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가 위촉한 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사람으로 판단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헌법재판소는 전 제주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인 남모씨가 제기한 '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위헌소원 등'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3의 위헌 다수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은 법률에 대해 일정한 해석의 범위를 정해 그 범위를 벗어났을 때 위헌으로 보는 변형결정이다. 때문에 향후 비슷한 사건의 줄소송이 불가피해졌다.

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쟁점은 행정기관이 위촉한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인사로 해석해, 공무원에만 적용되는 뇌물죄를 내세워 유죄를 논할 수 있는냐 여부다. 

제주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인 남씨는 골프장 재해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용역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0년 제주지법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5265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은 공무원에 해단된다"며 "용역대금을 먼저 정해 요구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남씨는 이에 "자신은 공무원이 아닌 만큼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지난해 1월에는 항소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남씨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법원과 달리 "위촉위원을 자의적으로 공무원으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남씨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법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한 공무원이 아닌 위촉위원을 공무원으로 해석해 왔다"며 "이는 죄형법정부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남씨와 같이 위촉위원임에도 법원에서 준공무원으로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사건에 대해 재심청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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