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설립,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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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칼럼] 실적 급성장 추세 맞지만...항공시장 내다보기 쉽지 않아

김포에서 제주까지 1만원짜리 항공요금이 선보이는 세상이다. 런던에서 뉴욕까지의 요금이 10유로에 지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비행기 여행에 있어 획기적인 가격파괴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공짜로 제공하는 기내식이나 음료, 신문과 잡지의 서비스는 사라져 버렸건만, 그래도 경비를 절약하려는 여행객들에게는 요금이 싸다는 자체로 신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의 모델이 되고 있는 회사가 바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1971년 보잉 737기 3대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50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초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 댈러스에서 휴스턴과 샌안토니오를 오가던 노선도 지금은 60여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아직 국제노선에는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으나 국내선 영업에서는 미국 항공사 가운데 단연 최대의 실적을 자랑한다.

지정 좌석제가 시행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다른 점이다. 고객들이 탑승 순서에 따라 원하는 좌석에 앉도록 되어 있다. 수속시간을 절약해 운항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물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국 항공사들을 통틀어 고객 불만도는 가장 낮은 편이다. 이착륙이 지연되는 경우도 드물고 화물 분실도 거의 없다. 낮은 요금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서비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에서는 라이언에어가 대표적인 저가항공사로 꼽힌다.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두고 설립되었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판매대리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다. 대도시의 중심공항보다는 교외의 소규모 터미널을 이용함으로써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 커다란 단점이다. 그런데도 2011년의 경우 국제선에서 연간 7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각국의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이미 2005년부터 저가항공사가 차례로 설립되어 왔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조치다. 초창기에는 잦은 기체 고장으로 운항 지연과 결항을 초래함으로써 불만을 샀으나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 현재 제주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의 저가항공사가 국내선은 물론 국제노선에 이르기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양대 항공사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각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저가항공사 설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강원도와 전라남도가 대표적이다. 강원도는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전라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저가항공사 설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도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울산시와 포항시 등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의 실적이 급성장하는 추세에 맞추어 새로운 저가항공사 설립이 논의되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지난해만 해도 국적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탑승객이 모두 1300만명을 넘어서 전체 시장 점유율이 18.8%로 높아졌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최근 발표다. 항공 손님 5명 가운데 1명꼴로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더 이어질 게 틀림없다.

문제는 현재의 추세가 긍정적이라고 해서 앞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저가항공사들의 성공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대한 초기비용 부담과 적자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고려 사항이다. 각 지자체가 서로 그럴듯한 실행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애향심에 바탕을 둔 거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예측이 빗나간다면 적잖은 예산만 낭비하고 끝나게 될 것이다.

전례도 없지는 않다. 지난 2005년 한성항공이 설립되었으나 도중에 운항이 중단됐다가 5년만에 티웨이항공으로 재출범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코스타항공과 영남에어 등은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외국에서도 저가항공사에 손댔다가 무너져 버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앞서의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초창기에 비행기 한 대를 처분해야 할 만큼 극심한 적자를 겪어야 했다.

더구나 저가항공 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치열한 싸움판을 형성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나 라이언에어 외에도 미국의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 유럽의 이지제트와 버진 애틀랜틱 등이 시장을 나누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엑스가 노선을 확장하는 중이다. 일본의 피치항공과 스타플라이어, 에어아시아저팬, 그리고 필리핀의 세부퍼시픽은 벌써 국내 노선에까지 진출해 있다. 중국에서도 민간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이 운항되고 있다.

▲ 허영섭 칼럼니스트. ⓒ제주의소리

물론 앞으로 3~4년 뒤의 항공 시장을 내다보기란 쉽지는 않다.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들려는 지자체들의 평가처럼 아직 늦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대도시마다 도로망과 철도가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시도다. 어차피 국제노선에서 해답을 찾아야겠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택시나 열차 요금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반길 만하지만 아무래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미리부터 찜찜하게 여겨진다. / 허영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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