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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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파문을 지켜보며

대통령 방미 중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저지른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들은 분노하고 대통령은 사과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폭력적인 ‘갑을문제’와 동일선상에 있는 문제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난맥상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갑의 횡포로 을의 인권이 희생되는 불공정한 갑을관계의 정점에 있다. 또한 ‘나라망신’은 물론 정권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였다. 개인 문제나 문화 차이 운운하며 변명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사건발생 초기부터 세 번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거짓말, 축소ㆍ은폐 의혹, 책임회피성 해명, 부실한 내부 소통, 미숙한 정무적 판단 등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커녕 파문만 확대 재생산했다.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요 정책을 던져 위기 상황의 국면전환을 기대하는 것이 정무적 판단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의 전말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투명한 공개, 관계자 처벌과 공직기강 확립, 인사 및 조직문화의 개선 등 근원적 처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선 시급한 것은 공직자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다. 문제는 공공의식과 도덕성의 실종에서 비롯되었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대표적 국가행사로서 외교적 주요 현안을 푸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국가 이미지 제고에 중요한 기회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프레스센터를 운영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연다. 프레스센터는 정상외교의 진전사항을 시시각각 정확하게 알리고, 위기상황의 관리와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관문역할을 수행한다.

정상외교 홍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관광하고 유흥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정을 보좌하기 위해 수행원의 개인시간은 희생할 수 밖에 없다.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준비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밤을 지새는 일은 다반사다. 홍보 담당자는 대통령 일정에 따른 상황과 메시지 관리, 취재기자 지원, 정상회담 결과의 대국민 소통, 문화외교 등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정상외교 홍보 창구인 대변인이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음탕한 행위를 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수행원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전례를 답습하여 정상회담을 준비한 결과가 아닌지 의문시 된다. 업무에 대한 빈틈없는 준비나 책임의식 없이 군림하고 즐기려만 한다면 성추행 사건과 같은 비참한 결과만 낳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처럼 위기 상황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 태세는 위기를 가중시킨다. 위기에 제대로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와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위기 발생 후에 우왕좌왕하는 부적절한 위기관리는 국민의 분노만 키우게 된다. 정부의 위기는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위기관리 능력을 높여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위기관리의 요체는 위기 징후의 사전감지 및 예방, 위기상황의 정확한 파악과 피해 최소화 조치,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국민과의 소통 노력,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후 조치 등이다.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성추행 사건을 들여다 볼 때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은 기대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거짓말과 은폐, 변명 등으로 더 큰 국민적 분노와 불신을 초래했다.

박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문화외교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여성대통령의 한복차림은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상징물이 되었다. 미국 상·하원 연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류와 연계하여 국가 브랜드를 높이려는 계획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키워 국가 위상을 높이려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이미지와 평판, 소프트 파워는 그 국가의 정치, 경제, 군사력으로 상징되는 하드 파워보다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국가적 힘을 얻기 위한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공공외교는 장기간에 걸쳐서 효과를 내는 반면, 그 효과는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상회담과 함께 문화외교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평가받아 정국운영의 디딤돌로 삼으려 했던 정부로서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는 추태가 벌어진 것이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정상외교에 걸었던 기대가 절망으로 되돌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윤창중 리스크의 부담으로 국정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들은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조직문화의 전면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 확립과 윤리의식 제고, 위기관리 마인드의 체득, 정상회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공공외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청된다. 수행원을 축소하는 등 정상외교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공직기강 확립이 공무원을 복지부동에 빠뜨리는 일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 비정상을 바로잡아 정상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하기 바란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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