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연재칼럼> (10) 권력 잡은 도정 vs 눈치보는 도민...도민 힘으로 '국민주권' 찾아야   

    20122년은 전 세계 29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 ‘글로벌 선거의 해’였습니다. G2체제 양축인 미국은 오바마 2기 체제를 열었고, 중국은 시진핑 10년을 출범시켰습니다. 일본은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해 극우파 아베 신조를 총리로 선출했고, 러시아에선 푸틴이 다시 정권을 잡았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대한민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 6개국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2013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경제적 격동의 해가 될 것입니다. 동북아 중심이자 아주 작은 섬 제주에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새해 벽두에 <제주의소리>는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자 합니다. 이 글은 고운호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가 6개월에 걸쳐 준비해 온 원고지 819장 분량의 방대한 제언으로, <제주의소리>는  매주 1회씩 10여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다소 논쟁적일 수도 있지만 민선 자치단체장 ‘20년 체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제주사회가 한번은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과 응전’의 담론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열두째,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예방대책을 확인하자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가운데 하나가 제주 올레길 관광객 살인사건이다. 이로 인해 ‘느림의 미학’, ‘치유의 길’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올레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겼다.

정도는 다르지만 성범죄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만연되고 있다. 가해자 중에는 사회 각급 지도자에서부터 심지어 성직자도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신고 된 성폭력(성폭행, 성추행) 건수는 하루 평균 60.4건, 연간 2만2034건으로 최근 4년간 60% 이상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간에 약 2.5건씩 신고 됐다는 얘기다. 신고율이 10% 정도라고 하니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이처럼 연달아 발생하는 성범죄를 보고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성범죄 사건들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 전체가 성도착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갖게 한다. 이러다간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방지 관련 산업이 새로이 창출되어 기네스북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을지도 모른다.

성범죄 증가는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제주의 성범죄 증가는 핵심성장 동력인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늘어나는 성범죄는 제주관광을 지탱해주는 ‘자유와 청정’이란 특출한 브랜드를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역 공직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휴게텔 성매수 사건에 교사와 소방공무원, 지자체 고위직 공무원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도민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어린이와 여성 등 주로 연약한 사람들의 삶을 깡그리 뭉개버리는 성범죄는 엄히 다스려야 할 대죄이다. 그러나 성범죄 범죄에 한순간 흥분했다가 쉽게 망각해버리는 냄비같은 우리 태도가 성범죄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성범죄는 특성상 발생 자체를 억지하기가 갈수록 힘들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 이제라도 제주 사회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성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실행해야 할 때다.

우선적으로 성범죄 전력자가 재범을 못하도록 엄한 판결과 법집행을 통해 확실히 막는 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성범죄를 저지른 공직자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피선거권을 박탈해 사회 지도층 위치에 오르지 못하도록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켜야 한다.

성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일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싸움이지만 가족과 공동체, 후손을 위해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시대적 과제이다.

 # 뮈르달 “언론이 제역할 못하면 민생과 약자가 궁지에 빠지는 연성국가로 전락”
 
열셋째, 언론관을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세계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달성하면서 어느 나라보다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어 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단기간에 사회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면서 혼돈 상태에 빠졌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집단·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렸다. 그 와중에 각종 정부정책은 추진력을 상실했다.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집단의 이기적인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면서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체적 이익은 도외시되기 일쑤였다.

이익집단들이 국가여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언론의 여론선도 기능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뮈르달(Myrdal)의 언급은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언론이 여론선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소프트 스테이트(soft state)’, 즉 ‘연성국가’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연성국가’는 령(令)이 안 서 질서가 안 잡히는 국가를 말한다. 뮈르달은 “연성국가에서는 사회가 극도의 혼란으로 내몰리고 민생과 약자들은 더 궁지에 빠지게 돼 절대로 경제발전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혼란의 시대에는 언론이 경제․사회 발전에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갈등과 분란이 일상화되고 있는 제주 사회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언론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통해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를 마련해 준다. 언론은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점을 여과 없이 비판적으로 전달하여, 정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어떤 나라의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있느냐 아니냐에 있어 언론의 자유 보장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자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 도정의 ‘언론 장악’은 시대착오적 발상...제주언론, 폭압적권력에 ‘정론직필’로 맞서야  

제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 사회는 제왕적 권력을 소유한 도정이 일부 언론의 취약한 재정사정 등을 교묘히 이용해 직·간접적인 간섭과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언론도 도정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알아서’ 보도와 논평의 수위를 조절하는 굴욕적인 처신을 서슴지 않는 것도 오늘 제주언론의 슬픈 단면이다.

언론이 중요한 사회적 사실의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에 실패함으로써 도민적 관심이 높은 쟁점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비판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특정 세력의 간섭과 영향은 여론 조작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민주정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요즘은 SNS 시대가 만개하면서 진실이 가공되고 사실은 조작되는 추세다. 정상적인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괴담의 공간과 파괴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을 앞세우는 언론이 정보 홍수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가려주는 판결사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정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민의수렴과 정책조정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언론을 통한 민간부문과 직‧간접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정책 수립에서부터 민간부문의 창의성, 역동성, 다양성, 효율성 등을 관료조직에 접목 가능케 해준다.

이를 통해 도정은 정책추진 능률을 높이고 소통과 포용으로 지역내 갈등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와의 관계성이 넓어져 결과적으로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정책목표와 현실에 나타난 정책효과의 괴리가 크다면 더 더욱 그렇다.

