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민주당 쇄신 6개월이면 충분...도당위원장 잘하면 더 큰 일에 써 달라”
 
지난 주 정가의 스포트라이트는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에 선출된 고희범 위원장에 쏠렸다. 현역 국회의원, 그것도 3선 중진 세 명이 버티고 있는 제주도당 위원장을 원외가 맡는다는 사실에 정가는 그 의미를 갖가지로 해석했다.

‘어차피 10개월 후 내려놓을 자리 왜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내년 도지사 선거 공천권 확보를 위한 교두보 아니냐’ ‘지금으로선 도당위원장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현역이 미적거리는 상황에서 원외가 과감히 도전한 거다’ ‘차기 도지사 선거를 위해서도 민주당이 인물을 키울 필요가 있다’ ‘민주당 쇄신을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한다. 현역은 한계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다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둬 뭔가 제주도당에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중론이 고 위원장에게 모아졌다. 물론 현역이 나서지 않는 이유도 있다.  

고 위원장에게 도당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 둔 ‘배수의 진’이다. 앞으로 10개월간 그는 이 자리에서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 민주당 당원이면서 구체적인 정치현장에선 ‘물과 기름’처럼 뭔가 잘 섞이지 않는 걸 풀어야 한다. 항상 겉도는 듯한 어색함을 넘어 ‘당심’을 먼저 잡고 주류에 안착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좋은데...’란 세간의 이른바 ‘...’ 평가 그물에서 벗어나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원외 도당위원장 자리는 현역 국회의원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들과 정치적 협력을 주고받으면서 상황에 따라선 차별하는 ‘정치적 각’도 세워야 한다. 이 모든 열쇠는 ‘정치력’이다. 앞으로 10개월 그가 보여 줄 정치력이 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20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고희범 위원장도 인터뷰 내내 ‘도당위원장 연착륙’에 집중했다.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배려, 도의원에 대한 협조와 지원, 그리고 당원들과의 신뢰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원외 위원장으로 뭔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데 집중했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에서 할 역할이 많다. 주말에 내려와 지역구 살피기도 바쁜 형편이다. 당원들과 만나거나, 도민들과 의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도당위원장을 꼭 해야 될 이유는 없는 거다. 지역에 상주하면서 당원들과 호흡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또 지난번 도지사 출마 경험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더 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원외 도당위원장이 더 나을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추후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다”라며 말을 아끼면서 “4년전 내가 그리던 제주도의 꿈이 충족된 것은 아니 “라며 여운을 담겼다. 그리고 나서 ”(도당위원장으로서) 당원들에게 평가를 받겠다는 거다. 당에 기여할 기회를 달라. ‘저거 잘하는 걸 보니까 다음에 더 큰 일 맡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 거 아닌가. 못하면 맡기지 말고. 강판시키고 잘라내면 된다.”는 말로 이번 도당위원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시험판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고 위원장은 현직 우근민 지사에 대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다시 도지사 되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 도민의 삶과 미래를 걱정해 달라”며 각을 세웠다. 우 도정에 대해선 “잘 줘야 60점”이라고 평가했다.

▲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현역 3선 국회의원 세명이 있는데 원외 위원장이 된 고 위원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둬 조심스러우면서도 할 말은 했다. ⓒ 제주의소리
다음은 고희범 위원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 “ ‘선거인단보고 대통령 선거운동 허라고 헙서‘ 당원 비판 제일 가슴에 아파.

-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에 선출됐다. 소감이랄까 도당위원장 포부를 밝혀달라.

“원외로는 제주도당에서 처음이다. 도당위원장에 나설 수 있도록 협조해준 세 국회의원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대의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대선 패배 후 당원들이 상당히 기운이 빠져있는데 도당과 당원을 추슬러 제주지역사회에서 민주당이 확실하게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참석 대의원 80.5% 지지로 선출됐다. 비율만 보면 높지만 단독출마였다. 만족하나.

“만족한다. (준비 과정에서) 대의원 163명 대부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충분히 설명 했다. 처음엔 부정적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었지만 나를 이해하게 됐다고 본다.”

- 나머지 반대 20%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나.

