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신공항 문제, 제주의 미래 비전이라는 큰 그림 아래서 다뤄야          


I.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박근혜 정부

정말 어렵사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작년 12월 대선이 끝난 후 2달이 넘게 지나고 있는 데에도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 데서 오는 기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보다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고 큰소리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그 역시 준비가 안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인 듯 하고, 그래서 가까스로 출범하는 신정부가 미덥지 않다. 50%가 넘은 득표로 당선되었음에도 출범 즈음에 이르러서는 40% 중반에 머무는 지지도가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 진 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오죽하면 조선일보의 최보식 기자마저도 ‘구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기분’이라는 제목으로 “정말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기는 한가”라며 자조 섞인 불만을 피력하겠는가. 이는 대선 과정에서 그렇게 부르짖었던 쇄신과 변화가 온데 간데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들으면서는 더욱 더 실망과 포기가 늘어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원칙과 약속을 그렇게 외친 사람치고 어찌 출범도 하기 전에 말을 바꾸고 공약을 폐기할 수 있는지 하는 허탈감이 크다. 경제민주화 용어는 사라졌고 복지공약도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선거 때면 무슨 말을 못하느냐’의 농담이 현실로 되어 가고 있다. 

 “요새 잠이 잘 안 온다”고 전한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하고 나라를 이끌까의 고민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직 수행이란 고도의 책무 앞에 그 누구도 쉽게 잠을 이룰 성 싶지 않은 게 초심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100% 국민행복시대’를 만들어 주리라 100% 기대하지는 않는다.

정치인에게 기대는 게 결코 밑져도 본전인 것이 아님을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유권자가 그를 지지한 이유는, 미심쩍인 가운데서도 그의 불행한 삶의 여적에서 도출될 수 있는 어떤 진정성에 한 번 배팅을 해 보자 하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아닐까. 물론 최보식의 말처럼, “진영논리에 갇혀” 외통수로 몰표가 간 것이 그의 당선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선 기간 동안 그는 단순히 박정희의 딸이라는 혈육적인 것을 넘어서서 화신인 듯한 느낌을 많이 주었다. 5·16이나 유신 등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에 대해 고집스럽게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그 대표적이다. 그 자신의 성장과 정치적 기반을 고려한다고 해도, 대통령 후보로서 21세기의 보다 변화된 세상에 맞게 유연함과 신사고를 보여주지 못함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하곤 했다.

왜냐하면 그가 선임한 정홍원 국무총리 내정자마저도 청문회에서 5·16은 “군사정변”이며, 유신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시킨 반민주적인 조치”라고 답변했다지 않는가. 그 정도로 2010년대 한국 사회는 박정희 시대의 공과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합의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합의가 충분히 존중되어야 비로소 국민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그만큼 미래와 희망을 언명했던 정치인도 드물다. 박정희의 과거를 넘어서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을 말로라도 채워야 할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단체의 이름마다 미래와 희망으로 도배되어 있기에 그에 부응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부친인 박정회와의 연관만 뺀 나머지에서는 미래와 희망을 찾아나서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이제 박근혜 정부의 행보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주는 정치과정이 될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서 조금이라도 미래와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정치를 잘해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II. 보다 더 공론화를 거쳐야 할 제주 신공항  

어느 정부에게도 그래야 하겠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도 당정협의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지난 2월 21일 제주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황우여 대표가 “제주 신공항을 가장 역점”에 두겠다고 언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그렇다. 인수위원회가 밝힌 박근혜 정부 5년의 국정 청사진을 보면, 전국 시·도 지역 단위 현안들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제주 관련해서도 세계환경수도 조성이나 신공항 건설 등 박근혜 후보가 언명했던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주에 와서 신공항 역점을 운운한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이러한 언약이 제주에서의 립 서비스로 끝나고 말 것인지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새 정부가 이를 얼마나 추수리며 갈 지는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다.  

작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50.8%의 지지를 보여준 제주도민들의 표심을 헤아리겠다는 황우여 대표의 언명은 양면적이다. 왜냐하면 이는 이명박 정부 역시도 신공항을 약속했지만 대선에서 38.67%밖에 얻지 못해서인지 공약(空約)에 끝났던 것과 유사한 선거공학적 고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공학적 접근으로는 제주 신공항이 동남권 신공항을 넘어설 수가 없다.  

