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11) '이어도사나'의 마을 만들기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11) '이어도사나'의 마을 만들기, 제주 경제의 대안될까? 

▲ 조랑말 박물관의 모습. ⓒ이어도사나

제주도 동남쪽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주도민들에게는 평평한 땅이 펼쳐진 평범한 시골이지만 이 곳은 최근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해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특정 기업만 잘 살고 보통 마을주민들은 가난한’ 사회에 대한 대안인 셈이다.

가시리 마을공동목장 위에 세워진 ‘리립’ 조랑말 박물관은 그 대표적인 예다.

조랑말 체험공원을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이어도사나’의 지금종(51) 대표는 흔히 말하는 문화이민자 중 한 사람이다. 지 대표를 자세히 보다보면 어딘지 낯이 익은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연대의 사무총장이었고 비례대표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이다.

2009년 제주로 내려온 뒤 가시리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추진단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가시로 곳곳에 신기한 것들을 펼쳐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서귀포시 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와 동료들은 작년 2월 이어도사나를 설립했다. 한국의 문화운동의 네트워크와 정책 방향을 주도하고 문화예술계의 굵은 뼈였던 그는 작년 2월부터 가시리에서 거대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무대는 가시리고 그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마을주민들이다. 그리고 그는 총연출을 맡는 셈이다.

한국 최초의 ‘리립 박물관’

 

▲ 이어도사나의 지금종 대표. ⓒ제주의소리

- 이어도사나는 단순히 조랑말 박물관만 운영하는 게 아니네요?

“사업의 영역을 가지고 보면 여러가지에요. 마을 만들기 컨설팅도 하고 축제 기획도 하고 관광기념품 개발도 하고, 또 이제 조랑말 체험공원 운영도 하고, 최근에는 여행업도 추가했어요. 그래서 누구는 문어발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해요. 하지만 사실 그것들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서 하게 된 거에요”

- 그럼 맨 처음, 시작은 어떤 부분으로 봐야하죠?

“2009년에 제주 와서 하기시작한 일이 마을만들기에요. '지역에도 좀 도움이 돼야지'하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야외페스티벌, 유채꽃 큰잔치와 같이 축제는 원래 우리가 하던 부분이었죠. 원래는 지역에 기획전문 인력 같은 것들을 양성하고 싶어서 시작했죠. 그리고 기존에 있는 축제들 컨설팅도 하고 교육도 해서 나아지게 하는 일이 이 사업의 영역이에요.

그 다음에 이제 조랑말 체험공원은 마을 사업이기도 해요. 일종의 커뮤니티 비즈니스죠. 마을 땅에다가 시설을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잖아요, 우리 이어도사나는 위탁 운영만을 하고있고 소유주는 마을이죠. 운영을 해서 수익금이 나오면 분배를 하는 방식이죠”

- ‘마을만들기’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다소 어려워하기도 하더군요.

“마을만들기라는 말은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죠. 그게 지금 마치츠꾸리(まちつくり)에서 나온거잖아요.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드는 활동의 전반을 마을만들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가깝게는 유채꽃플라자라고 위에 농촌마을사업 마을에서 뭘 하나 지었어요. 그런 공간들을 어떻게 운영할 건가 이런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 사실은 이런 마을 하나하나가 행복해야 지역 전체가 살아나는 거죠. 제주도도 불균형이 심하잖아요. 제주시로 너무 지나치게 집약돼 있고. 서귀포시가 상대적으로 쇠락하고 있고. 더군다나 이 두 개의 시 이외의 주변의 농촌마을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쇠락한 상황이죠”

- 최근 여행업을 추가했네요? 아까 문어발 얘기도 했지만 왜 이런 부분을 추가했는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요.

“왜 자꾸 늘려나가냐고 직원들도 얘기를 하는데. 가시리에 일년에 100개 정도의 견학팀이 와요 마을견학을 하러. 주로 육지에서 오는데. 이 사람들이 견학을 와서 견학을 대충하고 가는거에요. 그 이유가 뭔지 알아봤더니 버스기사들이 와서 최소한의 시늉만 하고 얼른 데려가서 물건 파는 데를 데려가는 거에요.