“그 동안 관행적으로 국회의원들이 해 온, 그것도 3선 국회의원이 셋이나 있는데 평당원이 도당위원장을 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그런 판단을 한 것 아닌가.”

- 그분들의 반대의견에 수긍하나.

“그렇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일리가 있다. (원외 도당위원장이) 파격일 수도 있고, 혹 이게 도당에 나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도 했을 것이다. 당을 생각하는 동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 모두 연설에서 ‘당원과 함께 하는 제주도당’ ‘도의원과 연계한 정책개발’ 두 가지를 핵심과제로 내걸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다는 이야긴데.

“대선 과정에서 당원들이 제대로 권리행사를 못했다. 오랫동안 당 생활을 한 분으로부터 상당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선거인단으로 뽑았으니 국민선거인단보고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 허라고 헙서.’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그런 박탈감을 느꼈고, 주인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한 당이 활력을 잃을 게 아닌가.   도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도의원은 매달 20만원씩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데 도당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거의 없다. 도의원은 보좌관이 없다. 도당에서 정책기능을 강화해 지역현안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지역 목소리를 전달해 민생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게 도당 역할인데 지금까지는 못했다. 앞으로 이걸 하겠다는 거다.“

# “현역의원 중앙정치 하기에도 바빠...도당위원장 내가 더 잘 할 것” 자신감 

- 민주당은 지역으로만 본다면 여당 수준이다. 그런데 수 많은 지역현안에 당론이라고 해야 하나 입장이 없다. 모두가 각개약진이다.

“모든 문제에 당 입장을 내놓는 게 적당하지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현안, 제주 미래와 관련된 일, 도민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만한 사안, 도민 이익에 집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론을 제시해야 한다. 육상 풍력발전단지 지구지정 문제나, 부동산투자 이민제-영주권제도 등에 대해서도 도당이 당론을 만들고 도의원들과 함께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민주당에 대한 혁신과 변화의 요구가 사람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포함될 수 있지만 민생 현장에 당이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다. 앞으로 주요 지역현안에 당론을 마련하고 도민사회에 내놓겠다.”

- 지금까지 이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제주도당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 동의하나?

“ ‘존재감이 없다. 민주당 뭐하냐’는 비판은 기본적으로 당에 대한 기대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겸허히 수긍하고, 그 기대에 부응해 도민들이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민주당 이런 일 합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도민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내고 도민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당위원장에 나건 거다.”

- 그렇다면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원들의 화합과 단결.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먼저 도당 조직을 개편하는데 당원들이 결정하도록 할 생각이다. 가령 노인위원장 여성위원장 청년위원장과 같은 상설위원장 지명권이 도당위원장에게 있지만, 위원회 당사자들이 추천하도록 하겠다. 도당위원장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당원들 맘에 드는 사람 뽑는 게 당 개혁의 시작이라고 본다.”

- 대외적으로 민주당을 대표하는 도당위원장은 지금까지 현역 국회의원이 맡아 왔다. 지금 3선 현역 세 명이 있는데 원외가 제 역할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

“걱정할 게 없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에서 할 역할이 많다. 강창일 의원은 지경위원장으로 예산도 많이 가져오면서 얼마나 중요한 일 많이 하고 있나. 김우남 의원은 농수축산위에서 제주와 직접 관계된 분야에 얼마나 큰 기여하고 있나, 말 특구 지정하는데도 김 의원 역할이 상당했다. 김재윤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마다 앞장서서 당을 구하려는 자세를 가진 인물인 거 중앙에서 다 안다. 주말에 내려와 지역구 살피기도 바쁜 형편이다. 아무래도 당원들과 만나거나, 지역현안을 놓고 도민들과 의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도당위원장을 꼭 해야 될 이유는 없는 거다. 지역에 상주하면서 당원들과 호흡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또 지난번 도지사 출마 경험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더 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 국회의원들도 동의를 해 준 거다.”

