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주년 칼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자본주의 

제주섬은 장풍득수의 명당자리다.

천상의 바람소리,지상의 돌소리와 물소리. 그 바람소리를 가둬두는 겨레의 영산 한라산.  삼신(三神)할망'의 치마폭처럼 동서좌우로 펼쳐진 한라대간의 수많은 봉우리들. 수백길 그 밑으로 흐르는 강과같은 지하수맥들. 그리고 바다로 뻗어내린 한라대간과 끊어질 듯 이어나간 좌우에 중국대륙과 길게 늘어 진 일본열도.

또한 제주섬을 마주한 동방의 영산이자 배달겨레의 성산인  백두산과 백두대간의 수많은 주산봉우리들. 그렇게 편안히 펼쳐진 기름진 땅 한반도는 이른바 풍수에서 말하는 제주섬의 안산(安山)격이 아니던가. 

그렇다.제주섬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자리다.
풍수지리를 빌자면 삼신산이자 조산(祖山)인 한라산이 현무로 든든히 받히고 있다.백두산이 마주하고 있는 조산으로 주작의 리를 받혀 주고 있다. 좌우로 한라대간과 중국대륙, 일본열도가 내외로 좌청룡 우백호의 자리를 겹싸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명당의 필수 책상머리격의 안산이다.

바람을 가두고 물을 쉬 얻을 수 있는 이정도의 지세면? 물론 백두산을 현무로 할때 한반도 역시 좌청룡 우백호에 둘러 싸여 있다. 그 형국 역시 제주섬이 안산으로 버텨 주고 있으니 풍요로운 미래가 보장되는 명당자리이다.

그러기에 어설픈 '작대기 풍수'나  '방안풍수'의 눈에도 제주섬은 없어서는 안 될 명당자리임에 틀림이 없을터. 하지만 그것이 비과학적인 얘기요,비현실석인 공상이라면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자연보물섬 제주와 자연자본주의

사시사철 불어대는 시원한 바람과 바다. 흔치 않다는 지하3-4백미터 아래의 강같은 수맥, 그것들과 잘 어우러진 산과들은 그 자체로 남들이 부러워 하는 천연자원이자 자본이다.그러기에 제주섬은 안팎으로부터  자연보물섬임을 공인받고 있다. 유엔기구인 유네스코가 제주를 세계의 자연유산, 세계의생물권보전지역, 세계의 지질공원으로의 인정이 그것이다. 이른바 유네스코의 이 3대공인의 의미는 실로 크다. 

세계는 지금 자연자본주의가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아니 벌써부터 국가간 지방자치단체간 소리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백년간 지탱해온 지금의 산업자본주의만으로는 더 이상 인류의 미래를 담보 할 수 없어서다. 자연을 파괴하고 그 속을 헤쳐서 먹는,지금의 자본주의가 끝내는 자연과 인간을 공멸의 길로 몰아 낼 것이란 위기의 발로에서다.

파괴와 훼손 대신 자연복원과 재생,이를 위한 통합적 설계와 관리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그것은 마치 인간이 신에 의지하고,신이 인간에 의지했던 먼 옛날처럼 사람은 자연에 의존하고 자연은 또 인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 다름아니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청정 대자연을 갖고 있는 제주는 분명 미래의 대자본가다. 대세인 자연 자본주의에 비춰 보면 그렇다. 그런데 돈 많은 부자가 그렇듯, 어찌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자본관리가 제대로 안돼서 그런가. 아니 개념없는 개발에서 비롯되고 있는 일종의 트라우마일 것이다. 사실이지 금싸라기 같은 지하수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겪고있는 '물난리'.풍력발전사업과 용암해수 개발등등을 둘러싼 작금의 시행착오들이 그것이다. 청정에네지 생산도 좋지만 도대체 섬 곳곳에 마구잡이로 철탑을 세워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터만 골라 놓고 땅장사나 하고 있으면 그것이 개발인가.그러고도 탄소제로의 섬,세계환경수도를 운운 할수 있는 건가,

그냥 빨대를 꽂아 놓고 쉴새없이 빨아대고 그러고 나서는 아무렇게  버려 버리는 어린아이들의 행태에 다름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자연자본주의 원칙을 무시한 채 파괴적 산업자본주의 관행에 익숙한 탓일 터다.

누가뭐래도 작은 부를 얻기위해서 보다 많은 부를 소모하는 것은 자원의 크나큰 훼손이고 아까운 자본의 낭비다. 그것이 아무리 청정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쉬이 용납되서는 안된다. 전반적으로 제주의 큰 자산인  청정대자연,대자본을 흠집내는 것은 소탐대실이기 때문이다.

'개념없는 개발' 더는 안된다

이제 더는 개념없는 이같은 개발과 정책이 자행돼서는 안된다.

최소한 자연자원 생산성의 향상이나,자원의 재생,자원절약과 자연에의 재투자 같은 자연자본주의 기본원칙이 지 켜져야 한다.무엇보다 이를 위한 통합적설계와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그 이전이라도 특정한 정책 특정한 곳을 개발하기에 앞서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무엇을 허락하는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하는 물음들이다. 그 것이 자연자본주의를 지향함에 있어 시행착오들을 덜어 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제주의소리

'사람도 없고 자연도 없다'는 것이 오늘날 산업자본주의 병폐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제 자연자본주의가 그 대척점에 서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눈앞의 인간적 자연자본주의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시대의 대자본을 가지고 있음을 더 없는 행운으로 알고 천상의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상의 물소리와 대자연에서 한시라도 시선을 거둬서는 안된다. 때가 도래할 때까지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다짐이자,때늦은 경계이다. 또한 천하명당을 꿰차고 있는데 대한 시대의 소임이기도 하다. /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고홍철 대표이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