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백주또 시어머니에겐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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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62)  백주또 여성1

별다른 얘기를 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백주또 여성을 간단히 그리고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밭에 나가 일하며, 며느리가 지어주는 밥을 받아먹지 않으며 기어코 따로 밥을 해먹기를 고수하는 많은 제주 어머니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가난한데다 고온다습하고 바람이 강한 제주도의 기후 조건은 가옥의 규모를 적게 하도록 했다. 그래서 안팤거리라는 제주의 가옥구조가 탄생한다.
안팤거리는 한마당 안에 안채와 바깥채(안거리와 밖거리), 외양간이 서로 분리된 다동분립형의 가옥구조다.

▲ 제주의 전형적인 전통 가옥 구조.

이런 가옥의 구조는 제주도의 분산된 경지와 밭농사의 체제가 만들어 놓은 부부중심의 개체적 생활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부모와 자녀세대들은 한마당 안에 같이 살면서도 따로 살아간다. 부모님은 안거리에 살고 밖거리에는 아들이 산다. 그러다가 아들의 식구가 좀더 넓은 집을 요구할 정도로 늘어나면 아들에게 안거리를 양보하고 노인들은 안거리보다 조금 평수가 적은 밖거리로 옮긴다.

제주의 이 안팎거리 가옥구조는 정말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린 아이에게 한마당 안에 두 채의 집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두 채를 마주보게 그릴 것이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지만 제주도의 안거리와 밖거리는 서로 등을 보이며 돌아서 있는 경우가 있다. 밖거리 즉 아들집의 엉덩이가, 안거리 즉 부모 집 얼굴로 향해있는 셈인데 이는 유교식 질서가 팽배한 분위기에서는 애당초 상상이 불가능한 가옥의 구조라 할 것이다.

▲ 제주의 전통 가옥 구조. 마주보고 있는 안밖거리. 성읍민속마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숙
▲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안밖거리. 성읍민속마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김정숙


이렇게 마주보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지은 까닭은 너무도 명백하다. 바람을 막거나 습도 조절 또는 채광을 위해 안거리를 남향으로 지어야 했다면 밖거리 역시도 남향으로 지어야 할 터였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또는 주인과 하인과 같은 종속관계의 의식을 지양한 제주 사람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사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이런 가옥의 구조를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두 세대는 '따로' 또 '같이' 산다.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와  기지개를 켜면서 부모님의 상황을 살핀다. 아침밥도 따로 먹고 부모와 자식은 각각 자신의 밭으로 간다. 창고의 열쇠도 각자이다. 노인이 된 부모들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밭을 택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움직일 수 있는 한 밭에 나가 일을 한다.


부모의 권위적인 요구도 없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른의 눈치를 매번 살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또 적당한 시점이 되어서는, 안채를 며느리에게 내어 주고 자신은 바깥채로 옮겨가는 인간적 합리를 실천하는 많은 백주또 시어머니들에게 며느리들은 ‘시’자가 들어갔다고 시금치도 싫어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김정숙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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