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7) 대정읍 야구 발전을 위해 힘 모은 사람들

지난 23일 늦은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공천포 야구장이 멀리서 찾아온 대정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대정에 기반을 둔 두 개 야구단이 서귀포야구연합회장기 대회에서 자웅을 겨루기 때문입니다.

한 팀은 지난 2010년에 창단된 '대정 몽생이'이고, 다른 한 팀은 금년 초에 창단된 '최모야(최남단 모슬포 야구단)'입니다. 대정읍을 기반으로 하는 두 팀은 그동안 연습경기에서 몇 번 맞붙은 적이 있지만,  공식 리그에서는 상대로 만난 것은 이번 경기가 처음입니다.
 

▲ 대정을 기반으로 하는 몽생이 팀과 최모야(최남단 모슬포 야구단) 팀이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자웅을 겨루었습니다. 사진은 1회말 몽생이가 공격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 두 팀의 경기를 구경하기 위해 멀리 대정에서 찾아온 분들입니다.

대정에는 이날 맞붙은 두 팀 말고도, '타이픈즈'라는 사회인 팀이 있다고 합니다. 타이픈즈는 영어교육도시 내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직장인 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대정이 고향인 사람들 중에서 제주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브레이브스'라는 팀이 있는데, 이 팀은 제주시 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기술이 다양하고, 규칙이 복잡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기본도 터득하기 어려운 종목입니다. 그래서 야구가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야구를 전달해주는 전파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누가 대정 들녘에 야구의 씨를 뿌렸을까?
 
조선 사람들에게 야구를 처음으로 전파한 사람이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Phillip Gillett)입니다. 질레트 선교사가 만든 YMCA야구단은 이미 영화로 소개되어 야구인들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제주도에 야구를 도입한 건 故 오대옥 선생입니다. 오대옥 선생은 일제시대 일본 나량현립상업고등학교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하다, 귀국 후 도내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부임하는 학교마다 야구부를 만들어 제자들을 배출하였는데, 그 제자들이 다시 야구를 지도하면서 도내에 야구 저변이 크게 확장된 겁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어릴 적에 오대옥 선생과 같은 동네에 살았고, 중학교에 입학하자 선생께 야구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겐 이웃 어르신이자 스승님이 되십니다.
 
그럼 대정에는 어떤 계기로 야구가 뿌리를 내렸을까요? 저는 대정 관내 학교에 야구부가 있었었던가, 아니면 야구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이 대정으로 이사를 가서 야구의 기초를 가르쳤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대정에 있는 동호인 팀 가운데 정식 선수생활을 해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군요. 2010년 브레이브스와 대정 몽생이가 결성이 되자 대정에 야구 붐이 일어, 대정지역과 관련된 팀이 4개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 '대정 몽생이' 김인철 대표.

 

▲ '최모야' 이승록 대표(우)와 강훈필 총무(좌).

대정 몽생이는 회원으로 등록한 선수가 35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른 팀들은 선수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데, 이 팀은 선수가 남아서 고민이랍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맞붙은 최모야는 몽생이에서 활동하던 이승록, 허승찬 회원 등이 대정에 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대정 지역의 야구 열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최모야 팀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록씨는 "대정에 야구 붐이 조성될 수 있었던 데는 몽생이 팀 김인철 회장의 노력이 컸다"고 말합니다. 김 회장이 몽생이 팀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주변의 다른 팀들과의 교류에도 힘을 썼기 때문에, 지역 내 야구인들끼리 좋은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승부는 냉정해도 야구 발전 염원은 같아
 
한편, 이날 경기는 15-9로 맏형인 몽생이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1회말에 10-3으로 몽생이가 크게 앞서가자 경기가 쉽게 끝나나 싶었는데, 3회와 4회에 최모야가 6점을 쫓아가며 점수차를 많이 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제한(1시간 50분)에 결려 역전의 기회는 잡지 못했습니다. 형제 팀들 간의 경기지만 승부에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습니다.  

▲ 장태욱 시민기자. ⓒ제주의소리

두 팀 회원들은 대정에 있는 음식점에 모여서 첫 공식 경기를 기념하는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 자리의 마지막 건배사는 그 지역 모든 야구인들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대정읍 야구발전을 위하여!!"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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