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복지칼럼] 장애물 없는 보편적 관광인프라, 제주의 성장동력

# 사회에는 계층 혹은 집단간 권리가 충돌될 때가 있다.

그 권리가 쌍방 모두 공히 존중되어야 하는 권리가 있을 것이고 사회적 판단기준에서 봤을 때 일방의 권리가 다 인정되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권리 약자인 장애인계층 내에도 권리 간 충돌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리를 이동함에도 있어 지팡이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과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이 도로(인도)턱을 어떻게 권리적으로 이해할까.

턱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한다. 반면 시각장애인은 반대로 턱이 있음을 지팡이로 인지하게 되어 사전에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럴 경우 쌍방권리는 충돌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턱 높이 3cm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 3cm기준은 휠체어바퀴가 큰 불편 없이 넘을 수 있는 높이이며 시각장애인의 경우 지팡이로 인지할 수 있는 높이인 셈이다. 장애인 이동편의 관련법에서는 3cm를 보편적 설계(유니버설 디자인) 기준으로 권하고 있다. 이 높이를 정함에 있어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간 합의과정을 거친 것은 물론이다. 보편적 설계는 누구에게나 불편 없이 유익할 수 있도록 한다.        

# 중앙로 사거리 지하상가 입구를 유심히 보면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90년대 후반 장애인의 접근권 차원에서 만들어 진 이 리프트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곤혹스럽다. 이를 사용하려면 지하상가 관리인을 유선 상으로 불러야 한다. 관리인이 열쇠를 꽂아 작동하여 지하로 내려가려면 족히 2분정도는 소요된다.  ‘삐삐삐’ 기계음 소리가 울리는 동안 엄마품의 아이들,연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마치 동물원 뭐 보듯 하다. 사회가 장애인을 특별한 그 무엇으로 낙인찍는 순간이다. 설계 단계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면 장애인,임산부,노인,아이들 모두 편안히 이용하지 않았을까. 그 엘리베이터도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이가 이용하되 이동약자가 우선탑승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민정신이 있다면 이 엘리베이터는 보편적 설계가 갖는 인권적 가치를 충분히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하상가 휠체어리프트는 보편적 설계와 거리가 먼 기계장치인데 그마져도  고장이다. 보편적 설계는 분리가 아닌 통합을 지향한다.

# 사진은 미국의 한 해수욕장에 있는 용도가 있는 전동휠체어이다. 무슨 용도일까. 장애인이 질퍽한 모래사장이 곤욕스럽지 않고 바다에 근접할 수 있도록 만든 해변용 휠체어이다. ‘아 그렇구나’ 하는 독자들도 계실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과 가족들이 캠핑할 수 있는 숙박할 수 있는 시설도 운영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홍보하고 있다.“barrer free beach,(무장애 해변)!”

   

두 번째 사진은 제주시 “이호테우해변(해수욕장)”에 장애인지원협의회라는 자생단체가 장애인의 해변 접근을 위해 만든 경사로이다.

   

사진에서 ‘장애우’라는 호칭이 거슬리긴 하지만-장애인과 합의 없이 만들어진 일방적 단어라는 점에서- 장애인의 접근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미비하지만 조그마한 이 접근 수단은 장애인들과 가족의 여름을 유인할 것이다. 여기에 해변용 휠체어, 그리고 숙박시설까지 배치되어 있다면 무장애해변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해변용 휠체어는 한국에는 상품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시장성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복지국가들은 국가가 장애인보장구개발을 주도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단순한 이동뿐만 아니라 여가생활을 위한 보장구까지 설계하고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우리랑 차이가 있다.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바다에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 이호동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에 박수를 보낼 만 하다.이호해수욕장은 주민의식에 무장애해변 가능성을 처음 연 것이다.     

#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한라산과 쪽빛바다, 올래길이 제주를 찾은 장애인들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제주의 바당(해수욕장)근처에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 건립의 인권적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진 바 있다.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시작이 있는 모양이다.

제주도의회 박주희 의원과 안동우 의원은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조성조례」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인권의 의미에서 제주의 관광환경을 말한 반면 두 의원은 이 계층을 위한 투자가 제주의 부를 창출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관광약자(장애인,노인 등)의 관광시장규모를 3조5천억과 15조 규모로 보고 있는데 두 의원은 장애인 등의 관광행위를 복지와 인권관점을 넘어서서 제주의 관광 성장 동력으로서 주목하고 ,속된 표현으로 ‘돈’이 된다고 보는 것인데 공감이 간다.

문제는 관광인프라가 전국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전국의 관광지편의시설 조사결과 16개 시·도중 13위라고 한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의 장애인편의시설은 형편 없다는 것이다.

사람.돈,상품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는 것이 절대 절명의 과제라면서, 선도프로젝트로 ‘의료관광’을 추진하면서,일천만 제주관광 시대를 열었다는 제주도정의 자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사람가치,이익가치,소비자로서 역할은 배제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관광약자(장애인 등)를 위한 관광시장이 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된다. 우선 대체로  체류 일정이 길다는 것이다. 육체적 핸디캡은 관광에 있어 시간적으로 보완되어야 하기 때문에 체류일정이 비장애인에 비해 길 수 밖에 없다. 비장애인이 하루 4-5코스를 소화한다면 경험상 장애인은 절반 정도를 소화 가능하다.

그리고 관련 가족이나 활동보조 인력이 같이 체류하게 된다는 것. 또 단체관광보다는 장애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인 관광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맞춤형 코스가 개발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매시간과 구매비용 모두 비장애인에 비해 높을 가능성이 있는 매력적 틈새상품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고현수.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있는데 체류형 관광대상으로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보편적 관광인프라 설계는 접근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이들의 소비활동을 촉진시킬 것이다. 구매력을 가진 소비활동자로서 장애인계층을 바라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행정은 지금부터라도 여러 제주 성장 동력에 장애인관광을 포함시켜 보시길. 그리고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시장규모부터 살펴보기를 권한다. 보편적 설계는 누구나 유익하면서 제주의 부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대를 기대한다.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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