▲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내년 지방선거 출마여부를 고민하는 그는, 누구든지 기회를 줘서 잘하면 더 큰일에 쓰고, 못하면 내녀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 “누구든 기회를 줘서 잘하면 더 큰일에 쓰고, 못하면 내려오게 하면 된다”

- 출마과정에서 미묘한 기운이 있었다. 현역의원들이 별도 회동도 하고, 김재윤 의원을 도당위원장으로 내세운다는 얘기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염려했던 건 내가 도지사 선거에 나왔던 사람이고 또 나올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도당위원장 맡는 게 불공정한 게 아니냐.’ 이런 생각 했던 것 같다. 내가 선거에 나갈 거냐는 도민과 당원들의 뜻을 헤아려서 추후에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당에서도 인물을 기를 필요가 있다. 어떤 직책이든 맡겨서 일을 하게하고, 당은 그 사람을 활용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그리고 불공정한 것도 아닌 게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거다. 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못하면 점수 깎는 게 당연하다.”

- 도당위원장에 선출 된 이후 현역들과 함께 한 자리가 있었나.

“아직 세분과 함께 만나진 못했는데 이번 주말 세 분하고 각각 만나기로 약속 했다. 도당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의견도 듣고 협의할 것이다.”

- 도당운영도 시스템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굳이 비교한다면 시스템이 갖춰진 새누리당, 뭔가 좀 엉성해 보이는 민주당이라고 꼬집을 수 있는데. 

“그런 지적 받을만하다. 새누리당은 당직자 공채 역사가 40년인데 반해 우리는 10년에 불과하다. 도당 당직자도 당에서 키워낸 인물로 채워져 있지 않아 불안정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에 중앙당 정치개혁특위에서 전국 시도당 당직자를 공채하겠다고 했다. 중앙당에서 당직자들 월급주고 관리하겠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중앙당을 포함해서 시도당까지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 사람, 당직자 문제는 결국 돈 문제다. 시도당에 대한 중앙당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데 극복할 수 있겠나.

“중앙당 지원이 있지만 한번 활동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번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제주에 왔을 때 이 문제를 심각히 이야기 했다. ‘당의 기반이 되는 시도당 조직을 튼튼하게 강화해야 그 위에 건물도 그럴 듯하게 들어서고 나무도 무성하게 자라는 건데, 이게 약하니 민주당 자체가 약해지는 거다. 시도당이 활력 있게 돌아가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못하는 것만큼 억울할 일이 어딨냐’고 했더니 전부 다 동의했다. ‘시도당이 일할 수 있을 만큼 중앙당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대하고 있다.

- 중앙당 전당대회 준비가 한창인데 지난 대선 책임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구선수가 공 던지다가 피곤하면 내려와 쉬는 거 아닌가. 영 못하면 강판 당하거나 잘리기도 한다. 당시에 누가 (대선) 책임을 크게 지고 있었고 또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 제일 중요하게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닌가. 남들도 알고 본인도 아는 거다. 그런 수준에서 책임의식 가지고 임하면 되는 거다.“

- 책임진다는 수준은 뭔가. 지도부에서 내려와야 된다는 건가.

“그렇다. 좀 쉬고 좀 추슬러서 다시 올라가기도 한다. 몸이 아주 녹초가 됐는데도 ‘우리 밖에 없다’는 건 아니잖느냐. 다른 선수도 많이 있는데.”

# “민주당 쇄신 6개월이면 충분”...“우 지사, 재선준비처럼 도정 이끌어 줬으면” 

- 단도직입 적으로 묻겠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할 예정인가?

“지난번 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서 내가 제주도를 잘 몰랐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 상당수가 나를 지지해줬다. 그 반성에서 172개 리 거의 다 돌아다녔다. 1년 가까이 많이 만나고 얘기도 듣고 공부하고 감동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아직 시간 많이 남아있다. 당원과 도민들의 뜻을 잘 헤아리겠다. 추후에 얘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아직’이라는 단서를 달았을 뿐이지 ‘출마 안겠다’ 그건 아니지 않는가.

“지난 선거에서 내가 그리던 제주도의 꿈, 기대 이런 것들이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제주도가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사라진 건 아니니까, 앞으로 도민들 당원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도 정리하겠다.”

