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자유로우면서도 다양한 소재의 법률 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는 임금, 이동을 위해 필요한 자동차 운전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이 뒤따르고 법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법적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각종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취지로 전국 법원의 '주요판결'을 [주.판]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1) 쓰러져 가는 회사, 퇴직후 임금 50% 포기 각서를 쓴 근로자의 소송

당신의 회사가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했다. 퇴직후에도 임금을 받지 못한 강마루씨(가명). 회사에서는 임금의 50%를 포기하면 임금을 주겠다고 한다. 실제 합의에 서명후 임금의 50%만 받은 강씨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전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청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최근 강씨가 "못받은 임금을 돌려달라"며 자신이 다니던 모 항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강씨는 2008년 5월26일 이 항공사에 입사했으나 8월부터 회사 경영난으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해 10월에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연말에는 폐업에 이르렀다.

결국 강씨는 2009년 5월 회사를 떠나고 11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불임금 1276만원 중 일부에 해당하는 450만원을 체당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2010년 1월에는 사측과 임금 총액의 50.87%에 해당하는 649만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이에 사측은 649만원 중 체당금 450만원과 보험금 등 납부금 174만원을 제외한 24만원을 강씨에 지급했다.

체불임금 포기가 정당치 않다고 생각한 강씨는 이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이 임금의 50%만 주도록 합의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였다.

또 회사가 회생절차 종결 후 재고용할 것을 조건으로 이뤄졌음에도 실제 고용에 이르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된다며 합의는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반대로 강씨가 퇴직한 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를 체결한 만큼 근로기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고용 약속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 1항에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에 대해 "근로자가 퇴직후 과거의 임금 채권을 포기한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은 이상 그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통상 법원에서는 근로자의 임금채권포기를 합리적, 객관적 사정이 있음을 사용자(회사측)가 증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근로자가 퇴직후 이미 발생한 과거의 임금채권을 포기한 사례다. 이 경우 현저한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사실을 근로자가 증명하지 않는 이상 그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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