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흔히 이판사판, 해볼 대로 해보자.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야단법석 떨지 말고 있어!’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국어사전에 보면 전자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불교용어이며 후자의 야단법석(惹端法席)은 호들갑을 떨며  매우 떠들썩하게 일을 벌이거나 부산하게 법석거리기만 하지 일은 잘 안됨을 말한다. 두 용어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 용어이면서 불가의 야단법석이 잘 못 전달되어 빗대어 비하 하는 말들로 바뀐지 오래다. 무슨 일을 하다가 마지막 궁지에 몰리게 될 때 쓰는 ‘이판사판(理判事判)’도 비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판사판이란 말은  <화엄경>에 보면  본래 이사무애(理事無碍)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관  '사'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 즉 '현상계'를 일컫는데, 불행하게도 불교탄압의 시대를  맞아 두 법계는 상생을 하지 못하였다. 두법계가 당시에 생존전략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라는 시덥 잖은 웃음꺼리로 회자됐던 말이 우리말 용어인 이판사판과  용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어떠한 종교든 자체존립을 위해서는 이판은 물론 최소한의 사판도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총선, 대선을 치루면서 정치판을 보면 그야말로 야단법석(惹端法席)이고 이판사판의 정치다. 원래의 야단법석은 진리의 전수장으로서  참으로 좋은 행사이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장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부처님 말씀을 들으려는 중생들이 구름때 처럼 뫃여든 관계로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壇을 만들어 설법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 野壇법석에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종교계의 야단법석이 있다면 정치에는 아고라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어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서로 질문하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광장이었다.  야단법석이나 아고라는 종교와 철학을 논하고 진리를 깨닫는 신뢰와 공감의 광장으로서 유사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아고라에서 시민들과 정치와 철학을 논하고 이상국가를 논하였다 여기에서 이상국가란 정의를 최대한 실현하여 소수의 사람들이나 어느 한 집단이 특별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 전체가 최대한 행복을 누리는 나라라고 정의를 내렸다. 교육도 의무교육을 주창하였다. 근대에 와서 정치가들은 선거유세란 야단법석의 멍석을 펴서  수십만 수백만명의 군중들 앞에서 공약을 하고  이상정치를 구호로 내세운다.

이번 대선에서 야단법석은 그 어느때 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여당은 국민행복시대 야당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판사판 무상교육 무상복지를 다투어 약속하였다 국민들의 열기도 두편으로 나뉘었다. 여야간. 세대간, 빈부간,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이판사판 경쟁을 벌려야 했다. 그 덕택으로 2013년 복지 예산이 전체예산의 30%인 100조원인 시대가 시작되었다. 나라야 빚을 지든 말든 무상복지란 혜택의 이불 속을 걷어찰 사람이 얼마이 겠는가.

그러나 국가부채는 현재 1000조에 육박하였다.  10년, 20년 뒤에 불어닥칠 국가부채는 차치하드라도 與, 野 할것 없이 무상복지와 무상교육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과제가 되어 버렸다. 무상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정권 교체와 관련 없이 계속 지급되어야 한다. 무상복지는 경제성장의 기반위에 가능하다. 이제 반대 편에 섰던 48%의 국민을 설득하면서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일자리와 경제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

▲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부처님은 권력과 부를 내려놓음으로 영원한 진리의 메신저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이상국가를 위하여 衆愚政治를 비판하다가 타락한 민주제의 희생자가 되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국정토나 이상적인 민주국가 건설을 위한 野壇法席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리석은 군중이나 권력에 사로잡힌  위정자들이 존재하는 한 야단법석은 惹端法席으로 끝이 난다. 지난 대선 유세시 여야가 전국에서 벌렸던 선거유세가 惹端法席이 아닌  진정한 野壇法席이기를  기원한다.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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