-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면 선거 120일전 도당위원장을 내 놔야 한다. 10개월 도당위원장 하려고 했느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기는 2년이지만 8개월, 6개월 도당위원장도 많이 있었다. 당 형편에 따라 가는 거지 ‘2년 못할 거면 하지 마라’ 이건 아닌 거 같다. 전임 위원장도 대선 치루면서 8개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도당을 당원이 주인인 정당,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만들어 대선 패배 이후 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모범 사례로 떠오르게 하고 싶다. 꼭 2년을 해야 그걸 보여주나, 6개월이면 충분하다. 민주당은 지금 위기다. 김대중 대통령도 가장 엄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희망적인 말로 국민들을 이끌었다. 나는 제주도당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만들어 보이겠다.”

- 고 위원장의 이런 이야기가 결국 내년 도지사 선거 당 후보를 염두에 둔 그게 아니냐. 그렇게 본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웃음) 그런데 뭐를 하든 잘하면 좋은 거 아닌가. 당원들에게 평가받고 싶다는 거다. 당에 기여할 기회를 달라 평가받겠다는 거다. ‘다음 행보가 어떠니까,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는 거다’가 아니라, ‘저거 잘하는 걸 보니까 다음에 더 큰 일 맡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 거 아닌가. 못하면 맡기지 말고. 강판시키고 잘라내면 된다.” 

- 내년 지방선거 구도 어떻게 보나. 정가 관심은 역시 현직 우근민 지사 행보다.

“열심히 조직하고 뛴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도지사를 지내신 분들의 행적을 보면 ‘도지사가 돼서 도정을 어떻게 하겠다. 제주의 미래를, 도민들을 어떻게 살게 해드리겠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 게 아니라, 도지사 되는 그 자체에 무게를 싣는 행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근민 지사도 도정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 도지사 다섯번째 하신다는 분이, 경륜을 그렇게 많이 갖추셨다는 분이 도정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 다시 도지사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 도민의 삶과 미래를 걱정 한다면 도정을 잘 이끌텐테...지금 도정은 대단히 걱정스럽다.”

- 걱정스럽다? 도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나.

“잘 줘야 60점이다. 지난 번 도민들 지지가 30% 이하 아닌가? 걱정스러운 지지도다. 우 지사에게 불행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에게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정말 잘해야 한다. (도지사)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잘하는 게 중요한거지.”

▲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그는 차기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우근민 지사에 대해 "다시 당선되기 위해 애쓰는 만큼이나  제주도민을 위해 일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 제주의소리 
# “현행 행정체제개편논의는 특정 안 염두에 둔 들러리 논의...우 지사 공약 불이행”

- 민주당 출신이 도지사가 최근 없다. 좋은 후보들을 많이 만들어 도민에게 희망을 주는 게 책무 아닌가.

“아직 공식적으로 후보가 되겠다고 밝힌 사람은 없는데,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와 당내에서 세게 경쟁해서 몸집도 키우고, 전투력도 갖춰 민주당이 이겼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와 이념 민생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지방정부다. 지방정부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도민삶이 달라진다고 보는 거다. 내년 지방선거는 그런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 지방선거 1년 가까이 앞둔 상태인데 아직도 행정체제 개편-지방정부 권력체계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지금 상태론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상식에 맞는 논의가 진행되고 도민 의견 충분히 수렴해서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맞짱을 뜨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거기에 꿰맞추는 논의에 그치고 있으니 지금처럼 어정쩡한 결과가 나오는 거다. 그런 거 하지 말고 진짜 도민들이 원하는 게 어떤 거고, 제주 미래를 위해서 어떤 게 우리에게 적당한지 마음을 열어놓고 도민과 소통하고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현실 가능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안, 또는 차선책이라도 내 놨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결국 우근민 지사 공약은 불이행이다.”.

- 행정체제개편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도 아무런 입장을 내 놓지 못했다.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그런 셈이다. 아직 그것에 대해서 당에서 논의해본 적도 없고 또 정리해서 도의원들과 공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관심 밖 문제 취급을 했다.”

- 개인적 판단은 어떤가. 고 위원장이 그리는 그림은.

