법 위반여부 관심...검찰, 투표기탁 모두 '위임'으로 해석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제주도청과 범대위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우 지사와 부 위원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법률적 쟁점은 역시 기부금법 위반 여부다. 고발인들은 범도민위가 민간기탁모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부금품 모집 등록절차를 위반하고 기탁금도 본연의 용도로 사용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시민단체 해석과 달리 기탁 자체를 폭넓은 '위임' 행위로 해석했다. 최초 약정기탁은 기탁자가 범도민위에 사무처리를 위탁한 만큼 효력이 생기는 민법상 위임으로 판단한 것이다.

사무처리로 발생한 전화요금도 기탁자가 직접 KT에 납부하면서 범도민위가 취득한 금전도 없다며 기부금품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기탁금은 도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인 전화투표로 발생한 전화요금을 보전하기 위한 것인 만큼 사무처리비용이지, 기부금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만약 현금기탁금 납부를 위임이 아닌 조건부 증여로 본다면 법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나, 검찰은 "이 또한 약정기탁 이후 현금기탁이 도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조건부 증여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 검찰 "사실관계는 명백, 법률적용은 힘들어" 도덕적 문제는 여전

세계7대자연경관은 2009년 7월21일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최종 7개 자연경관에 들어가기 위해 제주도는 대대적인 전화투표 동참 운동에 착수했다.

2011년 6월부터 범도민위가 도민들과 단체들의 전화업무를 대행해 전화투표를 진행했다. 두달 후인 8월부터는 약정기탁과 함께 현금기탁도 받기 시작했다.

이 기간 범도민위에 기탁된 금액만 약정기탁 투표 23억5667만원, 현금기탁 33억1609만원 등 56억7276만원에 달한다. 행정전화비용은 이보다 많은 170억원 상당이다.

유상범 제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횡령과 기부금법 위반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며 "혐의 적용여부를 두고 법률검토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용 여부는 자체조사 함께 대법원 판례와 행정안전부 유권해석 등을 토대로 판단했다"며 "기탁 행위를 위임으로 판단해 횡령 혐의 적용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 차장검사는 또 "검찰의 조사는 혐의에 대한 법률 적용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도덕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판단할 성격이 아니"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하고 관련 사실은 이날 오후 제주도 관련 부서에 통보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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