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제3차 양적 완화 조치는 열심히 가동되고 있다. 실업률이 6.5% 이하로 개선될 때까지는 현재의 초 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계속 지켜지고 있고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국공채 사들이기도 꼬박꼬박 이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정책수단의 크기와 지속기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무언가 애를 쓰고 있는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에 비해 정치권은 최악의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재정낭떠러지로의 완전한 추락은 모면했지만 향후 10년간 예산을 일괄 감축해야 하는 씨퀘스터(Sequester)가 가동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 결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달부터 2013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까지의 22주 동안 주 1일 무급휴가를 강제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CNN 머니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이는 20% 감봉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이들은 사무직 또는 군 공병대에 소속되어 홍수예방을 위해 전국의 댐과 수력발전소들을 수리하는 사람들이었다.

씨퀘스터는 전 항목을 삭감하는 장치다. 모든 예산 항목을 사용처를 불문하고, 인건비와 물건비의 구분도 없이 강제 균등 할당하는 것이다. 그런 장치를 둔 본래의 취지는 여와 야, 상원과 하원 사이의 합의 도출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이해관계자에 따라 주장하는 바에 차이가 있겠지만 불요불급 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줄이고 지켜야 할 항목은 지키는 일, 이것이 정치 행위의 존재이유다.

씨퀘스터가 가동되었다는 것은 바로 정치 마비, 재정 불구를 의미한다. 봉급을 몰수당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봉급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씨퀘스터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

오바마 대통령과 헤이걸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많은 정치인들이 직원들 얼굴을 마주하기가 부끄럽다며 봉급의 일부를 줄지어 자진반납하고 있다. 무고한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사용을 명령해야 하는 이런 국면은 미국 정치가 낳은 최악의 국면이다.

씨퀘스터가 요구하는 감축액은 1조2000억이다. 여야 합의로 제대로 된 감축계획을 세우면 당장내년부터라도 씨퀘스터의 가동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 전망은 어떤가? 현지 시간으로 오늘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요구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알려진 바로는 사회 안전망 복지지출과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지출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그가 속해 있는 민주당 진영에서는 이것이 예전과 확실히 다른 화해의 시도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보면 복지지출에 있어 물가상승률의 반영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노인 의료보험의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정도다.

반면에 개인 및 법인의 소득공제금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세금우대 연금저축도 300만달러 이상은 인정하지 않는 등 소위 부자 증세의 측면도 있다.

그리고 최근 상 하 양원의 예산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안을 보면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오바마 의료개혁법 폐기를 포함하여 지출 감소에 비중을 두고 있는 하원 안과 1조에 달하는 부자 증세에 비중을 두고 있는 상원 안의 차이는 현격한데 이를 조정하는 절차가 2014 회계연도가 개시되는 금년 10월 이전까지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다.

씨퀘스터 국면전환 당분간 힘들 것

타결 전망은 어둡다. 이제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줄곧 원해 왔지만 의회는 반대해 왔던 분야 중의 하나인 국방비 절감의 가능성을 예로 들어보자.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신세대 합동 타격 전투기 F-35 사업은 그 크기가 총 4000억달러로 단일 건으로는 가장 비싼 무기 프로그램이다. 계획의 15% 이상이 이미 지출되고 있는데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록히드 마틴사는 이 전투기의 공장을 미국 전역에 고루 분산배치해 놓았다. 만일의 경우 사업이 축소되거나 변경되면 그 지역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 수 많은 국회 의원들이 이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다.

차라리 씨퀘스터 장치를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는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다. 지구상 최대 최강의 미국이 자국 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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