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의 연재칼럼>(4) 개방화 뚫는 통찰력과 인재확보 

  2012년은 전 세계 29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 ‘글로벌 선거의 해’였습니다. G2체제 양축인 미국은 오바마 2기 체제를 열었고, 중국은 시진핑 10년을 출범시켰습니다. 일본은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해 극우파 아베 신조를 총리로 선출했고, 러시아에선 푸틴이 다시 정권을 잡았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대한민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 6개국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2013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경제적 격동의 해가 될 것입니다. 동북아 중심이자 아주 작은 섬 제주에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새해 벽두에 <제주의소리>는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자 합니다. 이 글은 고운호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가 6개월에 걸쳐 준비해 온 원고지 819장 분량의 방대한 제언으로, <제주의소리>는  매주 1회씩 10여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다소 논쟁적일 수도 있지만 민선 자치단체장 ‘20년 체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제주사회가 한번은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과 응전’의 담론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제주사회의 새로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셋째 자질로 개방화 지형을 뚫어보는 통찰력과 다문화공동체, 인재확보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확인해야 한다.

가수 싸이 ‘강남스타일’이 미국과 영국인들의 열광에 힘입어 미국 빌보드챠트 2위, 영국 싱글챠트 1위 자리에 올랐다. 싸이가 세계적인 가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싸이의 성공은 열린 문화 앞에선 국적·피부색·언어가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열린 문화가 미국과 영국이 세계의 대중음악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세계 각국 뮤지션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들 고유의 문화와 융합․승화시킴으로써 글로벌 팝 시장의 중심으로 선 것이다.

타 문화에 대한 열린마음은 K-POP 열풍과 싸이 돌풍으로 대중문화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특히 관광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제주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 국민과 이들 나라의 문화산업계의 개방성과 포용적 자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하나 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아웃바운드 세계화’를 적극 추진했다. ‘아웃바운드 세계화’는 일자리와 자본, 인재, 상품, 설비 등도 같이 해외로 나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부가가치 창출은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인바운드 세계화’는 이런 요소들을 국내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막대하다. ‘아웃바운드 세계화’로 단기간에 모범적인 신흥국으로 성장한 한국경제가 이제 ‘인바운드 세계화’로 내·외수 산업이 조화를 이룬 선진 경제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이유다.

 # 우수 인재유치가 글로벌 시대 경쟁력...외국인 두뇌유치 독일 38%-미국 32%-한국 5%

노동의 이동성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우수인력 유입은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면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글로벌 인재의 확보를 위해 치열한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적자원이 이민을 통해 미국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한 호주, 캐나다, 영국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두뇌 유출지수를 보면, 한국은 두뇌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전문 인력은 2010년 말 현재 전체 외국인력의 5%에 불과하다. 이는 32.1%인 미국과 38.8%인 독일은 물론 일본의 16.3%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고급 인력은 일부 금융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한국을 외면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들어오는 외국 인력도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중소기업 생산현장, 식당 종업원 등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오는 값싼 노동력이 90%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제도적·문화적 폐쇄성과 거주·교육·의료 등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이 고급인력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반대 댓글은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인 수용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적 성향 때문에 다문화수용성지수(KMCI)에서 한국은 필리핀이나 베네수엘라 수준으로 낮다. 그만큼 다문화를 수용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방화․세계화 시대에서 다문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지구촌 시대를 맞아 외부인 유입은 불가피하다. 열린 마음으로 맞아들여야 한다. 다문화론에 대한 해법은 ‘뜨거운 가슴’의 감성에 앞서 ‘차가운 머리’의 이성으로 찾아야 한다.

 # 고향에 온 귀향민.제주 정착한 이주민 ‘성공’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제주 사회에서도 다문화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제주에서 설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176명에 불과했던 귀농 교육 이수자가 2012년에는 27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은 제주에서 성공한 ‘제주 이민자’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많다. 그러나 언론에서 보여주는 ‘성공한 삶’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적지 않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제주 사회는 평생 제주를 떠나본 적이 없는 토착민, 제주 태생으로 일찍이 타 시․도에서 공부하고 일하다 정착한 귀향민, 제주가 아닌 곳에서 태어나 살다가 제주로 정착한 이주자로 이뤄진다.

