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액티비즘(activism). 즉 통화정책이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고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를 모면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도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발탁되어 오는 7월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금리인하에 더하여 앞으로 상당한 기간, 일정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 한 재인상이 없음을 밝혔고 그것이 금리인하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미국 연준이 실업률 6.5%, 인플레이션 2.5%라는 조건을 내걸고 양적 완화를 계속 밀어 부치겠다고 버티고 서있는 것도 통화 액티비즘의 전형이다. 어느덧 연준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간 지도 이제 만 4년이 넘었고 매월 400억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 9월, 거기에 추가하여 월 45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 12월로서 꽤 오래 되었다. 그 덕에 채권시장은 호황을 구가했고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호황이다. 호랑이 등에 타서 달릴 때는 좋지만 언젠가는 잡혀 먹힐 위험을 안고 내려와야 한다. 금리 인상의 아주 작은 조짐도 이익실현 매물의 폭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도 하나의 예다. 2005년과 2007년 사이에 벌어졌던 것이 지금 재현되고 있다. 그 때, 미국의 금리는 일본보다 3%p 더 높았는데 환율은 엔화가 102엔에서 124엔으로 20% 절하되었다. 2005년에 엔화를 차입하여 달러로 운영한 후 2007년에 이를 청산했다면 엄청난 이익을 챙겼을 것이다. 그러나 엔 캐리 청산은 엔화 수요의 폭증을 일으켜 그 동안의 엔화 절하추세를 절상으로 반전시킨다. 또한 평가절상 속도도 가속되므로 행동이 늦은 투자가들은 필경 큰 피해를 입는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운영 수단이 달러 표시 금융자산뿐 아니라 유로 존 여러 나라들의 국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엔화의 절하 속도로 말하자면 이번이 훨씬 더 빠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현물 거래, 즉 외국인이 일본에서 빌린 대출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는 약 2000억달러 정도지만 선물 거래까지 포함하면 최대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작년 말 이후 이태리, 스페인 등 유로존 문제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4% 이하로 크게 낮아진 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심지어 정크 본드 수준의 채권에도 수요가 몰려 이들의 금리가 5%선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엔 캐리 현상을 불러 온 장본인은 통화 액티비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 전망은 지난번 G7 정상들의 일본 엔화 평가절하 묵인으로 확인되었다. 겉으로는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와 그에 따른 엔화 평가 절하가 일본의 15년 디플레이션을 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지만 내면적으로는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미국과 유로 존의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하므로 엔화의 평가절하를 환영한다는 속셈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일본 국민 스스로가 과연 얼마나 아베노믹스를 지지할 것인가에 있다. 과거에는 엔화 환율이 10% 절하될 때 일본의 GDP는 0.3% 상승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제는 엔화의 평가절하로 이득을 보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자금이 국내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외국기업의 인수합병, 부동산 매입, 또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로 빠져나간다는 것이 노무라연구소의 지적이다.

시험대에 오른 아베노믹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실제로 일본의 국내 제조업 생산 지수는 2005년 이후 8%, 작년 한해 2.2% 하락했는데 금년에도 이 추세가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엔화 평가절하는 원전사고 이후 이미 단전 및 전기 요금인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소비자 대중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수출의 증가가 GDP 증가에 미치는 효과가 전과 다르고 내수진작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라면 이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집권당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엔화의 평가절하가 더욱더 진행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경솔해 보인다. 또한 미국 연준 벤 버냉키 의장은 현지시간으로 오늘 미의회 양원합동 위원회에 출석하여 증언한다. 기호지세의 통화 액티비즘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주목해 볼만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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