만약 도정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개행정과 도민소통을 외면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제주 언론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어떤 폭압적 권력 앞에서도 불의에 불굴하고 권력의 남용을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을 지키는 강직한 기개를 보여줄 때, 제주 사회는 언론을 방향타로 삼아 미래의 희망을 찾게 될 것이다. 올바른 언론관을 가지고 언론의 긍정적 기능의 활성화에 앞장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출현을 기대해 보자.      

 # 성장동력 잃은 제주 한순간 몰락 우...후진적 정치 혁파로 새로운 가치 만들어야  

제주는 여기까지 정말 힘들게 왔다. 도세(道勢)가 약한 우리는 국가 발전과정에서 적지 않은 소외와 굴욕을 당하고 집권세력과 갈등을 겪으면서 달려왔다.

어쩌면 제주 사회는 지금 이러한 과정의 여파로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병리 현상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성장은 둔화되고 공동체적 유대감은 내분과 갈등의 덫에 갇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빈곤화 성장에 따른 사회의 양극화로 박탈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저소득 서민층이 늘어나면서 점점 절망의 절해고도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제주경제가 어지러운 도내사정에 허덕대다가 결국에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게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질곡의 구습을 타파하고 당면한 위기극복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4․3사건, 국제자유도시 탄생 등 숱한 역경과 많은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온 우리는, 요즘 제주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다.

고대 로마는 내부적 모순과 중우정치(衆愚政治, mobocracy)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다. 사회활력이 사라지고 성장이 멈추는 순간, 잠재됐던 사회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성장 활력을 잃은 제주가 자체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하며 로마의 붕괴를 닮아 가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삭풍 앞의 등불’ 같은 어려운 상황을 지켜만 보며 우리 미래를 맞이할 수는 없다. 정말 제주는 지금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제주도정은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도민과 고난을 공유하며 가치창출을 위해 투신해야 한다.

차기 지도자들도  오류의 늪에 빠진 역대 도정의 실정을 재임 4년간 똑같이 반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 도정은 지난 선거에서 재정난을 뻔히 보면서도 각종 포퓰리즘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제는 공약을 외면하려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슬프기까지 하다.

지금부터라도 제주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달콤한 포퓰리즘으로 도민의 헛된 기대를 키우지 말고 도 재정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은 과감히 내던져야 한다. 

제주 도지사는 타 지자체장보다 막강한 힘(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사에게 부여된 권력은 도민을 위한 ‘봉사용’일 뿐 특권을 누리고 거드름을 피우기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지사는 자신의 행동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그간 제주 도민은 지도자 감이 되기에는 얕은 지식과 미숙한 통찰력, 본질적인 고민과 종합적인 식견이 부족한 인물을 선택했던 우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진영 논리와 지역정서에 매몰돼 표를 던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 제주는 총체적 난국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앞으론 반시대적, 퇴행적, 관행적 발상과 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의 늪’이라는 커다란 암초가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미지의 길이 아무리 험하고 멀지라도 이제 우리 스스로 극복해 가는 수밖에 없다.

 # 제주 모든 권력 장악한 도지사..도민의 권력으로 바꾸는 것 결국 투표

그 탈출구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선거에 임하는 도민의 한 표 한 표가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주춧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십, 통찰력, 혜안을 지닌 제대로 된 지도자를 선택해 같이 걸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진영의 논리에 빠진 타락한 정치는 우리에게 나락의 고통과 낙망의 상실을 줄 뿐이다.

지금부터 제주 도민들은 지역사회와 도민의 안위는 뒷전인 채 인기와 표 계산에만 골몰하는 사적이익만을 편취하는 정치꾼이 누군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과거를 파는 정치꾼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은 다르다. 도민들이 직접 나서 철저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 협잡질에 능한 3류 정치꾼의 그 어떤 시도도 종국엔 거품으로 귀결될 뿐임을 보여줘야 한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앞서 읽는 통찰력과 비전을 겸비한 도지사, 산을 옮기고 골짜기를 메워 제주사회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걷어내 도민이 편안하고 잘살도록 서민경제를 구현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사회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도민의 삶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디도자, 동종교배(同種交配)로 번식해온 제주 정치생태계의 나쁜 습성과 과감히 결별할 수 있는 도지사가 등장할 시점이다. 지역사회의 갈등을 솔로몬 같은 지혜로 풀어낼 도지사, 열심히 하는 도지사보다 제대로 잘하는 도지사를 뽑아하는 것이 지금 도민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온 도민이 다시 한 번 선진 제주 구현을 위한 공동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제주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과 더불어 제주 사회의 균열과 아픔을 아물게 할 처방을 하루속히 찾아내야 한다.

 

▲ 고운호 전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도민 모두의 역량과 혜안이 결집할 때 비로소 선진 제주 건설의 꿈을 실현할 수가 있다. 그런 제주는 후진적 정치의 저주와 폐해를 극복하고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여유로움 속에 윤택하고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될 것이다.

그 무릉도원의 꿈을 구현하는 비법은 바로 제주 도민의 투표권에 달려 있다. 첩첩산중의 어려움 속에서 제주호(號)를 제대로 이끌 정치 지도자를 고르는 일은 온전히 유권자 몫이다. 제주의 미래는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 제주의 희망은 도민의 선택에 있다. 제주의 미래는 희망은 지도자가 아니라 도민 스스로가 개척할 때 만들어진다. 제주도민이 힘이다. (끝) / 고운호 전 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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