귀향민의 경우 귀향이 그들에게는 진짜 금의환향일까. 제주 특유의 진영 논리와 배타적 사회구조로 토착민과의 관계 재구축에 실패했거나 실망한 채 암중모색을 계속하고 있는 사례를 주변에서 자주 본다. 이주자들 역시 토착민들과 지속가능한 생활을 도모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귀향민․이주자 그룹의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마땅한 벌이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 제주에선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물적 자원,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토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끼어들 틈새가 아직은 없다. 

한․중․일 한자 문화권의 중심에 자리한 제주가 지정학적 위치와 천혜의 청정환경을 활용해 휴양과 체류가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이룰 수 있는 외부 고급인력 유치는 지금으로선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상황이다. 작금의 글로벌 저성장 흐름도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세계적으로는 보호주의와 고립주의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혹 이런 흐림이 제주 사회의 배타성을 더 강화시키지 않을지 걱정이다.

 #  인재풀 한계 극복할 ‘귀향민.이주민’카드...제주사회 ‘포용력’이 관건

제주는 혁신창출 측면에서도 상당히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고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선 제주 사회의 체질과 사고방식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개방과 경쟁, 그리고 자기혁신을 지속하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위기 때일수록 더 혁신적이고 대담해진 사회는 더욱 강해지고, 보수적이고 내부 지향적 사회는 쇠락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과거를 고수하고 내부를 지향하는 한 제주 사회의 미래는 암담해질 것이다.

제주 젊은 세대들이 진취적 도전 정신을 접어 유약할 뿐 아니라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위험하다. 경제대국이던 일본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유 중 하나로 젊은이들이 해외 험지(險地)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을 꼽는다. 지구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글로벌 경험을 쌓은 패기 있는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귀향, 이주 그룹과 교류는 제주 젊은 세대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열면 흥하고, 닫으면 망한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한 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일본이 보수적이고 내부 지향적 국가 경영과 배타적 태도를 취하면서 스스로 고립되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역대 도정이 선진화를 표방하고 백년대계를 외쳤지만, 백년하청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전문 인력의 부족과 연고주의 문화 때문이다. 진정 제주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수한 인재들을 자체 발굴·육성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도내로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인 인적 개방을 통해 토착민, 귀향민, 이주자가 함께 국가를 개화하고 번영을 누리며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영국 등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좋든 싫든 세상의 문이 서로에게 활짝 열리는 글로벌 개방시대가 시작됐다. 이 시대는 유연성을 요구한다.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에서 표출되는 흡인력으로 융화할 수 있는 아량과 포용력 있는 그릇을 원한다.

글로벌 경쟁시대는 계곡을 굽이치며 흐르는 격량(激浪)처럼 우리 제주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격랑의 물결을 잘 타면 무사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난파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제주 도민들이 겪었던 과거 역사의 교훈들을 한 번 반추(反芻)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 지도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 미 전쟁영웅 한순간 무너뜨린 섹스스캔들...제주사회 첫 번째 덕목 ‘도덕성’

넷째, 새로운 지도자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전쟁 영웅 대접을 받던 전 미 중앙정보국(CIA)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국장과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에 대한 섹스스캔들이 터져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도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미국에서 부도덕한 처신으로 공직을 접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정상에 오른 지도자는 자신이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과 오판에서 자기 파괴적인 도덕적 비행에 빠져 결국 추락하게 된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이 도덕성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이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준수에 솔선수범과 헌신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이 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당시 한나라당 모 의원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지만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출당이 결의되기도 했다. 또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당시 특정인을 공천했다가 5년 전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공천을 취소했다.

이 같은 변화 근저에는 정치권의 도덕성 상실과 구태에 대한 국민의 날선 지탄과 준엄한 질책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선출직 공직자의 자격정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화려한 축제인 선거가 끝난 후 민심이 실망·분노·절망으로 흉흉해지는 이유는 새로운 지도자의 삶의 궤적이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보통 시민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도자들은 틈만 나면 시민들에게 원칙과 도덕성을 강조한다.

▲ 고운호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지도자의 도덕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도민 불신은 고조되고 레임덕 수렁에 빠진다. 진정 레임덕을 피해 도정을 제대로 수행하고 싶다면 자신과 주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도민이 공정하다고 인정하지 못할 일은 스스로 경계하고 접어야 한다.

제주가 선진사회의 반열에 올라서려면 지도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표상이 돼야 한다. 제주도민은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지도자들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고 따를 것을 요구해야 한다. 도덕성으로 무장하지 못한 지도자는 제주도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결코 이를 수용해서는 안된다. / 고운호 제주열린포럼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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