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현기영이 호장을 맡아 의복을 갖춰입고 낭쉐를 모는 '천경적전'을 펼쳤다. 이는 제주 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제주의소리
올해 입춘굿은 (사)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2013 탐라국입춘굿' 셋째날인 4일, 관덕정 마당에서 본 굿인 입춘굿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입춘굿에서 농경신 자청비를 불러들인 심방이 섬 땅의 풍농과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3 탐라국입춘굿' 셋째날인 4일, 관덕정 마당에서 본 굿인 입춘굿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2013탐라국입춘굿 셋째날 '본 굿'...풍농 기원하는 '천경적전' 재현

“아름다운 신 자청비여, 부디 우리 아름다운 제주 섬 공동체에 축복을 내려주옵소서“

밤새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더니 해가 뜨자 거짓말처럼 그쳤다. 새 봄날이 밝았다.

계사년 새해의 풍농과 무사안녕을 비는 ‘2013 탐라국입춘굿’ 셋째날인 4일은 관덕정에서 ‘입춘굿’이 펼쳐졌다. 하늘에 새 관직을 부여받으러 올라갔던 1만8천 신들을 불러내는 의미다.

 

▲ 올해 입춘굿은 (사)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 '2013 탐라국입춘굿' 셋째날인 4일, 관덕정 마당에서 본 굿인 입춘굿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 입춘굿에서 농경신 자청비를 불러들인 심방이 섬 땅의 풍농과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2013 탐라국입춘굿' 셋째날인 4일, 관덕정 마당에서 본 굿인 입춘굿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그간 입춘굿에서는 오늘날의 관청인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낭쉐코사’를 지낸 후 삼헌관들이  옛 관청인 관덕정까지 낭쉐를 앞세운 ‘낭쉐몰이’를 해왔다. 고서에 ‘주사에 심방들이 모여 짚소(짚으로 만든 소)를 만들고 금줄을 쳐 고사를 지냈다’는 기록에 따른 것이었다.
 
단지 소품으로 쓰이던 낭쉐를 지나치게 신성화 했다는 지적에 올해는 ‘친경적전(親耕耤田)’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내놨다. 탐라국의 왕이 쟁기와 함께 낭쉐를 끌며 농경 시범을 보이던 것에서 유래한다.
 
탐라국 시대부터 왕이 백성들 앞에서 밭을 가는 친경적전(親耕耤田)의 옛 풍속이 전해내려온다. 조선시대에는 왕을 대신해 호장이 낭쉐를 끌며 밭을 가는 시늉을 했다고.

기껏해야 좁쌀이나 보리쌀 정도나 나던 제주의 척박한 땅을 생각했을 때 왕이 직접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그만큼 풍농(豊農)에 대한 바람이 간절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천경적전에는 소설가 현기영 씨가 호장을 맡았다. 오랜 시간 지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면서 문예진흥원장을 역임한 이력 등을 미루어 왕이라는 상징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소설가 현기영이 호장을 맡아 의복을 갖춰입고 낭쉐를 모는 '천경적전'을 펼쳤다. 이는 제주 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제주의소리

 

   

소리꾼 문석범 씨가 ‘밭 볼리는 소리’를 부르며 낭쉐를 몰았다. 민요패 소리왓이 씨 뿌리는 시늉을 하며 호장을 뒤따랐다.

간만에 잡은 쟁기가 영 어색했는지 현씨가 그만 쟁기를 놓치기도 했다. 그가 “낭쉐가 힘이 넘쳐서”라며 너스레를 떨자 관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관덕정 한 바퀴를 휘휘 돌며 밭 갈던 현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너무 큰 욕심이 제주의 공동체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이 땅에 상처 입히는 욕망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 특이한 자연 덕에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우리의 제주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도민들에게 당부를 건넸다.

이어 관기들의 춤 공연을 재현하는 예기무공연이 이어졌다. 조선시대에 관청에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관기들이 춤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중기 이원조 목사의 기록에 따르면 관복을 갖춰 입은 호장이 나무로 만든 소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 좌우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흔들며 따랐다고 한다.

‘2013탐라국입춘굿’은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도내 유일의 전승축제다. 올해 처음 2박3일로 치러쳐 이날 오후 7시 대동 놀이로 마무리된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