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55) 가믄장 여성


가믄장처럼 ‘다름’ 자체를 없애고, 남성과 차이가 없으니 차별도 받지 않는 여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이제는 그 ‘다름’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여성적 가치를 내세우는 쪽으로 바꿔졌다. 
개인성의 추구, 공동체와 공리의 약화는 여성성이라 불리는 것들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로 요구하고 있다.

여성적 또는 여성적 가치들을 운운하면서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 결국은 지배적인 논리를 위해 복무하는 또 하나의 기제로 둔갑하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만 세상은, 여성적인 것을 가지고 남은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여성이어서 더욱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여성들에 의해 사실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전달되고 확장되어 왔던 것인데도 여성들을 민주주의의 의미와 권리에서 제외시킴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막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있었으니 당연하다.


변화된 세상은 가믄장 여성에게 감각적인 지각을 요구하고 있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해서 저항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는 강함이 있고 왜곡된 것들을 고치기 위해 매진해가는 독자적인 능력이 있는 것, 그것은 분명 가믄장아기 여성들이 지닌 장점이고 명예다.

▲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출처/씨네21 포토).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과는 어긋나게, 엉뚱하고 꾀죄죄하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병운(하정우)에게 멀쩡한 희수(전도연)가 발견하는 것은 무엇일까? - 멋진 하루, 영웅과의 만남.
▲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출처/씨네21 포토).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과는 어긋나게, 엉뚱하고 꾀죄죄하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병운(하정우)에게 멀쩡한 희수(전도연)가 발견하는 것은 무엇일까? - 멋진 하루, 영웅과의 만남.


혼자서도 너무나 잘 살 수 있고, 그녀가 열심히 해서 얻은 성과들은 결국은 남들에게까지 미치게 되겠지만 남과 나누며 같이 잘 사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의 힘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버린다는 것은 처리를 못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지만 둘이 힘을 모아 처리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상대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약화시켜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상대의 힘을 기대한다는 느낌을 내보일 때 상대는 예상치도 못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으며, 그녀 또한 덜 힘들다. 둘 사이에는 기분 좋은 낭만성까지 보강될 수 있다. 부부란 가장 은밀하고 공개적인 관계이다. 부부가 친구처럼만 지낸다면 아쉬운 일이다.


무시무시한 관습에 반기를 들었고,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과 사람을 대했던 가믄장 여신의 피를 받은 가믄장 여성이라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습관을 바꿔가야 한다.


그녀는 이제 확고부동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주 꾀죄죄하고 사소한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차별 없는 사회라는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궁극적으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삶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기도 하다는 것을 그녀가 가지는 확고부동한 대의 사이사이에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물론 그녀의 부단하고 사심 없는 정진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겠고 언젠가는 모두 감동을 받겠지만, 빨리 감동 받게 하는 것도, 매순간 감동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확고부동한 가치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가지는 전문성, 보편성, 계획, 포드주의, 실용주의, 논리성, 단호함, 중심과 집중력, 논리와 의지, 경쟁과 실천은 넘쳐난다. 이제 다음과 같은 것들과 친해져야 한다. 비전공 영역에 대한 전공을 뛰어넘는 이해, 개별성, 우연, 다품종 소량생산, 낭만성, 일탈을 포함하는 뜻밖의 여정, 멋과 여유, 공존과 배려, 주변성, 감각, 유머, 다정다감….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써왔던, 약자인 그녀는, 그들이 원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자신과 상대에게 알맞게 소통하는 법을 체화하고 부단하게 정진할 것이다. /김정숙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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