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여론 왜곡하는 MB와 이를 막아내는 시민사회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하는 4대강 사업을 두고 지난달 17일 감사원이 ‘전반적 부실’ 공사였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 수자원 확보, 홍수 예방, 친수구역 개발과 고용 창출 등을 통해 747공약의 실천에 크게 기여할 핵심 사업으로 보고 저돌적으로 밀어부쳤다. 녹색성장과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논란과 반대를 무릅쓰고 임기 안에 공사를 거의 마무리했다. 22조2000억원이 투입된 사업 결과에 대한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의 검증 논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주목된다.

이제 4대강의 16개 보들은 완성되었고, 보 철거와 재자연화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막대한 돈과 국론분열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임기 내에 마무리된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부실 공사로 인한 안정성 위협과 ‘녹차라떼’로 상징되는 수질관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재정 투입 등 국력 낭비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를 없애면 조류 농도가 최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예측결과도 공개됐다. 차기정부에서 정책 실패여부, 객관적 검증,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향후 대책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사업의 성패를 따지는 것 못지않게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선 사업 추진과정에서 법 절차를 무시하고 행정부의 권력이 남용되었다는 점이다. 행정권의 남용은 국회의 입법ㆍ국정감사ㆍ예산 승인권,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과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견제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게 만들었다. 국가예산의 낭비를 막겠다는 법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감사원은 2011년 1차 감사에서 전반적으로 홍수예방과 가뭄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업추진을 두둔하였다. 국회는 여당의 압도적 우위로 번번히 국감이나 예산심사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4곳에서 벌어진 4대강 관련 소송에서 부산고법만이 지난해 2월 낙동강 구간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이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정이 90% 이상 완료되어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았다. 행정 권력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회귀한 셈이다.

 # MB정부 위법.탈법과 눈감은 언론 vs 비판.감시한 시민사회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는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불러 일으켰다. 정부는 여론 수렴없이 4대강 살리기, 녹색뉴딜과 로봇 물고기, 도산 안창호선생의 강산개조론을 들먹이며 친정부 언론의 옹호속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국민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4대강 사업이 역설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준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환경ㆍ시민단체, 종교인, 진보언론들은 사업을 치밀하게 검토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의 적극적 제지에도 불구하고 공사 현장에 접근하여 사업 추진상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졌다. 감사원이 지적한 잘못된 설계, 15개 바닥 보호공 유실 침하, 수질 악화 우려, 과도한 준설과 수변 지역 관리 미흡 등은 이들이 꾸준하게 제기한 내용들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 공론장에서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 언론의 견제 역할은 매우 컸다. 시민사회의 이슈 제기 능력 및 정치 역량과 언론 자유의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정부 언론의 사업 옹호론이 압도하는 분위기에서 이같은 결과를 보여준 것은 국민들의 소통 욕구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권언(權言)유착 관계가 성립하면 언론이 민주주의의 보루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 권영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4대강 사업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잔존하고 있는 정부의 권력남용과 일방적 여론몰이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악습이 지속된다면 형식적 민주주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적극적 참여 양상은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이행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는 건강한 토론과 언론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대형 사업은 충분한 사전 준비, 국민적 합의,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실질적인 법 질서 준수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규모 토목사업이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환상도 깨졌다. 이제부터 국민들은 정부가 성과에 급급하여 단기간에 졸속 추진하는 사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