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2013년, 지역언론 살리는 원년이 되기를

인간이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새해가 출발했다. 대선 결과의 영향으로 희망의 설렘과 절망의 무력감이 교차하는 시기에 새해를 맞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철저한 복기를 통해 ‘수성ㆍ확장’과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 모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성찰할 때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통합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새 정권은 통합을 시대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갈등과 분열의 구조를 타파하고 대화와 타협의 구조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실천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주도하고 있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막중하다. 대선 과정에서 언론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자기 진영의 권력 창출에 깊이 매몰되지나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 환경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구독율과 지상파 TV의 시청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스마트미디어 이용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언론의 중앙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지역성이 퇴색하고 지역언론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국민통합의 선결과제인 지역통합이 긴요한 시기에 지역언론의 위기는 국가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실한 지역언론의 존재는 민주주의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정보유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고를 저항없이 바꾸는 시대다. 세계 미디어 시장은 쌍방향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구글, 애플 등 소수의 미디어기업으로 독과점화되고 있다. 신문, 방송 등 전통미디어는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작년 말로 종이시대를 마감하였다. 신문, 책과 같은 종이 매체의 종말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전통미디어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디어 대체론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의 한계 때문에 미디어 대체론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언론의 생존여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점증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중요성에 비해 종이신문의 구독자 감소, 광고 시장 축소 등 만성적 적자구조도 일상화되었다. 콘텐츠의 질 저하와 우수인력의 유출은 지역 뉴스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역 공론장의 붕괴는 물론 지방자치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실종될 우려가 크다.

2011년 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102개 지역종합지의 매출액은 11개 중앙지의 1/4수준에 불과하다. 중앙 언론의 지역이슈 선점과 유통시장 장악으로 지역 언론 위상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지역언론이 미국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가 말한 ‘내향적 정교화’로 자기 파괴적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스마트미디어 발전에 따른 지역언론의 대응 태세는 미비하다. 일부 언론사에서 스마트폰 전용 앱과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지만 부실한 콘텐츠 때문에 지역 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지방자치단체와의 불균등한 관계를 낳는다. 지역언론이 생존을 위해 지자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광고ㆍ행사 지원 등 사업 예산을 미끼로 유착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적자나 인력부족을 이유로 지자체 보도자료에 대한 이용도가 높아지면 지역 문제를 점검하는 탐사 보도나 지역의제 주도권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지역 관점 없는 지역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언론의 황폐화 현상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민주주의의 후퇴와 함께 지역의 문화공동체가 용해될 수도 있다. 사회적 공론화와 함께 다양하고 심도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지역언론의 독립성 확보를 전제로 정부의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가칭 ‘지역언론발전지원법’을 제정하여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원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발전지원기금 조성과 운영의 독립성ㆍ공정성ㆍ투명성 제고, 수혜 언론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 제주의소리

정부의 지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언론은 스마트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콘텐츠의 90% 이상 생산하는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지역정보를 발굴, 스마트 콘텐츠로 재가공하고 주민이 직 접 참여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면 안정적 수익구조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언론사가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료 통합 앱과 디지털 뉴스 가판대 운영 등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언론이 직면한 상황은 절망적이다. 지역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새 정부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중지를 뫃아 획기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언론을 살리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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