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귤 수확을 끝낸 주민들이 식당에 모여 쇠고기를 굽고 있다.

수확을 마친 농부들이 모여 연일 고기를 굽는 마을이 있다. 고기도 그냥 고기가 아니라 쇠고기다. 감귤 생산에 있어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위미리. 이 마을에 쇠고기 전문점 '빈삼각한우사랑'이 있는데, 식당이 주민들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한우고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을 이후 감귤을 따하느라 분주하던 농촌이 다소 한가해졌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쇠고기를 즐길 수 있기까지 해서, 마을은 저녁마다 활기를 띤다. 밤이면 쇠고기 냄새가 마을을 떠다니고 있다.

▲ 불판에서 쇠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소 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농가 사이에서는 한우 가격이 수입 소고기보다 더 낮아진다는 푸념이 일고 있었다. 그런데도 식당의 쇠고기 가격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비싸졌다는 질책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빈삼각한우사랑'이 쇠고기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건 이 같은 질책과 푸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임형문(52) 사장은 10년 전 까지만 해도 한우를 키우던 축산업자였다. 그래서 "한우농가가 당한 처지가 남의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10년 전에 축산업을 접고 식당을 개업했지만 그는 여전히 뼛속까지 농민인가보다.

'빈삼각 한우사랑'은 지난 연말부터 한우고기를 엄선해서 모듬 1인분(170g)을 14,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고기는 1등급 이상의 것을 엄수하고, 고기의 부위는 양지, 전각, 보섭, 설도 등이 골고루 섞여있다. 가격을 맞추려다보니 갈비와 등심은 제외되었다.

▲ 식당을 운영하는 임형문 사장.
▲ 주방은 임형문 사장의 부인 현정열씨가 담당한다.

 

'빈삼각한우사랑'이 쇠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자 가족단위 외식이나 친목 간 회식으로 많은 이들이 식당을 찾고 있다. 더러는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필자가 취재차 방문 한 날엔, 손님들이 오히려 "잘 보도해 달라"며 취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한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반찬이 부실하거나 채소 값을 추가로 내는 등의 추가 지출은 없다. 고기의 질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반찬도 훌륭하고, 서비스도 만족스럽다. 특히, 뚝배기 그릇에 푹 끓여 나오는 곰삭은 된장찌개는 얼큰하고 구수한 게, 소고기 먹은 뒤의 속을 편안하게 한다.

▲ 된장찌게의 곰삭은 맛, 고기 먹은 뒤에 일품이다.

한우사랑 인근에는 마을의 상징인 '조배머들코지'가 있는데, 초행인 방문객들은 한 번 둘러볼만한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에서 부수고 매립했던 것을 최근에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생태적으로 복원했다. 우리 근․현대사가 국토에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주민들이 노력이 눈물겹기만 하다.

문의=빈삼각한우사랑(064-764-8200).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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