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칼럼> 강정마을과 권력형 비리, 누가 진짜 사면 받아야 할 사람들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한달여를 앞두고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대통합’이란 명분을 내세우려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대통령 측근들을 특별사면에 포함시켜 마지막 보은을 하겠다는 심사로 해석되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각계각층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사면을 탄원하거나 요구하고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면시기나 대상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라고 밝혀 결국 임기내에 특별사면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은 이명박 대통령퇴임이 2월25일을 고려할 때 설(2월1.0일)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대통령측근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각종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를 사면시키는 건 형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사법무와 국민을 모독하는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다.

 # 국민통합 해치는 낮 뜨거운 사면권 남용

역대정권마다 국민대통합, 사회통합이란 이유로 생계형 범죄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뒤로는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이나 정치인, 경제인들을 은근슬쩍 끼워 넣어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치를 흔들어왔다. 

그래도 최소한 양심은 있었고, 국민의 눈을 의식해 자신의 재임기간 중 저지른 친인척 비리에 대해서는 직접 사면을 한 예는 역대 정권에서도 없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12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임기말에 사면했지만, 그해 5월에 구속된 아들 현철씨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8월에야 풀려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지만 2002년 6월에 구속된 홍업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8월에 특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2월 자신의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면한 게 측근 사면의 유일한 예다. 대부분 전 정권에서 구속된 인사들, 2~3년 감옥 생활을 한 자들에 대해서 차기 정권이 사면해 줬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 6월 라디오 연설에서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자신의 측근은 물론, 정치인, 경제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면에는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중 측근으로 통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 위원장, 천신일 세중 나모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누구인가 대통령 이름을 팔고,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없어 자신의 이권과 막대한 부를 챙긴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아닌가. 이들에 대해선 사회지도층, 사회유력인사란 말을 꺼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들을 풀어주는 데 ‘국민대통합’이니 ‘사회통합’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쓴다면 그들의 뻔뻔함을 넘어 역겨울 뿐이다. 법치를 흔들고 사법부를 모독하는 건 물론, 국민대통합과도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 1년새 500명 구속.불구속되면서 그들이 외친 강정마을 진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에라도 진정 사회통합을 원한다면, 자신의 재임기간 중 벌어진 통치행위에 대해 국민대통합을 바란다면 강정에 대한 사면이 먼저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시작해 지난 6년가까이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다 구속.불구속 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사면이,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로 영어의 몸이 된 이들에 대한 사면이 바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대통합이다.

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의 진실은 무엇인가.
김태환 전 제주지사가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고(2006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받아들여 감사 표현(2007년 5월)을 한 6년여간 강정마을 주민들이,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생계를 팽개치고 처절한 싸움을 해 온 진실은 무엇인가. 그래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500여명이 체포 연행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구속되거나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유를 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강정에 대한 대사면을 하는 게 국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또 국민대통합이다. 

강정마을 1900여명 주민 중 겨우 87명이 마을회관에 모여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통과시킨 게 강정마을의 진실이다. 450년 설촌역사를 하루아침에 흔든 해군기지 유치결정에 반대한 다수의 마을주민들이 마을 총회를 열고 유권자 1050명 중 725명이 참여한 찬반 비밀투표에서 94%가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한 게 강정마을 사태 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환 전 제주지사는 해군기지 건설사업 후보지를 여론조사로 결정해 버리고, 노무현 정부는 “국책사업, 국가안보에 관한 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 한 게 강정마을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결정한 게 아니"라며 정책결정의 책임을 떠 넘기면서도 “주민투표 등 정당한 민주적 절차를 밟으라”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공권력을 앞세워 묵살한 게 오늘 강정마을이다. 후보지 결정은 노무현 정부가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 과정’을 그대로 밀어 붙이고 공권력으로 탄압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이 국회 박남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 된 20011년 8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년 사이에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만도 586명에 이른다. 이중 493명은 구속되거나 불구속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선고 됐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벌금만도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는 1년 동안 강정마을에 연인원 13만명에 이르는 육지부 경찰을 투입했다.

강정마을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결정과 공권력에 의해 완전히 풍비박살 됐다. 마을의 평화는 산산조각 났다. 이웃형제는 물론이고 친인척 형제자매들끼리 해군기지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다. 강정마을주민 3명 중 1명꼴로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1주일 사이에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인권의학연구소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누가 강정마을을 파탄 냈고, 누가 이들을 범죄자로 내몰았는가.

 # 강정마을 사면은 전.현 정부권의 정책오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는 지난 11월 대선정국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사회갈등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범죄자가 된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국책가업인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제주의 강정마을 주민을 비롯한 제주도민 사회에 커다란 갈등문제를 증폭시키고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국가정책의 시행에도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강정해군기지 건설반대 활동과 관련하여 공무집행방해죄, 재물손괴 또는 폭행죄 등으로 형사 소추된 자는 무려 390여명에 달하고 신부, 목사 등 성직자들을 포함하여 평화, 시민운동가 등 많은 도민들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받아 전과자로 낙인찍힘으로 인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은 시대정신입니다. 참된 관용으로 그들을 용서하고 국가사회 발전의 에너지로 융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국민대통합을 가는 길이라고 봅니다."....(중략)

제주특별자치도 사회협약위원회는 제주도민들의 뜻과 열망, 바램을 대신하며 대통령 후보께서 당선되신 후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반대 활동과 관련한 수형자들을 특별사면 하여 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건의합니다.”

이 건의문은 안철수 전 예비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는 직접,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게제는 수행비서를 통해, 또 새누리당 제주도당에게도 전달됐다. 제주에서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갈등이 심각하다. 그러나 찬성반대 도민 모두 강정마을 주민들이 ‘희생자’라는 사실에, 더 이상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이 상처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신년 언론대담을 통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이다 법적제재를 받은 강정주민들이 모두 사면돼야 한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부대의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야가 1월1일 새벽 2013년 정부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군항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 불식 ▲15만톤급 크루즈 선박 입항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 보수 비용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 등을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70일간 공사중단을 합의한 건 정부정책 추진과정에 ‘과오’가 있었다는 걸,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전혀 무모한 게 아니다’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거기엔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암묵적합의가 있다. 시대정신이 사면권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이 여야 누구에게 있던 정책 결정과정의 잘못이나 오류에 대한 책임은 무한하다.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지난 4.11총선과 12.19 대선과정에서 최대 이슈였다. 국민대통합, 사회통합을 위해 강정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 출발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사면이다. 사면복권에서 강정마을 문제는 시작돼야 한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문정현 신부, 양윤모 감독, 송강호 박사 등 강정마을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전 세종 나모 회장 누구를 사면해야 국민대통합과 사회통합에 부합하는지를 이야기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국민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측근들에 대한 사면을 중단하고 강정과 용산, 쌍용차에 대한 사면을 해야 한다. 그게 시대정신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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