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과 제주] 여전한 숙제 '강정 갈등' 해결 박대통령 몫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표방한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父女)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25일 국회 앞마당에서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여느 정부 못지않게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있다.

대선 때부터 '민생'과 '100% 대한민국'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후에도 국민의 행복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삶에 찌든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섰지만 인수위 구성, 조각(組閣), 청와대 인선과정에서 제기된 '나홀로 불통인사' 논란이나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보여준 '일방통행' 논란 등은 우려를 짙게했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여야의 막바지 협상이 불발에 그쳐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도 안된채 출범한 최초의 정부가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대선에서 그에게 절반이 넘는 표를 몰아준 제주도민들에게도 엇갈린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원칙과 신뢰를 자신의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자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를 찾았을 때 "애초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않는다"고 한 발언은 제주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했다.

그는 제주지역 핵심 공약으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관광허브 육성 민군복합관광미항 건설 ▲말 산업 특화단지 조성 ▲액화천연가스 공급망 구축 ▲감귤의 세계적인 명품산업 육성 ▲4.3문제 해결 등 6가지를 제시했다.

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정도를 제외하면 야당의 공약과 빼닮을 만큼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공항 문제의 경우 기존 공항 확장 또는 신규건설 등 2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둠으로써 지향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21일 제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새누리당 중앙당이 제주 신공항을 동남권 신공항 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공언해 무게추는 신공항 쪽으로 기운 느낌이다.

4.3문제도 야당의 공약과 대동소이했다. "제주도민의 아픔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며 추모기념일 지정, 4.3평화재단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더구나 이날 오전0시 보신각 타종행사에 국민대표(18명)의 일원으로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참여시킨 것은 4.3문제 해결에 대한 밝은 전망을 낳기도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얼마전 인수위와 시.도지사의 간담회 때 우근민 제주지사가 언급했듯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4.3유족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4.3추념일 지정이다. 의지만 있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4.3위령제 참석 여부도 4.3공약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4.3유족회 등이 줄곧 요구해왔고, 21일 최고위원회의 때도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이 요청한 바와 같이 이제는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여전한 지역 최대 현안인 민군복합관광미항은 사실 누적된 갈등을 어떻게 푸는가의 문제다. 줄기차게 '하와이 모델'을 주창해온 박 대통령 정부는 더욱 건설을 밀어부칠 태세다. 여기에다 인수위가 지난21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미래지향적 방위역량 강화' 추진계획의 하나로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을 적기에 완료'한다고 한 것은 민군복합항 건설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 추념일-위령제 참석, 4.3공약 진정성 잣대...'선량한 전과자' 사면 절실

이에맞서 민주당은 최근 당 차원에서 특위까지 구성해가며 여러 쟁점에 대한 검증에 나서는 등 다시금 대척점이 형성됐다.

이 못지않게 6년넘게 고통을 받고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게 더 절실한 과제로 꼽힌다. '주변지역 발전계획'이라며 수천억원을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갈등 해결의 중심에는 사법처리된 주민 수백여명에 대한 사면 문제가 자리해 있다. 우 지사가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보다 앞서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도 인수위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듯이,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산된 '선량한 전과자' 사면 문제는 온전히 박 대통령의 몫으로 남아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주사회를 우려스럽게 하는 또 한가지는 '소통창구'의 부재다. 우선 조각 인선 과정에서 지역과 여성,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인사 대탕평'이 무산됐다는 혹평도 따른다.

제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수위, 청와대, 장관 인선에서 제주인맥은 전무했다. 제주도와 정부를 이어주는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얘기다. '제주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기댈 곳이 없는 제주도엔 비상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현경대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최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소통창구가 없다는 말은 잘못됐다. 소통은 국회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역할이 소통 아니냐"며 "그럼 도지사는 뭣하고 국회의원은 뭣하나"라고 반문했다.

현 위원장은 또 "DJ정부,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때도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이 한명도 없었다. 홀대론과 연관시키는 건 이해가 안간다"고 했으나, 이는 다소 과장됐다.

예컨대 참여정부 시절은 제주출신들의 전성기였다. 10여명에 이르는 청와대 비서진을 빼고도 강금실(법무장관), 문정인(동북아시대위원장)씨 2명이 장관직에 올랐다.

우 지사는 대선 이후 끊임없이 '박근혜와 코드 맞추기'를 시도했다. 틈만 나면 '민생'을 부르짖었다. '별동대'란 말까지 들어가며 한시기구인 민생시책기획추진단을 만든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 18일 의회에서 우 지사는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제주 현안인 공항 인프라 확충, 4.3국가추념일 지정, 감귤의 세계명품산업화, 액화천연가스 공급망 확충 등이 새 정부 국정과제로 반영되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절충에 적극 힘쓰겠다"고 했지만, 이렇다할 가교역이 없는 지금으로선 힘에 부쳐 보인다.

불과 나흘전 발표된 국정과제에도 '민군복합항 적기완료' 외에 제주 미래와 연관지을 수 있는 내용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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