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제주도에 관광 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있고. 견학여행을 오면 마을에 대해 잘 알아야 되는데 지금 여행사들이 하는 것은 관광지 중심으로 다녀버리니까 견학여행의 어떤 당위성이 약하지 않느냐 그런거에요. 그래서 전문 여행사로 한 번 해보자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팅 중이에요”

- 외지인이 내려와 이런 프로젝트를 벌이니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 당황스럽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어려운 점이 있죠. 아마 그냥 단순한 귀농 귀촌이었으면 어려움이 덜 했을거라고 봐요. 그런데 사업을 했잖아요, 사업을 한다고 하는 건 그 아무래도 마을 전체의 이해관계와 관련돼 있는거고... 종종 오해에서 생긴 문제도 있기도 하고, 또 이런 사업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오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있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시구요 이런 활동들이 마을을 살리는 거다 이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이거를 지 돈 벌려고하지!?’ 이런 분들도 있고 다양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 조랑말 체험공원에서는 직접 말을 타 볼 수 있는 '따라비 승마장'도 있다. ⓒ제주의소리

-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어도사나가 하는 일이 어째서 사회적 가치와 연관되냐. 좋은 일이긴 하냐’ 이런 시선에 대해서 또 ‘사회적기업’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어도사나가 하는 일이 ‘이러이러한 면에서 세상에 도움이된다’는 것을 좀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일단은 가시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적 자원들을 가공하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거거든요. 가시리라고 하는, 예전 여기 갑마장이라고 하는 역사적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을 박물관을 통해서 다시 끌어낸 거죠. 이게 일종의 커뮤니티비즈니스 모델인데 이거 지금 하는 와중에 일자리를 만들어내잖아요. 마을주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불어넣어주고 있고, 유휴토지를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가치들을 생성하고 있다고 봐요”

- 체험공원도 주인이 지역주민이고 이어도사나는 단지 위탁운영, 경영하는 역할이라는 건가요?

“그렇죠. 이런 박물관을 내용들을 만들어가고 잘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걸 마을에서는 위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 누구든지 정말 잘할 사람이 잇으면 지금이라도 마을로 넘겨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마을에서 주민들이 인력들이 육성이 돼서 그 인력들이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 조랑말박물관을 처음 설립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네요. ‘또 하나의 뻔한 테마관광지 아냐?’ 이런 냉소도 있었을테고...

“이 박물관은 사실은 마을 단위에서 세운 아마 최초의 국내 최초의 전문 말 박물관일거에요. 난 그래서 국내 최초의 리립박물관이라고 얘기를 해요. 마을에서 조그마한 마을사박물관 이런 박물관은 있지만 나름대로 전문박물관으로는 최초의 리립이라고 할 수 있죠.

더군다나 이 자리가 갑마장이라고 하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제주의 문화를 알려야 된다고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제주다운 박물관 중에 하나다 이런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잘 찾아내서 전시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고 기존에 있는 지역내에 있는 인력들의 자문과 참여와 이런 것들을 받았죠”

- 마을주민들도 이어도사나에 좀 함께하고 있나요? 현재 직원 수는 얼마나 되죠?

“25명입니다. 마을주민 이주민까지 하면 절반이 넘죠. 이것 때문에 이사 온 사람도 있으니까요. 주로 서울에서 온 사람들인데 대부분 기존의 선주민들도 여러분 계시고, 그 다음에 이사 와서 가시리 주민이 된 사람도 여러 명 있고. 그 다음엔 화북이라든가 김녕이라든가 표선이라든가 주변에서 사는 사람도 있어요”

그는 왜 제주로 왔나?

 

▲ 이어도사나의 지금종 대표. ⓒ제주의소리

- 시계추를 돌려서... 처음 제주로 온 2009년으로 가보죠. 문화연대에 있을 때부터 지역균형발전과 문화와 공동체에 대해서 역설했기에 지 대표님이 어느 지역의 소도시나 시골로 가는 건 별로 의아하지 않은 일일겁니다. 그런데 그 수 많은 지역 중 어째서 제주였고, 그 중에서도 가시리였는지?

