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미국은 제로금리와 채권수매를 경기가 다시 좋아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약속, 양적완화 3단계에 착수했다. 이 중에서 채권수매 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것이 6월19일 버냉키 연준의장의 선언이다. 미국경제가 금년 2.6%, 내년 3.5% 성장한다는 현재의 전망이 그대로 실현되어 나갈 때 그렇게 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다.

연준 자금(Fed funds)의 이자율은 실업률 6.5% 달성이 예상되는 2015년 이후까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는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단기금리가 중앙은행이 시장에 빌려주는 금리라면 장기금리는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빌려오는 금리라고 볼 수 있겠다.

기업이나 가계가 은행으로부터 빌려오는 금리도 장기금리의 지배를 받게 된다. 5월 1일 1.6% 하던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어제(6월25일) 2.6%로 1%포인트 올랐다. 가격은 그 사이 8% 이상 하락했다. 언젠가 오게 되어 있던 것이 온 것뿐이다. 그런데 G2 국가인 중국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그들 나름의 출구전략을 착수함으로써 세계 경기에의 충격을 확대시키고 있다.

버냉키 선언이 있기 하루 전인 6월 18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인민은행 총재 조우샤오추안에게 중앙은행이 4개의 풍토에 대적해야 한다는 교시를 전달했다. 이른바 형식주의, 관료주의, 향락주의 그리고 낭비풍토다.

은행에 대한 당국의 경고는 최근 은행간 자금경색을 통해 그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통상 명절 때는 가계와 기업의 자금수요가 몰리는데 이제까지는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을 중앙은행이 메워주었다. 그러나 6월 13일(음력 5월 5일) 단오절 룽저우(龍舟)축제를 기하여 통화당국은 느닷없이 자금공급을 끊었다.

양적완화 축소는 올 것이 온 것

이에 따라 6월 20일 상하이 은행간 금리는 10%를 뛰어 넘었다. 마지 못한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8%대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보통 3%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작년에 민간신용이 18조위안(2.9조달러), 비율로는 20% 증가했다. 피치 신용평가사의 분석에 따르면 금년 5월까지 이미 10조위안이 증가하고 있어 6월 이후는 대출 총량규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전말을 목도했던 중국은 방만한 금융이 저질러 놓은 뒷감당을 국가가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중국 GDP와 비교하더라도 민간 부채 총액은 2008년 119%에서 금년 200%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과 유럽의 부채 증가속도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기형적인 9% 성장률보다 차라리 지속 가능한 7% 성장률을 택하겠다는 것이 중국 새 지도부의 뜻인 것 같다. 따라서 중국의 신용경색은 자발적인 선제대응으로 보는 것이 적정할 것 같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이제까지 두 개의 언덕, 미국의 양적 완화와 중국의 견인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두개의 언덕이 동시에 사라지려 한다. 어차피 거쳐야 할 변화지만 변화가 올 때 시장은 필요 이상으로 반응한다. 이로써 누가 피해를 입을까?

첫째는 고수익을 쫓아 신용등급이 낮은 투자에 손을 댔던 투자가들이다. 신용등급 CCC 이하인 채권에 투자하는 소위 '고수익 펀드'에 수요가 너무 몰려 있었다. 장기금리 상승에 따라 이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된다.

둘째는 양적 완화의 혜택을 많이 입고 있던 신흥국가들이다. 국제금융연구원(Institution of International Finance)이 추정한 바로는 2010년과 2012년 사이에 연간 약 4500억달러의 자금이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JP모건 은행의 분석도 같은 기간 신흥국가 법인들의 평균 부채가 3배로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들이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이다.

같은 시기에 진행 중인 중국의 변화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셋째는 경상수지 적자국들이다. 인도와 터키가 여기에 속한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나라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적 완화의 덕을 비교적 적게 본 나라 중의 하나다. 북한과의 긴장 관계가 한국으로의 핫머니 유입을 억제했다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그 시장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1조1000억달러씩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외환보유의 일환으로 가지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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