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씻는 설문대할망의 빨래
세상을 씻는 설문대할망의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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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4) 설문대할망의 문명창조

“바당은 자락자락 물게꿈 지치는디 할락산에 아장 설문대할망 서답허는 서늉을 좃좃이 봅서.(바다는 철썩철썩 파도 철썩이는데 한라산에 앉아 설문대할멈 빨래하는 모습을 자세이 보소.)”

“어떵 헌 일이지. 설문대할망은 세상을 만든 그 날부터 매날 세상을 빨아부난(빨았으니) 이 땅은 맑고 맑은 땅이 되었수게.” 

생각해 보자. 거대한 우리 설문대할망이 엉덩이는 한라산 백록담을 깔고 앉아 한쪽 발은 관탈섬을 딛고, 다른 쪽 발은 지귀도를 딛고, 소섬[牛島]을 빨래판으로 삼아 빨래하는 모습은, 제주 땅을 씻는 듯, 제주 사람들이 입을 옷감들을 빠는 듯, 우리 왜소한 제주 사람을 압도하는 낭만적이면서 거대한 여신의 모습, 정말 미치게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보시게.

그 힘이 세고 키가 큰 할망이 제 몸이 땅을 덮을 만한 땅에 앉아 세상을 씻는 모습을 우리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가 만든 제주 땅을 씻는 모습은 제주 땅을 만드는 분주한 모습과는 다른 여유 있는 할망의 모습이다.  여유 있어 낭만적이기까지 한 제주를 따뜻하게 끌어안는 모습이다.

전날 분주하게 몸을 움직여 흙을 퍼 올리고, 할망의 방귀소리처럼 요동하는 화산의 폭발 뒤에 용암이 팥죽처럼 흘러 넘쳐  땅을 식히고, 땅은 화산재로 덥혀 숯덩이처럼 검붉게 변한 세상을 씻고 또 씻어 하얀 새 옷처럼 제 빛깔을 내는 세상, 꽃이 피고, 나무 우거져 숲을 만들고, 안개 자욱하고, 바람도 시원한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세상으로, 너무 맑게 제주 땅을 씻어나가는 할망의 빨래하는 모습은 분명 우리 제주 사람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설문대할망의 신화는 제주 땅을 만든 창조주 설문대할망이 야생의 땅에 문명의 씨를 뿌리는 문명창조의 과정을 보여주는 <문명기원신화>다. 할망이 빨래를 한다는 것은 그녀가 만든 세상에 문명의 씨를 뿌린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설문대할망 신화에서 빨래는 제주 사람들의 미래의 문명시대를 그리고 있다. 제주 사람들의 꿈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빨래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산의 문화가 아닌 물에서 태어난 문화다. 그것은 빨래와 목욕이라는 청결과 정화의 생활문화다. 그러므로 제주 고문화의 원형은 ‘물에 씻는다’ ‘더러워진 빨래감을 빨래한다’는 행위 속에 함축돼 있다.

▲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설문대 할망.

그것은 정화와 세탁의 의식이며 사냥을 하여 사는 수렵사회를 끝내고 새로운 문명사회, 물을 이용하여 쌀을 씻고, 불을 이용하여 밥을 짓는 농경사회를 꿈꾼다. 그러므로 아무도 없는 땅에 설문대할망 혼자 살던 창세 때부터 할망은 최초의 제주 사람들, 할망의 아들 오백장군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빨래이야기를 하며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빨래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설문대할망이 바다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제주 문화가 바다와 깊은 관련을 맺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다. 신화에는 빨래를 하던 할망은 가끔 누어서 쉬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때마다 제주 땅이 좁아서 설문대할망의 발은 삐져나와 어색하다. 그럴 때마다 할망은 바다에 발을 넣어 휘갈아보고 바닷물에 첨벙첨벙 물장난을 한다. 물놀이의 시작이다. 첨벙첨벙 물 지치는 건 할망이 발 씻는 동작에서 한 단계 발전한 일종의 놀이이며 나아가 수영까지도 그릴 수 있는 동작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수영의 기본 동작인 ‘물장구치다’라는 움직씨를 그려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설문대할망 신화는 또 다른 문화소, 제주 사람들의 해양문화의 시초가 준비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화는 할망의 자손들의 세계는 땅에서 벗어나 바다를 헤엄치고, 바다 속을 더듬어 해산물을 잡는 ‘물질’이라는 제주의 해양문화가 형성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설문대할망 신화는 할망의 몸에서 온갖 해산물을 쏟아 내는 물질의 시초가 할망의 움직임 속에 자라고 있었다. 물장구치는 설문대할망은 먼 훗날 바다를 헤엄치는 좀녀문화의 밑그림이다. 할망은 제주도를 어떻게 그리고 있었을까?

“할마니 무싱거 햄수가? 빨래 햄저.” “빨래 꼬심은 싯수가.” 이런 얘기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 지혜. 옷은 자주 빨아 입어야 하며,  명주나 면화로 짠 옷감으로 옷을 해 입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그러므로 제주형 겨녀신화 설문대할망 신화는 짐승의 가죽옷에서 한 단계 발전한 문명시대의 옷을 이야기하는 신화로 문명기원신화이며, 빨래하여 씻어내는 빨래터의 물게꿈(거품)으로 표현되는 창조물, 해산물이 자라나는 생산과 창조의 바다 밭을 상징하며, 빨랫감은 옷, 의복으로 문명생활의 시작, 빨래를 상징하는 말이기 때문에 설문대할망 신화는 제주 해양문화의 기원신화이며, 낭만적인 제주 사람들의 기질을 보여주는 창조신화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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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2 2013-04-17 01:26:54
제주사람씨! '신화라는게 아무리 말를 만들어내는자들이 기발한 idea'사 아니거던, 당신 수준에 이해가 안되믄 그 입 닥치라! 신화의 해석학에 망상 운운하는 당신같은 자들 땜시 이글이 씌어지는 듯 한데, 니 귀가 고만고만하면 조용히 읽고나 갈일이지 댓글은 아무나 쓰나?
112.***.***.85

제주사람 2013-04-16 13:52:45
웃기고 자빠졌네.
신화라는게 아무리 말를 만들어내는자들이 기발한 idea라 할찌라도
나가도 너무나갔네.
이 민속학자는 세상만물 창조질서를 자기망상속에 왔다갔다 하는것 같네.
제발 제주를 당신의 망상속에서 논하지 마세요.
112.***.***.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