그래서 신공항 건설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국가와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일 것이다. 이왕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으니 표에 연연하지 말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제주 신공항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긴급하고 미래지향적일 것인지의 비교론적 접근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다. 어차피 공항 건설이라는 게 10년이 요하는 장기 사업일진대, 이명박 정부 때 제주와 동남권에 동시에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다면 벌써 두 곳에서 공사가 절반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서 진행되는 다양한 논의가 제주 신공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 동남권 공항 가운데 보다 더 타당성이 커 보이는 부산 가파도 신공항과의 비교론적 검토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부산 가파도 신공항의 필요성 역시도 제주 신공항처럼 김해공항이 2020년이면 과포화 상태에 처하게 되는 데에도 기존 김해공항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게 지형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는 부산과 제주 모두 기존 공항의 존치여부가 제일 시급한 결정 사안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재정적 이유에서 기존 공항의 존치 여부에 따라 공사비가 5조냐 10조냐의 차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와 부산 모두에서 추가로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그것은 무엇보다도 24시간 운행이 가능해야 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버금가는 이른바 제2의 국제공항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제주 신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하여 도민들의 바람이 70% 넘게 나오는 만큼이나 여기저기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제주관광의 미래와 관련하여 누구나 공감하는 게 외부로부터 제주에의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일 게다. 더욱이 사실상 국내항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공항 인프라로 어떻게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비전을 담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

언제부터인가 제주 공항을 오가는 인적 왕래가 1천만을 돌파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국 관광객의 제주 왕래는 가히 폭발적이다. 

2002년 9만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2011년 57만 이었다가 2012년에는 108만에 이르렀다고 한다. 2020년이면 1억 인구가 해외로 나가리라 예상되는 중국의 도약에 발맞춰 그 가운데 3%로만 제주로 온다고 해도 연 300만이 될 수 있다는 데서 제주를 오가는 접근성 확대 요구는 타당성이 크다. 그래서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복합리조트 조성’을 핵심 아이콘으로 키워 나가야 할 것으로 제언한 바도 있다. 

여기서 누구나 쉽게 넘어가는 일반적 상식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 관광객 등을 겨냥한 제주에의 접근성 확대가 곧 바로 신공항 건설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더욱이 신공항 문제가 마냥 또 하나의 큰 공항을 짓자는 것으로 통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항이 어디 다다익선의 문제인가. 이미 제주시에 공항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를 대대적으로 보완하면서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나아가는 방책은 없는지의 일차적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물론 기존의 공항을 폐쇄하든 않든 산남 지역 어딘가에 대규모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그것이 산남북간의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십분 수긍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제주일보>가 2013년 새해를 앞두고 실시한 도민여론조사에서 45.3%가 기존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존의 공항을 폐쇄하는 데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신공항 추가 건설 비용을 충당한다고 기존의 공항을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제주시 공항 주변 지역의 난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산남 지역 어딘가에 대규모 공항이 들어서느라 대대적인 환경파괴가 불가피하게 되는 한편으로 기존 제주시 공항 지역은 또 하나의 대규모 관광위락시설을 도모하는 자본에 의해 또 다시 환경파괴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제주시 기존 공항을 폐쇄하는 데 따른 35만 제주시민의 불편함을 포함하여 그에 따른 경제적-시간적-심리적 손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공항 부지를 어떻게 제주의 미래와 연관시킬 것인지의 장기적 관점과 공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 수렴은 필수적이다.  

제주시의 기존 공항에 이어 또 하나의 공항을 산남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좋다는 도민 의견도 29.4%에 이른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의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혹 산남 지역에 건설되는 제2의 공항이 마치 공군의 군사기지가 주가 되는 사천공항처럼 이른바 민군복합형 공항으로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의 의구심 제기가 그것이다.

그래서 산남에 추가로 들어설 신공항은 무엇보다도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큰 그림과의 연관성 및 중국 관광객의 접근성 확대 그리고 제주도 산남 지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적극 논의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기존 제주시 공항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두 개의 공항 주변 지역에서의 경제자유지역 거점화 및 친환경 평화공원 조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의 미래에 기여하는 종합적 기획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항이 단순히 인적 왕래를 촉진하는 인프라를 넘어서서 제주 경제를 추동해 나가는 클러스터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공항 건설 및 운영에 소용되는 경비 등 일정 기간의 재정 투여가 타당성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결국 신공항 문제는 제주의 미래 비전이라는 큰 그림 속의 하나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주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무모한 상식에 대한 재검토를 요한다.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데서 새롭게 제주의 관광 미래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제주의 미래를 찾아나서는 내생적 발전 과정의 하나로 신공항 문제를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이 어딘가를 파헤치는 건설의 논리가 아니라 부족한 대로 잘 다듬고 보완해서 새로운 수요에 적응해 나가는 지혜도 그 하나의 해법일 수 있지 않을까. / 양길현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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