“도지사에게 집중되는 권력 문제,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할 거냐다. 그런데 우리가 결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광역화하는 추세가 있었고. 이게 전 정부의 정부 방침이기도 했다. 추세가 그런거라면 중앙정부와  논의 하고, 특별법을 개정해야하기 때문에 국회와도 조율할 필요가 있다.”

- 결정권이 고 위원장에게 있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초점은 풀뿌리 민주주의 부활이다. 그걸 위해서 지역내에서도 분권이 이뤄져야 된다. 그러려면 이전 4개 시군 시절이 있었는데 제주시-서귀포시-동군-서군이 맞다고 본다. 문화적 전통적 정서가 고려된 풀뿌리 민주주의 부활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력이 분산되는 이점이 있다.”

- 기초의회도 부활하는 체제인가.

“그렇다.”

- 우근민 지사는 지금의 행정체제에서 기초의회 없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이야기 한다.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뽑으면 그 시장이 권력을 갖나. 도지사 편의에 따라, 재량에 따라 주어지는 권력이기 때문에 힘이 없다.”

- 그걸 특별법에 담으면 되지 않나. 예를 들어 예산 편성권은 선출직 시장에 주고, 심의의결은 도의회에서 하는.

“의회가 없는 직선시장, 행정시는 법인격이 없다. 그렇게 때문에 모순이다.  ‘도지사에게 집중되는 권력 때문에 시장은 도민들이 뽑게 해드리겠습니다. 힘이 없으면 힘을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라는 건데, 이는 도민들 기분 좋게 만들려는 교묘한 타협이자, 정치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 고 위원장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사람은 참 좋은데....’라고 한다. ‘...’ 이 이면에는 뭔가 부족 한다는 말이 담겨 있는 것 아닌가.
 
“부족한 거 당연하다. 내가 완벽했으면 지난번에 도지사 됐을 것이다.(웃음) 부족한 부분에 대해 열심히 노력해서 채워가는 과정이다.”

▲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그는 '독선'이 카리스마라면 그런 카리스마는 없는게 낫다고 말한다. 지금은 소통과 상생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 제주의소리
# “지금 시대 카리스마는 ‘독단’이 아닌 ‘신뢰감’...소통과 상생이 더 소중한 가치”

- 3년 전 선거에서 ‘제주도를 참 몰랐구나’라고 했는데, 부족한 게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것들도 있다. ‘카리스마’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카리스마라는 게 아주 남성적이고 거칠고 단호함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카리스마는 신뢰감을 주는 것,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남성적이고 독단적인 면을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미래세대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상생하는 가치들이 소중한 시대다. 그런 게 모자란다고 비극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 이런 지적의 뒤에는 고 위원장의 권력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권력의지가 충만하니까 평당원이 도당위원장 하겠다고 들이 댄 거다.(웃음) 언론인 생활, 4.3특별법과 평화재단 만드는 과정에 오랫동안 참여하면서 성명서 쓰고, 집회도 주도했다. 그런데 이런 걸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 오죽하면 오바마가 3년동안 흑인민생운동 했는데 흑인시장 하나가 몇 달 만에 해치운 것 하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겠나. 그런 면에서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권력을 갖겠다고 하는 건 강한의지와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공동으로 투자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 한다.”

- 이번 4월 보선에서 안철수 후보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다.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할 수 도 있지만 신당가능성도 높다. 만약 신당을 만들게 되면 정계개편이 불가피 하다고 본다.

“결국 우리 민주당 하기에 달렸다. 안 교수가 신당 만들 가능성이 많다. 민주당에 들어오지 않을 거고 그게 좋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자극 받고 경쟁하는 상대로 안철수 신당이 자리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경쟁적 협력관계를 가져가면, 한국의 정치발전도 가져올 수 있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인과 견제에 힘을 모을 수 있다. 결국 그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휘청할 정도로 안철수 바람이 불겠느냐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 교수가 어떤 행보를 하고, 중요 이슈에 어떤 생각을 하냐에 따라 국민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달라지겠지만, 지난 대선 때 같은 태풍이 몰아치기는 어려운 환경일 것이다. 그 분도 잘해야겠지만 민주당도 잘해야 한다. 그 경쟁적 협력관계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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