“얘기를 하면 좀 길긴한데...귀촌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거구요. 어찌됐건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시급한 일 중 하나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우리사회의 ‘미래 발전적인 마을 모델’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생각을 해왔죠. 제주도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은 대안적 공동체랄까?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가시리는... 제주에 사는 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와 알고 지냈는데 2008년 말에 이 대표가 가시리 농촌마을 종합계발사업 예비계획서를 만들었거든요, 그 때 자기가 요즘 제주도에서 이 마을에 이런 사업들을 하고 있다 메일이 왔어요. 메일 쭉 보다보니 계획자체가 굉장히 생태친화적이었어요.

가시리는 마을에 광활한 225만평의 땅이 있고 공동소유의 목장도 있고 4.3의 피해가 굉장히 큰 지역이더라구요. 마침 귀촌을 하려고 찾던 때인데 가시리에 호감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제안을 한 게 그 때 당시에 농림부에서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이라는 것을 시범사업을 한 번 해보겠다 그런 거에요. 그걸 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됐어요. 아무래도 귀촌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과 맞물려서 내려오게 된 거죠”

- 지금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시리가 막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인데... 이 ‘가시리 모델’이 한국의 다른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사회적경제 형태라고 보세요?

“사실은 가시리가 꽤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이 견학을 오는데 저는 그 괜찮은 모델이라고 생각을 해요. 가시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고 봐요. 지역에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했다는 거에요. 가급적 생태친화적인 쪽으로 가려고 노력했고 그 다음에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했다는 것이... 또 한 가지는 문화성을 많이 접목했다는 거에요. 미적인 것 아름다운 것 문화적인 것 결합을 한 케이스로. 다른 농촌마을하고 변별성이 있다 이렇게 보는거죠”

 

▲ 조랑말 체험공원 내 '아트샵. 예술가들이 머물며 직접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상품들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쁘고 그럴듯한 '기념품'들이다. ⓒ이어도사나

- 타지에서 살다가 제주로 온 이주자인 동시에, 문화운동 분야에서 수십년을 머물렀고, 또 이제는 가시리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아마 느끼시고 하고 싶을 말씀이 많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적어도 지자체가 이런 것은 좀 아쉽다, 제주가 이런 부분에서 더 근사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있다면 좀 말씀해주시죠.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는데. 이 시점에서 사회적경제가 커질수록 의미가 있는거죠. 이 사회적경제의 영역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제주도의 한 경제 영역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거기에 창조성을 불어넣는 거에요. 사실은 외자유치를 한답시고 50만 달러 투자하면 영주권 주는 이런 정책들은 굉장히 위험해요. 그러니까 그게 실효성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위험하거든요. 왜냐하면 제주도는 정말 중요한 자산이 땅이란 말이에요. 그 땅 안에는 경관도 있고 생태계도 있고 다 있는 거에요. 그 잠재가능성까지 다 있는데, 지금 외자유치라고 해서 들어오는 돈들은 대체로 땅을 사고 개발하는 데 드는 돈이란 말이에요. 그 돈 자체가 들어온다고해서 그 돈이 도대체 제주도민들이 먹고 사는데 무슨 도움이 되냐 이거에요.

그런 쪽만 장려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많이 생겨야 해요. 예를 들면 국유지가 됐던 도유지가 됐든 노는 땅을 어떻게 일자리와 연결시켜 놓을 것이냐, 단순하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농업을 가르쳐요. 그냥 농업이 아니에요. 굉장히 정말 이 새로운 어떤 아이템이 됐든 농업을 가르쳐서 그 사람들이 농업으로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도유지나 국유지 빌려 줄 수 있잖아요.

기술을 가르쳐주고 교육해주고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줘요 그러면 거기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거고 토지의 활용도는 활용도대로 높일 수 있고. 작목들이 농업의 다양성을 늘릴 수 있는거고. 서울에서는 청년 일자리 허브라든가 여러 가지를 하거든요 그런 시스템들을 잘 활용을 하면 지역내에서 젊은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배우고 창업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 시스템들을 만들어나가면 지역 내에 건강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이런 작은 경제들의 네트워크가 제주경제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하나의 방식을 얘기하는 거지만 영양가 없는 외자유치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주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들을 했으면 좋겠네요”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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