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에서 24세의 청소년 중에 학교를 다니지도, 돈을 벌지도 않고,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NEET'(No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의 숫자가 OECD 모든 나라들에서 기록적으로 커지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40%를 넘었고, 이태리, 포르투갈은 30%,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도 20% 선이다. 우리나라는 9.8%로서 매우 낮아 보이지만 대학수업의 연장 및 군복무의 영향일 뿐 실제로는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미국의 S&P 500 주가지수는 유사이래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블랭크페인 회장은 현재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1994년과 같은 금리인상이라고 말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최악의 해였다. 2004년과 2006년 사이에도 이 금리는 1%에서 6%로 뛰었고 이것이 결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의 저금리도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 이제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경기침체 및 고용의 문제는 이런 차원의 정책수단들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결점을 되뇐다. 노동을 비용으로 보면서 사회 전체의 구매력이 늘기를 바라는 것부터 모순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떤 대안이 있는지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국제학을, 이태리 플로렌스에서는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헤롤드 제임스 교수의 최근 기고문이 눈을 끈다.

고용 개선에 속수무책인 정책수단

인간의 노동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감소되어 왔다. 처음에는 농업분야에서, 그 다음에는 제조업에서. 그런데 서비스 분야에서 이 현상이 반전되고 있다.

그는 가사 도우미의 변천사를 들춘다. 19세기 유럽 중산층 가정에 요리, 청소, 유모 등의 가사 도우미를 두는 것은 흔한 현상이었지만 20세기 중반 이후는 노임상승으로 극소수 부유층만 이런 사치를 누렸다. 그러나 금세기에 들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사도우미의 수요가 늘어 나고 있는데 예전과 다른 점은 가족과 도우미 사이가 평등관계라는 점이다.

프랑스어로 'au pair'는 영어로 'equal to'라는 뜻이다. 일정한 가사도우미를 공식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라고 한다. 가사 외에도 자녀 교육, 건강관리, 취미생활 등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인적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 추세(大 趨勢, Megatrend)의 저자, 존 나이스 빗이 말하는 하이 터치(high-touch) 개념도 같은 맥락이다. 하이 터치는 인간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성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하이테크와 차별된다.

네트워킹 하드웨어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 시스코(CISCO)는 하이 터치 서비스를 7만2000명의 직원들에게 요구한다. 예를 들면 제2, 제3의 부서에 전화를 돌리지 않고 첫 응대자가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것, 영어로 'First-Call Resolution'을 고객응대의 최저 기준으로 삼고 이것을 '하이 터치 테크놀로지'라고 정의한다.

롱 테일(Long-tail) 마케팅도 종국에는 사람의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대 추세 중의 하나다. 같은 물건을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고객의 취향에 맞게 손으로 꼼꼼히 만들어 내는 다품종 소량생산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야말로 큰 추세일 뿐이다. 앉아서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어렵다. 그것을 좀더 앞당기기 위하여 국가나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이 터치와 롱 테일 마케팅이 대 추세

보행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것, 획일적인 잣대로 사람을 줄 세우는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것 등등. 뜬금없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물론 쉬운 일도 아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지기 전, 1920년대부터 뉴욕의 도시계획은 보차분리(步車分離)를 철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덕에 지금은 맨해튼 중심가에서도 젊은 주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가까운 식품점에서 그날 밥상에 오를 신선한 재료를 쇼핑한다.

우리나라의 하이테크는 세계가 인정한다. 그러나 등교 길 어린이들이 차와 차 사이를 누벼야 하고 식료품도 차를 타고 먼 곳에 있는 큰 매장으로 가야만 한다면 하이 터치도, 롱 테일 경제도 발 붙이기 어렵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창조 경제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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