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野'한이야기] (8) YMCA 졸업생 홍난파, 국내 최초 스포츠 응원가 '야구전' 작곡

 

▲ 홍난파 선생은 1910년 YMCA에 입학하여, 1912년에 졸업했습니다. 그후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 응원가인 <야구전>을 작곡했습니다.

프로야구 상위팀들이 치열하게 순위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선수들을 격려하는 팬들의 응원 경쟁 또한 경기 못지않게 흥미롭습니다. 팬들은 구단별 응원가는 물론이고, 선수별 응원가까지 만들어 선수들을 격려합니다. 이제 프로야구의 응원문화는 야구장의 다른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야구장의 응원 문화는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요?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하기 전에 이미 하늘을 찌르던 고교야구의 인기를 기억합니다. 당시경기가 열리는 동대문야구장은 관중들로 연일 만원을 이뤘고, 경기도중 동문들을 중심으로 한 응원 열기는 정말로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약 100년 전, 우리나라에 최초로 야구 응원가 만들어졌습니다. 제목이 <야구전>인데, 야구 응원열기가 그때에도 뜨거웠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곡을 만든 사람은 <봉선화>, <성불사의 밤>, <낮에 나온 반달> 등을 작곡하여 지금까지 어린이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난파 선생입니다.

홍난파 선생은 1898년에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는데, <야구전>은 선생이 1916년에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스물도 되지 않던 시절에 만든 곡이어서, 독창성이나 세련미는 부족해보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창가의 음률원리에 가사를 입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구전 

활발하다 야수들은 쭉 둘러서서

엄파이어의 플레이 소리 뚝 떨어지니

저희들의 돌주먹과 쇠 팔뚝으로

힘을 다해 싸운다.

 

배팅 들고 썩 나서니 원 스트라이크

다시 한 번 갈겨 보아라, 홈런으로

세컨드야 주의해라 공 굴러간다.

어화 홈인이로다.

선생은 1910년 기독청년회(YMCA) 중학부에 입학하여 서양음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1912년에 YMCA를 졸업하고, 1915년에 조선정악전습소 양악부를 마친 뒤 동 전습소에서 교사로 복무합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오가며 음악공부에 매진하다가, 1933년에 귀국하여 이화여전 강사를 지낸 뒤, 경성보육학교 교수로 재직하게 됩니다.

 선생이 야구전을 작곡하게 된 것은 YMCA에 입학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앞의 칼럼에도 소개했지만, YMCA는 190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이 만들어진 곳인데, YMCA야구단이 골목야구에서 벗어나 유니폼도 차려입고,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는 팀으로 성장하던 때에 홍난파 선생은 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YMCA야구단은 창단 후 조선 유일의 청년 야구단으로 군림합니다. 그리고 질레트 선교사는 야구를 배운 제자들 중에 기량이 출중하다고 인정되는 선수들을 뽑아 사립학교에 야구지도자로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09년과 1912년, 두 차례에 걸쳐 동경에서 공부하던 조선 유학생들이 모국을 방문하여, YMCA야구단과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 유학생들과 YMCA청년들이 연합팀을 구성하여 조선 내 일본팀들과 경기를 치르기도 합니다. 당시 조선 내에는 동양협회야구단, 동양척식주식회사야구단, 성남야구단, 조선은행야구단 등의 일본팀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상대로 맞이하여 조선청년들은 연전연승의 개가를 올립니다.

▲ 일본 원정길에 오른 YMCA야구단
그리고 이런 소문이 일본에까지 전해져, 1912년에는 일본 언론사의 주선으로 YMCA야구단의 일본원정이 추진됩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2일에 일본 도즈카 구장에서 관중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YMCA야구단과 일본 와세다대학 팀 간의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결과는 23-0, YMCA팀은 패배의 쓴 맛을 본 후 본인들이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한편, 1913년에 이르러 일제는 YMCA와 질레트 선교사에 대해 탄압을 노골화합니다. 질레트 선교사는 결국 미국으로 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고, YMCA야구단을 해산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그 와중에 YMCA야구단이 뿌린 씨앗은 결실을 맺어 191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야구대회인 서울시내중학교야구대회가 열립니다.

홍난파 선생이 <야구전>을 작곡한 때는 조선 야구가 도약하다가 일제의 탄압을 받고 주춤하던 시기입니다. 지금 들어보면 촌스럽고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노래가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 응원가입니다.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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