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시대 제주-프롤로그] 소통-대통합 전면에...제주현안 해결 기대반 우려반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민대통합 등을 국정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겠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일성은 '약속 이행'이었다. 당선이 확실시되던 19일 밤에도 그는 신뢰, 약속, 대통합을 강조했다. 아울러 '민생'과 함께 '소통'을 전면에 내걸었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에 "실천하지 못할 약속은 애당초 하지도 않는다"고 주창했다. 또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고 했다.

직선제 부활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는 이 구호가 대중에 어느정도 먹혀 들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일까. 박 당선인은 제주지역 공약을 남발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다만 4.3해법에 관해선 전향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추모기념일 지정, 4.3평화재단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제주와 와선 "제주4.3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으로,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했다.

공약 실천에 대한 이같은 의지 표명은 제주 현안 해결에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겐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인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도 후보 시절에는 수많은 제주 공약을 내놓았으나 대부분 공염불에 그쳤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제주와 소통하지 않았다. 아니 홀대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공항 건설 공약은 취임 1년이 지날 즈음 용도 폐기했다. 4.3중앙위원회는 임기내 단 한번 밖에 개최하지 않았다. 해마다 열린 4.3위령제에도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수세력의 4.3폄훼, 왜곡시도는 MB정부에서 극에 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미 배정된 4.3관련 예산도 해가 지나도록 집행하지 않고있다. 

제주 전역 면세지역화도 가물가물해졌다. 그 전 단계인 부가가치세 사후 환급 제도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는데도 1년 넘게 시행되지 않고있다. 정부는 신 자유주의의 상징인 영리병원 도입과 이 제도를 억지로 연계하는 몽니를 부렸다.

전 정부의 아이콘인 '지방분권'에 알러지 반응을 보인 MB정부 4년여동안 도민이 느끼는 특별자치도의 체감도는 곤두박질쳤다. 국회가 명령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군항으로 변질됐다.  

이처럼 MB정부 5년은 제주와는 '불통의 세월'이었다.

제주사회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심정적으로 아량(?)을 베푸는 이도 적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제주는 집권여당의 승리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대한민국 1%인 제주는 안중에 두지 않더라도 '대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제주에 있어 MB정부 5년은 이전 정부와도 뚜렷이 대비된다. '보은'(報恩) 차원 만은 아니다. 그 중심에 4.3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세기 넘게 제주도민들을 빨간색으로 덧칠한 4.3해결에 앞장섰다. 2003년 10월 정부보고서를 확정했고, 국가를 대표해 제주도민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또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2006년 4.3위령제에도 참석했다. 2005년 1월에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며 제주를 '세계 평화의섬'으로 선포했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앞선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첫 단추를 뀄다. 굴곡의 역사를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 애를 썼다. 1999년 12월 4.3특별법이 국회를 통과, 이듬해 1월 공포되면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본격화하는데 디딤돌을 놓았다.

제주 미래 청사진인 국제자유도시 구상을 구체화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정 공포한 것도 김대중 정부다. 

이심전심. 제주도민은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마음으로 찬사를 보냈다.

제주도민 과반이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제주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이명박 정부와 달리 신뢰와 원칙을 중시한다는 박 당선인의 진정성을 한번 믿어보겠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소통과 대통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도 그런 믿음을 짙게했다. 제주에서 박 당선인의 승리는 감귤, 관광으로 빈곤 탈출의 계기를 마련한 선친에 대한 강한 향수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지를 받들어 제주에 그 이상의 뭔가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선거 기간 박 당선인은 4.3해결과 '글로벌 관광휴양지' 육성, 공항 인프라 확충,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개발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 농축수산업 경쟁력 강화, 말(馬)산업 특화단지 조성,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구축, 감귤의 세계적 명품산업 육성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박 당선인은 20일에도 거듭 '소통'과 '대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한 박 당선인의 '국정 키워드'는 화해, 대탕평,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 경제민주화, 상생과 공생, 국민행복시대,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 올바른 역사인식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국민대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화해와 대탕평 인사를 제시했다.

그는 회견에서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하겠다"며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리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주사회에선 지난 5년 '제주 홀대'의 여운이 너무 강한 탓에 박 당선인에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읽혀진다.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 당선인이 제주까지 '100%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감싸안을지 냉정한 평가의 출발점에 서 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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